“참 쉽죠. 공공성 확보하기”

농촌복지 돋보기 <4>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 입력 2010.01.03 16:30
  • 기자명 박선민 보좌관(민주노동당 곽정숙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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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장기요양보험은 건강보험, 산재보험, 고용보험, 국민연금에 이어 다섯 번째로 도입된 사회보험이다.

2009년 7월1일로 제도 시행 1년을 맞이했으니 ‘신생아’ 격의 제도이다.

고령이나 치매, 중풍 등으로 일상생활이 어려운 분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장기요양보험제도는 본인의 노후 생활에 대한 걱정을 덜어줌은 물론, 온전히 가족에게 맡겨졌던 돌봄 노동을 사회가 책임진다는 의미에서 한 단계 성숙한 사회보험제도라 할 수 있다.

특히 장기요양보험은 모든 건강보험 가입자에게 건강보험료의 6.55%에 해당하는 보험료를 부과하고, 건강보험료와 함께 징수하는데 건강보험 가입자에게 장기요양보험에도 가입하겠느냐고 한사람씩 묻지 않는 ‘강제’ 가입 방식이다. 또, 보험료를 내는 계층과 장기요양 서비스를 받는 계층이 일치하지 않는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노인층을 젊은 층이 부양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물어보지도 않고 보험료를 걷어서 자기와 아무 상관없는 노인 분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그 돈을 쓰는 제도인 것이다. 이는 매우 수준 높은 사회보험제도라 할 수 있다.

시행 1년 만에 장기요양보험은 신청자, 제공기관, 요양인력의 공급 등에 있어서 놀라운 성장률을 보였다. 하지만 불행히도 급속한 양적 팽창이 장기요양 서비스의 공공적 성격을 위협하고 있다는 비판이 따갑다. 왜 이런 상황이 벌어졌을까?

충청도의 한 군 지역의 경우를 예를 들어 보겠다. 이 지역의 인구수는 3만3천여 명이며 노인 인구수는 9천여 명으로 고령화 비율이 27.2%에 달한다. 이들 중 장기요양보험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등급 인정자는 676명이고, 실제 서비스를 받는 인구는 383명이었다. 전체 노인의 7.5%만이 서비스 대상자이고, 그나마 실제 서비스를 받는 인구는 전체 노인의 약 4.2% 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이 지역의 요양보호사 자격증 보유자수는 588명이다. 장기요양보험의 실제 서비스를 받는 인구보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요양보호사 수가 1.5배 많은 것이다.

2009년 5월 기준으로 장기요양보험의 실제 수혜자는 전체 노인인구의 3.9%에 불과하다. 경제활동을 하는 모든 국민에게 보험료를 걷으면서 노인 100명 중 4명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너무도 인색한 제도다.

보다 많은 노인 분들이 서비스를 제공받아야 ‘우리 부모님이나 나도 나중에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겠구나’ 싶어 안심이 되고, 보험료가 아깝다는 생각도 안 들 터인데 이건 아까워도 너무 아까운 상황이다.

또, 전국적으로 요양보호사는 46만 명인데, 요양보호사로 실제 종사하는 인원은 12만 명으로 전체 요양보호사의 26.3%만이 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잉 공급된 요양보호사는 요양보호사의 노동조건을 악화시키고, 임금을 낮추는데 결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장기요양보험제도는 사람에게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민 서비스’이기에 제공자인 요양보호사가 얼마나 안정적인 상태에서 일을 하느냐가 서비스의 질을 좌우한다.

지금과 같은 열악한 노동조건과 임금 상황에서는 질 좋은 서비스가 나오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요양보호사 과잉 공급은 이들의 양성·교육을 모두 민간기관에 맡긴데서 비롯된 것인데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요양기관의 대부분이 민간기관이라는 것이다.

전체 요양기관 중 공공요양시설 및 공공재가기관은 각각 2.9%, 1%에 불과하다.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민간 요양기관의 난립은 과다한 경쟁과 영리추구, 거대 기관의 독점화로 이어지고, 각종 불법과 편법이 만연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수익만 추구하는 민간기관이 대다수라는 점은 농촌 지역에 큰 해를 끼친다. 이익이 별로 없을 것 같은 산간벽지·도서지역 등 농촌에서도 소외된 지역일수록 ‘봉사정신’으로 들어갈 요양기관이 없기 때문이다.

자식들이 아무리 보험료를 열심히 내고, 노인분들이 서비스가 꼭 필요한 상황에 처해있다 하더라도 주변에 요양서비스 제공기관이 없으면 서비스를 받기 어렵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가족요양비, 특례요양비 등 ‘특별현금급여’를 만들었으나 서비스를 제공받느니만 못하다.

해결 방법은 있다.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설립하여 운영하는 공공요양시설을 전체의 30%까지 확대하면 된다. 공공요양시설을 농어촌 등 소외지역에 집중적으로 설치하도록 해야 한다. 장기요양보험 서비스를 받는 대상자 범위를 더 넓히고, 본인부담금, 비급여를 대폭 낮추고, 저소득층에 대해서는 국가가 책임지고 보장하면 된다. 참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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