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년 새해, 희망을 캘 수 있을까

  • 입력 2009.12.28 11:45
  • 기자명 윤석원 중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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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기축년(己丑年)도 이제 저물어 가고 있다. 지난해 출범한 새 정부의 농정에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혹시나 했던 기대마져도 무참히 깨어진 두해가 속절없이 저물어 가고 있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 때는 한미 FTA를 강행하여 우리의 가슴을 쓸어 내리게 하더니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서는 한미FTA는 물론이요 한EU FTA니, 녹색성장이니, 한식세계화니, R&D체계 개편이니, 식품산업육성이니, 기업적 주업농 육성이니 하며 경쟁력을 제고하겠다고 법석을 떨고 있지만 대다수의 농민과 농촌은 미동도 느끼지 못하고 있다.

기대 무참히 깨진 MB 농정

그도 그럴 것이 현장 농민들의 농가소득은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고, 부채는 늘어만 가고 있으며, 쌀값은 떨어져 아무리 정부가 직불금을 지급한다 해도 생산비가 올라 실제로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당장 살아가기가 힘든 판국에 먼 나라 얘기로만 들릴 뿐이다.

통계청에 의하면 2008년 호당 농가소득은 3천52만원으로 2007년보다 4.5% 감소하였고, 비료값, 사료값 등 각종 생산비 증가로 인해 2008년 농업소득은 965만4천원으로 2007년 보다 7.2%가 줄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2008년 초 2천392만원이었던 농가의 평균 부채는 1년 사이 2천578만으로 7.8%가 오히려 늘었다. 물론 2009년의 공식통계자료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쌀과 감귤 등 과채류 가격의 폭락으로 농가경영은 더욱 악화되었을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일부 많은 소득을 올리는 농민이 있을 수 있다.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고 격려와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문제는 0.1%도 안 되는 극소수의 고소득 농민이 한국 농업·농촌 전체를 이끌어 가는 것이 아니라는데 있다. 모든 농민이 그렇게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들보다는 대다수의 농민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가 우리의 고뇌여야 하고 농정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녹색성장을 한다면서 수십년 동안 이어져온 유기농가들을 하루아침에 내쫓는가 하면, 한식세계화를 한답시고 수십억의 비용을 들여 국내외에서 이벤트성 행사를 강행하는 것이 우리 농산물과 무슨 상관이 있으며, 막걸리와 떡볶이를 세계화한다고 하지만 정작 우리쌀이 아닌 외국쌀이 주원료이고, R&D체계 개편은 국책농업연구기관을 민영화하려는 술수로 인식되고 있으니 현장과 괴리된 전시행정의 표본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식품산업을 육성한다고는 하나 그 식품산업과 국내 농업을 연계시키려는 노력은 미흡하기 짝이 없다. 원료 농산물이 국내산이던 외국산이던 상관없이 식품산업만 육성하면 된다고 생각한다면 굳이 식품산업을 농식품부로 가져올 이유가 없었다.

선진화위원회를 구성하여 농민단체 뿐만 아니라 소비자단체 등 민간이 참여하는 소위 거버넌스 농정을 편다고 생색을 내고 있으면서 전농 등 일부 농민단체를 반정부단체쯤으로 규정하고 사찰의 대상으로 적대시하는 것은 진정한 의미의 거버넌스 정신이 아닐 뿐만 아니라 겉과 속이 다른 이중적 행태에 다름 아니다.
식생활교육지원법이 금년 6월에 제정되어 천만 다행이라고 생각된다. 그런데 실제로 국민식생활개선운동을 주도해야 할 ‘식생활교육국민네트워크’의 발족과정에서부터 뭔가 관이 개입하려는 의도가 여기저기서 포착되고 있어 진정한 의미의 국민운동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고, 사공이 너무 많아 산으로 가지나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2009년의 최대 화두였던 농협개혁도 본질은 온데 간데 없고 농협직원과 농협조직을 위한 구조개편으로 본질이 왜곡되고 있어 이번에도 진정한 농협개혁은 물 건너 가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희망적인 농업문명 회복운동

이와 같이 금년은 정부의 농정에 관한한 유쾌한 기억보다는 유쾌하지 못한 일들이 더 많았다. 그러나 각종 다양한 시민사회단체와 농민단체가 중심이 되어 펼치고 있는 로칼푸드운동, 학교급식운동, 슬로우푸드·슬로우시티 운동, 제철농산물먹기운동, 시민지원농업운동, 쌀값안정조례제정운동, 어메니티 자원의 활용, 토종종자지키기운동, 귀농·귀촌현상, 생협운동, 지역공동체 운동, 공정무역, 친환경 유기 생태 농업의 확산 등 농업문명의 회복운동이 금년에도 더욱 활성화되고 있는 현상은 너무나 귀하고 희망적이다. 그것은 우리 시대가 진정으로 농업·농촌부문에 요구하는 역할과 기능을 제대로 알고 있는 움직임들이기 때문이다.
부디 밝아 오는 2010년 새해에는 유쾌한 일들이 더 많았으면 좋겠고 이 땅의 농민과 농업, 농촌에 희망이 싹트는 한해가 되기를 간절히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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