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진단]신선식품 전문 도매유통기관 성격 명확해야

가락시장 현대화사업 어떻게 할 것인가

  • 입력 2010.01.03 13:21
  • 기자명 권승구 교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락시장 시설현대화사업의 설계당선자가 결정되면서 리모델링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현재의 가치 기준으로 7천억원 이상의 국민혈세가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대규모 사업이다.

영리행위가 이루어지고 있는 도매시장에 대규모 국민 혈세를 투입해 시설현대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생산자와 소비자를 위한 도매시장으로서의 공정성과 투명성 실현이라는 국가적 목적과 국민적 합의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 권승구 교수

특히 가락시장 이외에도 몇 군데 도매시장에서 시설현대화사업이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락시장의 사업이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단순히 가락시장의 규모가 다른 시장보다 크다는 이유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즉, 가락시장은 명실상부하게 한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시장으로서, 우리나라 농수산물가격의 기준가격을 형성하고 있는 모범시장으로서의 중차대한 역할을 부여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향후 중국, 러시아 등과 육로로의 교류가 원활하게 이루어질 경우 아시아 물류 유통의 허브시장으로서 한국을 대표하고 한국의 도매시장 시스템을 수출할 수 있는 대표적인 시장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 동안 가락시장은 한국의 가장 대표적인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동시에 내·외부적으로 가장 많은 문제점을 노출시켜온 시장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시설현대화사업을 계기로 과거의 반성과 미래의 희망을 위한 재도약의 발판으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 시설현대화사업의 가장 큰 의의 중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시설현대화와 동시에 도매시장 운영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도록 운영과 관리의 원칙을 반드시 재정립해 나갈 필요가 있다.

환경변화에 대응한 운영 관리 효율화라는 측면에서 예외와 다양성의 적용은 필요하지만, 원칙과 본질의 준수는 운영의 효율화와 배치되는 개념이 아닌 상호보완적인 개념이기 때문이다.

만일, 예외가 본질과 원칙을 밀어내는 그레샴의 법칙이 시장을 지배한다면, 국민의 도매시장이라는 기본적인 성격과 목적을 상실하여, 도매시장의 존립 의의도 사라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둘째, 소매시장의 규모화·다양화·전문화 현상에 대한 대응과 더불어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대형유통업체의 불공정거래를 견제한다는 측면에서, 시장 내 유통주체의 규모화·전문화를 통한 전문 도매 유통기관으로서의 성격을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는 시장 내 유통주체의 경쟁력 확보라는 차원에서도 필수적으로 요청되고 있지만, 최근 성장하고 있는 소비지유통환경변화와 산지의 대응력 제고라는 측면에서도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셋째, 소비지와 산지의 유통환경변화에 대응하여 거래의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서는, 현행의 경매제도와 더불어 정가·수의거래제도의 도입 확대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즉, 현행의 경매제도는 영세한 산지와의 거래 시 투명성·공정성 확보라는 측면과 더불어 불특정 다수의 영세한 생산자의 농산물을 불특정 다수의 소비자에게 수집·분산하기에는 매우 효율적인 제도인 것만은 틀림없지만, 소비지 시장의 다양한 변화와 산지의 조직화 추세에 신속히 대응해 나가기에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가락시장의 시설현대화사업이 장기적으로 천문학적인 자금의 투입을 계획하고 있지만 그 중요성과 의의가 매우 크게 나타나고 있는 만큼, 시설현대화사업의 성공적 추진과 더불어 운영 및 관리제도의 개선을 통한 도매시장의 존립 목적과 의의를 되살리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도매시장은 기본적으로 생산자를 위한 시장이며,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소비자를 위한 시장으로 기여하게 된다는 측면에서 생산자와 소비자를 위한 신선식품 전문 도매유통기관으로서의 성격을 명확히 해 나가는 것이야말로 시설현대화 사업의 최종적인 목적이라고 생각된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