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울뿐인 캐나다 쇠고기 민간조사단

  • 입력 2009.12.14 11:42
  • 기자명 우희종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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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희종 교수>
캐나다 쇠고기 수입에 앞서 첫 민간조사단의 파견이 진행되었으나 최근 이것이 무산된 것에 대한 지난 9일 농식품부의 해명은 사실과 거리가 있다.

그동안 획일적인 보고서를 제출해온 정부조사단과는 달리 이번에는 캐나다에 대한 다양하고 종합적인 의견을 듣는 취지에서 농식품부에서 민간조사단을 기획하였고, 구성은 단장 및 두 명의 시찰자, 그리고 조사단을 수행할 농식품부 직원 1명으로서 총 4명이었다. 나는 두 명의 조사단 인원 선정을 단장에게 일임한다는 조건으로 단장을 수락하였다.

조사단은 앞으로 예상되는 쇠고기 수입 협상과 WTO 피소 대응 전략 마련을 위해서 캐나다에 대한 객관적 평가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였고, 따라서 그동안 상대국이 제시한 장소만 보고 온 정부조사단과는 달리 캐나다에 대한 총체적인 분석을 전제로 마련되었다.

조사단의 계획서에는 민간인에게는 공개되지 않는 외국의 쇠고기 작업장 점검뿐만 아니라 주무 관리 부서인 CFIA를 방문하고, 특히 인수공통전염병으로 전파되는 광우병의 특성상 캐나다 내의 vCJD 감시 기구와 관련된 정부 부처 간의 국가적 공조 체제와 방역 시스템을 확인할 예정이었다.

또한 EU 본부가 있는 브뤼셀에서 지난 달 열려 참석하고 왔던 ‘EU의 광우병 관련 위해성 분석 회의(EU TSE Roadmap workshop)’의 결과를 바탕으로 캐나다 방역 기준 설정 타당성과 이행 상태를 국제적 관점에서 비교 검토할 예정이었다.

한편, 식품에 대한 한 나라의 방역체제의 효율성은 실제 소비자와 각 이해집단 간의 위해성 인식과 소통구조(risk perception & risk communication)가 많은 영향을 주기 때문에 캐나다 정부와 소비자 간의 식품위험성에 대한 소통 체계 현황 뿐만 아니라 캐나다 국내의 NGO를 포함한 민간단체와의 의견 수렴도 필요했다. 이런 부분은 그동안 정부보고서에서는 전혀 다루어지지 않았던 부분이다.

그러나 인원구성을 일임하겠다던 농식품부는 조사단의 인원구성이 모두 끝난 후에 갑자기 다양한 시각이라는 명분으로 조사단의 한 사람을 정부시찰단이었던 교수로 대체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자신의 시각이 이미 정부보고서에 반영된 사람을 추가할 필요는 없었고, 정부측 인물이 포함될 때 민간조사단은 단지 정부조사단의 아류나 장식용으로 전락할 수 있다.

또 앞으로 있을 캐나다와의 협상에서 정부가 특정 의도를 지니고 민간조사단 보고서의 의미를 축소, 왜곡시킬 수 있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정부는 단장의 승인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차관의 허락을 받았다면서 그 교수의 동행을 계속 요구했다. 출국 3일전 정부 추천 교수도 동석한 최종회의에서 그 교수 스스로도 이번 조사에서 특별히 담당할 부분이 없고 또한 자신이 광우병 연구자도 아님을 인정하였기에 새삼 참석 공무원에게 해당 교수의 동참은 불가하며, 계속 동행을 요구한다면 조사단 임무 진행이 불가능함을 명백히 했다.

하지만 조사단의 재정적 지원은 정부가 하는 것이기에 누구를 보낼 것인지에 대한 최종 선택은 정부가 해야 한다는 점에는 모두 동의하였고, 출국 이틀 전인 다음 날, 농식품부는 단장을 포함해 그동안 한 달도 넘게 준비해온 조사단원들에게 비행기 표를 취소했다는 연락을 보냄으로서 첫 민간조사단을 해체하였다.

결국 정부는 최종적으로 그 교수와 수행직원 한 사람인 두 명으로 구성된 조사단을 파견하는 쪽을 선택하였고, 스스로 강조했던 다양한 시각의 조사단이라는 의미를 져버렸다. 그나마 최종 회의 중에 그 교수가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지 확인하는 과정에서 작성해 둔 조사계획서를 주었으니 그 계획에 따라 잘 살피고 오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이미 사전 연락되었던 시민단체들과의 회의도 취소되었고 조사단이라고도 할 수 없는 1인 파견이니 국고 낭비로 보인다.

한편, 이번 사태에 대한 농식품부의 해명자료를 보면 구성 조사단이 해외 작업장 조사 경험이 없다고 지적했는데, 그것이야말로 이번 민간 조사단의 취지였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쇠고기작업장은 민간인에게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정부조사단 참여자 외에는 해외작업장 조사 경험이 있을 수 없다.

따라서 굳이 해외 조사경험이 있는 사람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은 처음 취지와는 달리 진정한 민간조사단이 아니라 제2의 정부조사단을 만들겠다는 것에 불과하다. 어차피 해외작업장 사전 조율 등을 위해 농식품부 공무원 한 명이 수행인원으로 동참한 상태라서 굳이 유사 작업장을 이미 다녀온 교수가 특별한 역할도 없이 다시 참여할 필요는 없었다.

또, 해명자료에는 인원구성을 완전히 일임한다는 조건을 언급하지 않아 중간에 외부인원을 강요한 책임을 회피하고 있고, 특히 조사단의 취지나 역할에서 해당 교수에 대한 단장의 판단을 기다리지 않고 차관의 사전승인을 얻는 등 일방적으로 진행시킨 점에 대하여 사실과 다르게 말하고 있다.

굳이 다양한 시각의 민간조사단을 기획했다면 지금처럼 늘 정부조사단에 참여했고 이미 캐나다의 유사 장소를 다녀온 특정 교수 한 명을 파견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굳이 단 두 명으로 이루어진 조사단을 파견한 것은 앞으로 있을 캐나다와의 쇠고기 수입 협상에 있어서 정부가 어떤 자세를 지니고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이와 같은 정부의 일 처리와 “캐나다 쇠고기 수입을 원칙으로 한다”면서 협상 전에 우리 측의 카드를 미리 보여주는 불필요한 대통령의 발언도 함께 고려할 때 캐나다 쇠고기 수입이 작년 미국쇠고기 수입의 졸속 협상을 답습할 것 같아 우려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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