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선물시장이라구요?

  • 입력 2009.12.21 14:07
  • 기자명 한도숙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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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과 자본의 이익에 복무할 수밖에 없는 쌀 상품거래소 추진은 쌀 수급조절의 기능보다 농민을 비정규농업노동자로 전락시키고 말 것이다.

투기 대상으로 전락시키는 농산물

상품거래소는 무엇인가. 일반 시장처럼 물건을 사고 파는 형태를 이루기는 하나 대량으로 유통되는 상품을 취급하는 시장이다. 흔히 선물거래를 하므로 선물거래소라고도 한다.
품질이 균등한 상품, 장기간 저장할 수 있는 상품을 대량으로 거래하며, 특히 농산물이나 광물·원료 등 1차

생산품이 주로 거래된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시카코 곡물 선물거래소는 1919년에 설립해 2천500여 회원들이 곡물 선물거래를 하며 세계곡물 가격을 주무르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 2008년 6월27일 한국거래소에 상장한 농축산물 관련 상품선물인 돈육선물이 돼지플루가 확인돼 가격 급등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렇게 선물 시장은 농산물의 가격을 자본의 논리로 움직이게 함으로써 농산물을 투기의 대상으로 전락시켜버린다. 반면 1차 생산자는 유통라인을 거머쥔 거대자본에 포섭되어 낮은 가격으로 농산물을 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10일 ‘2010 경제정책방향민관합동 토론회’를 통해 내년 경제정책 방향과 과제를 발표했다. 농식품부는 이를 통해 쌀 수급안정과 농협개혁, 농식품 수출기반 확대 등의 과제 및 추진계획을 밝혔다.
주목하는 것은 쌀 유통구조선진화를 위해 대형 쌀 유통회사 설립과 상품거래소 도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쌀 대란은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러나 막상 쌀 대란이 현실로 다가오자 허둥지둥 ‘말 태우고 버선 깁는 식’의 정책들로 일관하고 말았다.

농민들의 요구를 묵살하며 나아가 비판적 목소리를 내는 농민단체에 재갈을 물리는 행위를 서슴치 않았다.
이제 와서 정부는 쌀 대란이 다시 발생하지 않게 하겠노라며 쌀 선물시장도입 이라는 정책을 내 놓았으나 이는 기업과 수출농업을 주도하는 자본에 의하여 철저하게 농업·농민을 궁지로 내몰아 새로운 위기를 만들어 낼 것이 분명하다.

지난해 전 세계를 강타했던 식량위기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자본에 농업.농촌을 맡길 것인가

농업에 있어 단기적 성장과 효율성은 나무를 보되 숲을 보지 못하는 것과 같다. MB정부의 정책은 모두를 자본 시장으로 내모는 것이다. 뒷간 소리는 요란한데 개 먹을 게 없다는 속담처럼 헛 삽질만 계속해 댈 것인가.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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