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에서 토끼의 간을 읽는다

  • 입력 2009.11.30 12:57
  • 기자명 이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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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의 시인이자 언어학자인 정희준 선생이 해방공간에 쓴 <가장 오랜 토끼 전설>을 읽었다. 이 우화는 인도설화에 뿌리를 둔 불전실화가 우리나라에 들어와 토착된 것으로 <삼국사기> 김유신 열전에 기록되어 있다.

원래는 불교 쪽에서 교훈적 의미였으나 조선 후기에 소설과 판소리로 개작되면서 사회 풍자적의 성격이 강해졌다. 즉, 후기 조선 왕조의 지배체제가 위기에 이르렀다는 것을 병든 용왕을 나타내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토끼전>은 무고한 백성(토끼)을 함부로 희생시키는 용왕과, 오로지 충성만을 맹세하는 우직한 신하 거북을 풍자와 해학으로 그린 멋진 고전이다.

<토끼전>은 우리가 어렸을 때 읽었던, 동물을 의인화 한 조선 후기 우화소설인데 그 종류가 워낙 다양하다. 국한문 혼용 34종, 한문 필사본 4종, 판본 2종, 활자본 5종, 판소리 개작 및 전사본 10종 등을 포함해 총 55종의 이본이 전한다.

제목은 이본에 따라 <별주부전>, <토별가>, <수궁가>, <퇴별전>, <퇴별가>, <토의 간>, <토끼의 간> 등으로 다양하게 불린다. 정희준 선생의 <가장 오랜 토끼 전설>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백제가 신라 땅 대량주(大梁州)를 빼앗아 갈 때, 김춘추의 딸이 남편과 같이 백제 군사의 손에 죽었다. 백제를 칠 힘이 없던 신라는 고구려에 청병을 하기 위해 김춘추를 보낸다. 김춘추가 고구려에 들어가자 왕이 말했다.

“오늘엔 신라 땅이 되어 있는 마목현(麻木峴)과 죽령(竹嶺)은 본래 우리나라 땅이니 곧 돌려보내오.”
김춘추는 거침없이 대답을 했으니 그 말이 곧 죽음으로 가는 길이었다.
“나라의 땅은 신이 마음대로 할 수 없습니다.”

고구려왕은 크게 노하여 춘추를 당장에 가두고 죽이려 하였다. 춘추는 옥중에서 고구려로 오다가 대매현(大買縣)이란 땅에서 두사지란 사람이 준 비단 삼백 필을 뇌물로 썼다. 고구려왕이 총애하는 선도해에게 몰래 보냈더니 이 사람이 주안상을 차려와 술을 마시다가 거나하게 취하자 농담처럼 이런 이야기를 했다.

“옛날 동해바다의 용녀가 병이 들었는데 의원의 말이 토끼의 간만 있으면 낫게 하지요. 그래서 한 거북이 토끼의 간을 구하기 위하여 육지에 나와 마침 토끼 한 놈을 만났습니다. 거북은 곧 토끼를 붙들고 이렇게 꾀었습니다.

“내가 사는 바다 가운데 한 섬이 있는데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고 수풀도 무성할 뿐 아니라, 맛있는 과실도 또한 많답니다. 나와 같이 그 낙원에 가서 살지 않겠습니까!”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토끼는 그만 그 꾐에 빠져 거북등을 타고 용궁으로 가게 되었다. 거북은 너무도 좋던 나머지 중도에서 그만 바른말을 하고 말았다. 토끼는 그 말을 듣고는 태연자약하게 거북에게 말을 건넸다.

“여보 거북님! 그렇다면 잊어버린 것이 있소. 다름이 아니라, 우리는 하느님의 자손이라 마음대로 오장을 내고 넣고 하는 줄을 아직 당신은 몰랐으리다. 오늘은 마침 답답하여 간을 내어 씻어서 바위에다 마르게 두었는데! 그럼 도로 가서 그것을 가지고 오십시다 그려.”
거북은 그만 곧이듣고 그 간을 가지러 다시 육지로 나왔다. 육지에 닿자 토끼는 냉큼 거북등에서 뛰어내리며 말했다.
“이 어리석은 녀석아.”

수궁과 육지를 배경으로 한 <토끼전>은 4대강 사업을 막가파식으로 밀어붙이는 이명박과 그 신하들을 떠올린다. 아니 영판 닮았다. <가장 오랜 토끼 전설> 보다는 조선 후기에 개작된 <토끼전>과 판소리에서 이명박은 판박이다. 백 번 뜯어고쳐 생각해보아도 납득이 가지 않는 이명박의 4대강 살리기는, 이치에도 맞지 않는 토끼의 간으로 병을 고치려는 용왕과 거북, 문어들을 떠올린다. 감언이설로 유혹하여 백성(토끼)들을 용궁으로 데려 가려는 거북과 같은 한나라당과 정부 관료들을 보라.

‘토끼’는 두 얼굴의 백성이다. ‘청산녹수 맑은 물에 씻어 감춰 두었’다는 토끼 간은 우리 국민들의 양심이다. 누구도 이명박의 속임수에 간도 쓸개도 다 내주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무조건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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