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길 먼 청색 장미 품종 개발

  • 입력 2009.11.23 12:12
  • 기자명 이수영 농업연구사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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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일본 기후현에서 열린 5차 장미 국제심포지엄에 참가, 장미 형질전환 연구 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다. 당시 일본 선토리(Suntory)사 기초과학연구소의 장미 형질전환 연구자로부터 “형질전환 기술에 의해 개발된 형질전환 품종을 상업화하기에 앞서 필드 테스트(Field Test)를 거쳐, 현재 농가에서 증식중인 장미 형질전환 청색품종이 시장출시를 앞두고 있어 9월 또는 10월에 상업화할 예정이다”라는 말을 전해 들었다.

또한 선토리 사 측에서 발표한 청색 장미 형질전환 품종을 개발하기까지의 일련의 과정을 담은 포스터와 샘플로 꽃병에 전시한 푸른 장미 품종도 직접 보았다. 그런데 내가 기대했던 청색과는 달리 연보라색이었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 보유하고 있는 정원용 장미 유전자원 중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색이었다.

꽃의 파란색은 ‘델피니딘’이라는 색소로 인해 나타나지만, 장미에는 빨강과 노랑 색소만 있고 꽃잎에 ‘델피니딘’ 색소가 없기 때문에 파란장미가 없다. 선토리 사는 파란색 꽃잎을 가진 팬지로부터 델피니딘 색소 유전자를 추출한 후 장미에 적용하는 방식을 사용하였다고 한다. 1990년 호주의 플로리진사와 공동으로 청색 장미 연구를 시작하여 2004년에 형질전환체 개발에 성공하기까지 300억원을 투자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일본의 청색장미 품종 개발 연구자와의 대화를 통해 알게 된 사실 중에서 고무적으로 생각되는 두 가지가 있었다. 첫 번째는 장미 형질전환체 개발에 있어 중요한 체세포배발생 캘러스(종자와 같은 능력을 가진 캘러스로 잎, 뿌리 등의 절단면을 배양하였을 때 절단면 주위에 형성됨)를 다수 품종으로부터 획득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장미 형질전환은 체세포 배발생캘러스에 화색 등 유용형질 조절 유전자의 도입을 통해 이루어졌다. 카네이션의 보라색 형질전환 품종이 1990년대 중반에 호주의 플로리진사(현재는 선토리 사의 자회사)에서 상업화에 성공한 반면 14년이 지난 현재에서야 장미의 형질전환 품종이 상업화에 이른 데에는 장미의 경우 체세포배발생 캘러스 유도능력이 품종마다 다를 뿐 아니라 그 유도 능력을 가진 품종의 수가 극히 제한적이어서 다수 품종으로부터 배발생 캘러스의 획득은 쉬운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선토리 사는 이러한 체세포배발생 캘러스를 적지 않은 수의 품종으로부터 획득해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들에 화색 유전자 도입 발현에 성공한 형질전환체를 다수 확보하고 있었다.

둘째는 장미 형질전환 연구자의 연구경력이었다. 국가연구기관도 아닌 사기업체 연구기관에서 성과 없이 20년 동안 장미 형질전환 연구를 수행하고 있고 현재도 더 나은 청색장미를 개발하기 위해 연구 중 이라는 것이다. 지난달 26일에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개최된 제4회 식물과학협의회의 기조강연으로 초대받은 일본의 청색 장미 품종 개발 책임자인 요시카주 타나카(Yoshikazu Tanaka) 박사는 2010년에 상업화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앞서 선토리 사 관계자가 아야기한 청색 장미의 상업화 예정 시기와 달라, 청색 장미 품종의 시장 출시가 불분명한 것이 아닌가라는 의구심도 들긴 하지만 일본에서는 지금도 더 나은 청색 장미를 개발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일본은 개발에 성공한 청색장미를 우리가 개발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답하기 쉬울 것 같지만 어려운 질문이다. 17년간 화훼작물의 생명공학연구를 담당해온 연구자로서의 대답은 다음과 같다.
“세계 1등을 꿈꾸며 연구하는 연구자, 장기적인 연구비 지원, 성급한 연구성과를 요구하지 않는 평가체계가 맞물려 돌아간다면 똑똑한 대한민국의 연구진이 해내지 못할 부분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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