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없는 노(NO)펜하겐’이 된 이유

  • 입력 2009.12.21 14:23
  • 기자명 이창한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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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전 세계 이목이 덴마크의 수도인 코펜하겐에 집중되었다. 세계 120개국 정상들이 참석하고 각 나라에서 전문가, NGO등 4만 여명이 모여든 기후변화협약 제 15차 당사국총회(COP15)가 개최되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기후변화문제는 인류가 결코 외면하고 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반증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인류의 피해는 실로 엄청나다. 각종 자연재해 발생으로 인해 인명 및 재산피해가 커지고 있고, 해수면 상승으로 점차 물에 잠겨 가는 섬나라가 있다. 또한 각종 병해충 발생과 농지의 사막화로 기근을 면치 못하는 나라들이 발생하고 있다.

기후변화 위험 앞에 용감한 선진국

기후변화는 산업화 이후 지속적으로 나타난 결과였으나 무한경쟁과 성장위주의 신자유주의 경제체제로의 전환이후 더욱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었다. 이에 각 나라들은 1992년부터 기후변화협약을 체결하고 1995년부터 당사국총회(Conperence of Parties COP)를 해마다 개최하여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공식회의에 돌입했다. 이후 1997년 3차 당사국총회(COP3)에서 교토의정서를 출범시켰으나 법적 구속력이 없었기 때문에 실제 기후변화를 예방하지 못했고 최대의 온실가스 배출국인 미국의 거부로 인해 상당수 국가들이 오히려 온실가스 배출을 증가시켰다.

코펜하겐에서 열렸던 기후변화 제15차 당사국 총회는 2012년 이후의 기후변화에 대한 문제를 논의하고 온실가스 감축계획과 더불어 각국의 재정부담까지를 포함하는 논의를 진척시킬 예정이었다. 그러나 선진국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인류의 위험 앞에 너무도 용감(?)했다.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보다는 오히려 인류의 위험을 새로운 상업상품을 만들어 내는 기회로 삼고자 하였으며 기후변화를 수단으로 자국의 얼치기 녹색정책을 홍보하는 정치재로 삼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각국들의 온실가스 감축목표에 대한 법적구속력 내지는 제제를 통해 어떻게 실현하게 할 것인가보다 ‘탄소배출권 거래제’, ‘청정개발체제(CDM)’등 상업적 접근과 녹색이라는 미명 하에 개발을 강조하는 자국의 정책홍보 등이 그것이다. 이명박 정부 역시 비판을 피해갈 수 없다. 이명박 정부는 2005년 대비 온실가스 4% 감축을 발표하고 여러 대책들을 수립했다.

그러나 현 정부의 기후변화대책은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대책이라기보다는 기후변화를 이용한 자본의 이윤추구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녹색펀드 개발, 탄소배출권 거래 적극참여, 핵발전소 확대, 철도집중 육성 등 청정개발체제 구축 등 녹색성장이라는 미명 하에 진행하거나 계획중인 대부분의 사업은 기존의 성장일변도의 정책에 녹색이라는 이름만 붙인 꼴이라는 것이다. 더군다나 코펜하겐 기후변화 총회기간에 4대강 사업을 녹색이라는 이름으로 홍보하는 어이없는 일을 감행하였다.

금번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의 또 다른 문제점은 기후변화와 농업의 역할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없었다는 것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농업부문의 피해는 이미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서 확인되고 있다. 이상기후로 인한 농작물피해, 농지의 사막화, 농작물 재배 북방한계선 붕괴, 농작물생산량 감소, 병해충 증가 등은 농민들의 피해로 이어지고 기근의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논의에서 기후변화와 농업에 대한 의제화가 일부 논의되기는 했지만 결국 기후변화 총회에서 정식의제로 채택되지는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기후변화 총회 비공식회의를 통해 몬산토, 대규모 축산기업 등 초국적 기업들이 상당한 로비력을 행사하였다. 바이오연료 원료인 유전자조작 콩을 상업적으로 활용하려거나 탄소배출에 책임을 가지고 있는 축산기업이 자신들의 손실을 최소화 하려는 의도에서 말이다.

기업농들의 이러한 로비로 인해 농업을 ‘청정개발체제’로 편입시키자는 주장이 일부 나오고 있다. 전 세계 중소농은 배제되고 기업농이 주도하는 농업개발을 추구하자는 것이다. 산업화된 대규모 농업생산은 에너지를 과다하게 사용할 수밖에 없으며 GMO로부터 자유로운 생물 종 다양성을 보존할 수 없다. 또한 식량의 독점과 무기화로 기근의 악순환과 한 나라의 식량주권을 위협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시민사회.농민단체 힘 모아야

기후변화의 위험성은 인류의 파국을 논할 정도로 미래에 큰 재앙으로 다가올 것이다. 생태계 파괴, 식량문제 등 인간생활의 전 영역에 걸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기후변화 해결은 각국의 정상들이 모인 총회에서 어떻게 결정하고 강제하느냐도 중요하지만 대부분의 사회정의 실현과정이 그렇듯 기후정의를 실현하는 것에도 정치적 힘에 의한 치열한 대결의 장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농민단체와 시민사회 등 각계각층의 노력과 국제적 연대에 의해서 달라질 수 있다. 그것이 농민들을 비롯한 민중들의 삶과 권리를 보장받는 길이기도 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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