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쌀 농사 짓지 마시라?”

  • 입력 2009.12.28 13:34
  • 기자명 박선민 보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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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월이면 기초노령연금 제도가 시행된지 2년이 된다. 올해만 363만명의 노인들이 기초노령연금을 받았다. 이는 65세 이상 전체 노인의 약 70%에 가까운 규모이다.

우리나라에서 시행 중인 복지제도는 대부분 ‘저소득층’이 대상인데 기초노령연금은 ‘재산과 소득이 많은’ 노인을 제외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었다.

복지국가가 지향하는, 이른바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보편적 복지 제도’의 외형을 띄고 있다. 개인의 연금 보험료 납부와 상관없이 국가가 다수의 노인 분들에게 생활의 기초가 되는 연금을 지급하는, ‘무기여 연금’ 방식이다.

급여액 현재의 2배 이상 늘려야

앞으로 대상자는 전체 노인의 80%까지 늘어나야 하고, 지급되는 급여액도 현재의 2배 이상이 되어야 ‘기초노령연금’이라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을 것이다.

어쨌든, 제도의 방향은 그렇다 치더라도 기초노령연금을 받는 노인 분들의 입장에서는 매달 통장에 찍혀 들어오는 ‘8만8천원’이 꽤나 기분 좋은 일일 것임은 틀림없다. 그런데 농민 입장에서는, 특히 쌀농사를 짓는 농민 입장에서는 기초노령연금이 ‘기분 좋은’ 제도 일 수만은 없다.

기초노령연금을 받으려면 노인 단독 가구의 경우 소득이 2009년 기준으로 68만원 이하여야 하는데 쌀소득 보전 직접지불금이 소득에 포함된다. 소득으로 산정된다는 것은 그만큼 일정액의 연금이 깎인다는 것이고, 68만원이 넘으면 연금을 못 받게 된다는 의미이다.

직불금 중에서 친환경농업직접지불금, 조건불리지역직불금, 경관보전직접지불금 등은 소득 산정에서 제외된다. 고정 직접지불금은 농업 생산과 관계없이 농지의 형성과 기능 유지를 위해 지급하는 것이라 괜찮고, 변동직불금은 쌀 소득보전의 측면에서 지급하는 것이기 때문에 소득으로 산정한다는 것이다. 백번 양보해서 그렇다 치자.

다른 소득 중에서는 ‘소득’이 분명한데도 소득으로 산정을 안 하는 것이 있다. 노인일자리사업, 장애인일자리사업, 자활근로, 공공근로 및 임시 및 일용근로 소득은 소득이 아니다. 민간기관의 노인일자리사업, 지자체의 자체예산 일용근로도 제외된다. 노인의 근로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근로소득 산정에서 제외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이·통장 수당, 성직자가 은퇴 후 받는 수당, 학술원 회원 수당 등 각종 수당도 소득 산정에서 제외하고 있다.

각종 노인일자리 사업은 소득에서 제외하면서 직불금의 종류까지 따져가며 쌀 직불금을 굳이 소득으로 산정하는 것은 ‘쌀농사 제발 좀 짓지 마시라’라는 정부의 간곡한 부탁이 아닌가 싶다. 이런 게 정부 방식의 ‘쌀값 대책’인가 보다.

다시, 기초노령연금 제도로 돌아가자. 노인 단독 가구일 경우 받을 수 있는 연금액은 2009년 최고 8만8천원에서 2010년 9만1천원으로 늘어난다. 정부는 도입 당시 8만원 정액 지급을 주장했지만 민주노동당의 강력한 주장으로 정률제로 결정되어 매년 상향 조정되는 것이다.

그런데 기초노령연금법에 의하면 기초노령연금 급여액은 이보다 더 증액되어야 한다. 기초노령연금법에서 2028년까지 단계적으로 국민연금 기본연금액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인상하기로 정했기 때문이다.

2008년부터 2028년까지 20년간 10%를 인상하려면 매년 0.25%씩 상향 조정해야 한다. 이에 따라 2010년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의 3년간 평균 소득액 182만원을 기준으로 5.75%를 반영하면 급여 기준액은 10만5천원이 되어야 한다. 현재 기준 9만1천원 보다 매월 1만4천원이 늘어나야 하는 것이다.

물론, 법에 연도별 인상률을 명시하지 않아 몇 년에 한 번 씩 한꺼번에 인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기초노령연금 도입과 연동하여 개정한 국민연금 급여율은 2007년 60%에서 2008년 50%로 10%가 즉시 낮춰졌고, 2009년부터 매년 0.5%포인트씩 삭감되고 있다.

국민연금 급여율은 삭감은 재빠르게 진행하면서 기초노령연금 인상은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실행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노인들을 우롱하는 처사다.

국회 연금제도개선위 설치하지 않아

국회 역시 이런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같은 기초노령연금법 부칙에 ‘연금지급액의 조정에 따른 소요재원 대책, 상향조정의 시기 및 방법, 기초노령연금과 국민연금의 통합 등을 논의하기 위하여 2008년 1월부터 국회에 연금제도개선을 위한 위원회를 설치·운영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민주노동당 곽정숙 의원은 누차 국회 내 연금제도개선위원회 설치를 주장하였으나 현재까지 제도개선위원회는 설치되어 있지 않다. 완전한 실정 법 위반이다. ‘기분 좋은’ 기초노령연금제도의 뒷면에 이처럼 ‘매우 기분 나쁜’ 요소들이 숨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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