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지역농업의 경영협업화 방향과 과제

농업파탄·농촌붕괴, ‘협업’으로 돌파하자
순환재생산농업, 전통농업 복원, 도농 협력 등 지향
환경 보전, 농업 전후방 재생산 통해 국민농업 가능

  • 입력 2007.10.08 00:01
  • 기자명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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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진국 가야산 공동체 감사
[특별기고] -최진국 가야산 공동체 감사

현재의 농업파탄, 농민분해, 농촌붕괴 가속화를 ‘협업’으로 타개할 수 있다. 협업은 환경을 보전하고 농업의 전후방 재생산을 통한 지속가능한 국민참여농업, 통일농업의 든든한 보루가 될 수 있다.

농업파탄, 농민층분해, 농촌붕괴가 가속화 되고 있다. 이리하여 환경파괴, 재생산고리의 단절, 식량안보 위기가 격화되고 있다. 농가경제는 생산비와 부채의 증가, 소득감소와 가계지출의 증가, 담보,처분, 압류, 경매에 따른 재산 감소 등 ‘사중고’에 신음하고 있다.

국적불명의 오염된 수입농산물과 식품 때문에 우리 아이들과 소비자들의 건강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으며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접근권리마저 박탈당하고 있다. 이는 신자유주의 개방농정의 압력에 말려든 결과이며 초국적 자본의 착취와 중앙집중적 국가통제농업의 폐해가 초래한 비극이다.

가족농의 몰락, 비정규직의 양산, 계급양극화는 계층간 갈등과 사회적 분열의 주된 원인이 되고 있다. 이렇듯 신자유주의 개방농정과 저임금 구조조정은 역설적이게도 자본주의의 단점을 극명하게 노출시켜 주고 있다. 그 모순은 부메랑이 되어 노동자, 농민, 민중의 분노와 저항을 촉발시키고 있으며 그들에게 새로운 대안의 세상을 잉태시켜 주고 있다.

우리는 이제 절망과 분노를 뛰어넘어 대안의 농업, 희망찬 농촌을 찾아 나서야 하는 역사적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이 점에서 우리 힘으로 소비자와 함께 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우리식 농업경영 협업화는 희망의 대안을 설계하는 유력한 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농업경영의 협업화는 환경을 보전하고 지속가능한 국민참여농업, 통일농업의 든든한 보루가 될 것이다. 지역농업의 경영협업화는 지속가능한 환경농업, 순환 재생산농업, 전통농업 복원, 도농협력과 도시생태농업을 지향한다.

지역의 다양한 협업조직은 서로 돕고 더불어 살아가는 상생과 공존의 새로운 사회를 건설해 나가는 과정에서 난공불락의 진지가 될 것이다. 국내외의 다양한 협동조직, 협업조직, 공동체조직의 성공적인 사례를 보면서, 지역농업의 경영협업화전략이 반드시 승리할 수 있다는 확신을 키워 나가자.

위기가 곧 기회이다. 망가질 대로 망가진 우리농업을 새로 재건하고 농업 역사를 새로 써 보자.

1. 농업경영 협업화 왜 해야 하나

한국농정신문 김병태 고문(건국대 명예교수)은 농업경영의 협업화가 왜 필요한지 명쾌하게 설명한다. “소농경제 살 길은 이것 뿐이다” 세계무역기구, 자유무역협정이 재촉하고 있다.

가족농육성, 6정보 7만호 전업농, 기계화 노력 절감, 이것 저것 다 해 봤지만 되는 것이 없었다. 마지막 남은 길이 이 길이라면 해 볼 수밖에. 앞으로 살펴 보겠지만, 중소규모 가족농협업이 거대농업기업이나 대농장보다 생산비용을 더 줄이고 노동력 배치와 노동강도를 보다 효율적으로 조절할 수 있으며, 생활과 재생산에 필요한 인적·물적 자원을 조화롭게 활용할 수 있다.

낮은 단계에서부터 높은 단계까지 저비용 고효율의 상승효과를 지속적으로 또 창의적으로 높여 가기 용이한 농업 경영 형태이다. 인근 또는 광역권 지역내 다른 협업체와 상호보완적인 협력이 신속하게 실행되며 연합사업으로 자산활용을 극대화하고, 경영혁신의 상승효과를 보기 쉽다.

대부분의 건실한 협업조직들은 결산 후 잉여금을 구성원과 지역사회의 교육, 복리후생, 문화예술 등의 환원사업에 쓰고 있다. 심지어 재해나 영농실패로 생활이 어려워진 농가를 지원하고, 재기에 필요한 무이자 구제금융까지 지원하고 있다. 십시일반하는 협동정신을 끊임없이 함양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협업경영체의 사회적 기여는 지역사회 발전의 정신적 길잡이가 되고 물적 토대가 된다. 건전한 협업체는 서로 돕고 보살피는 민주적이고 평등한 사회운동을 촉진하고 상생과 공존의 연대를 넓힌다. 협업은 지역에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생명과 순환의 늪이 되지만 억압적 권력과 탐욕한 자본과 다국적 기업에게는 발을 디디는 순간 헤어날 수 없는 죽음의 늪이 될 것이다.

협업은 신자유주의 세계화 개방농정의 폐해를 극복하는 민중연대, 국제연대의 근거지가 될 것이며 투쟁의 배후진지가 될 것이다.

지역농업의 경영협업화가 창출하는 새로운 가치와 공공성, 역동성은 억압세력과 착취구조에 가장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무기가 될 뿐만 아니라 시장만능주의에 대항하는 시장 밖의 경제체제이며 교환가치가 공정하게 매겨지는 대안의 시장, 정의로운시장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소수만이 이기적으로 누리는 차별시장, 틈새시장의 한계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2. 지역농업의 경영협업체제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

우루과이라운드가 타결되고 세계무역기구에 편입된 이후 정부의 농업구조조정 정책은 비용을 절감하고 가격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규모화, 기계화를 통해 소수의 전업농 중심으로 농업생산주체를 재편해왔다.

결론적으로 그 정책은 명백한 실패로 나타났다. 정부의 농업구조조정정책은 목표로 했던 경쟁력 제고에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대다수 중소농은 물론이고 대농마저 경영위기로 내 몰았다. 규모화, 기계화를 통한 소수 전업농정책이 실패하자, 정부는 환경친화적 농업과 같은 품질경쟁력을 추가하는 방향으로 농업구조조정의 실패를 보완하려 했다.

그러나 현재의 시장지배체제 아래서 환경친화적 농업은 틈새시장에서만 가능할 뿐이다. 환경친화적이고 재생산보장의 지속가능한 농업의 전반적인 토대구축은 새로운 농업정책을 펴낼 수 있는 사회경제적 체제가 도입되어야만 가능할 것같다.

환경과 재생산을 보장하는 지속가능한 농업의 토대구축을 전면화하기 위해서는 자주자립적인 지역단위 생산협동체가 필요하다. 이러한 생산협동체는 지역의 농민이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협업생산체제를 통해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지역농업 경영협업 생산체제만이 식량주권, 농업의 다원적 기능, 지역살림 먹을거리 체계와 학교와 공공급식, 도농협력과 도시생태농업 등과 같은 공공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또한 환경과 농업과 식품의 조화, 지역균형발전과 지속가능한 사회발전의 모태가 될 수 있다.

3. 지역단위 농민의 협업생산체제 추진방안:아주 간단하고 할 수 있는 것 부터

협업경영생산체제는 일정지역내에 있는 농민이, 첫째, 개별적으로 소유, 이용하고 있는 농지, 농기계, 시설 등의 생산수단을 공동으로 이용하고 출자금을 결정한다.

둘째, 영농에 필요한 각종 농자재를 공동으로 구매한다.

셋째, 영농계획에 따라 적절하게 역할을 분담하여 가능한 한 농작업을 공동으로 수행한다. 마을별, 작목별, 규모별, 시기별 상황에 부합하는 분과와 책임자를 정한다.

넷째, 시장을 조사하고 판로를 확보하고 다변화한다.

다섯째, 생산물을 공동으로 선별, 포장하고 공동으로 판매, 정산한다.

여섯째, 매일 출하, 자금, 노동, 자재의 흐름이 빠짐없이 장부에 기록하고 노동은 시간을 따져 기록한다. (노임지급시 반영)

일곱째, 사업확대와 재투자를 위한 적립금 비율을 정하고 잉여금은 성원과 지역사회의 교육, 복리후생, 문화예술 등의 사회적 환원에 사용한다.

여덟째, 지역의 협업경영주체를 발굴, 육성하기 위한 교육사업을 실시하고 초기협업체를 지원하고 지역내 협업조직을 확대한다.

아홉째, 순농업생산소득과 노임만으로는 부족한 소득증대사업과 지역고용증대를 위해 저장,가공, 물류, 유통사업을 결합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이밖에도 많은 과제가 있으나 몇 가지만 살펴보자. 협업조직은 성원들의 단결과 회칙준수가 생명이다. 이익을 앞세우기 보다 공존과 지역발전이 더 중시되어야 한다. 회원 가입시 나는 공동의 이익을 위해 노력하며, 항상 이웃과 함께 하며 지역사회에 봉사한다는 등의 서약을 받는다.

협업은 공동체를 지향하는 만큼 남녀 모두 참여한다. 가입 후 1년 내에 또는 일정 기간 안에 친환경농업 인정을 받도록 하고, 유기순환농업을 다품종으로 재배하도록 안내하며 작목위원과 인정위원을 둔다. 회의를 3회 불참하면 제명한다든가 상벌규정을 가능한 엄격하게 적용한다. ‘

필요한 만큼 이상 필요 없다. 할 수 있는 사람과 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만 필요하다.’ 지금 온 세계로부터 찬사를 듣고 있는 쿠바의 협업에 의한 유기농업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으리라. 쿠바인들의 영원한 정신적 지도자인 ‘호세 마르띠’ 선생의 말이다. “비록 우리는 가난하지만 행복하다.”

 


최진국 씨는 지난 1999∼2000년까지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을 지냈으며, 현재 경북 성주군 가야산 공동체 감사와 대가면 참살이 작목회 대표를 맡고 있다. 경북 성주에서 부인 윤금순 전국여성연대 공동대표와 참외농사를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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