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아비

  • 입력 2009.11.23 11:58
  • 기자명 한도숙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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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의 아들 이름을 묻는 재치 넘치는 우스개 소리가 유행했던 적이 있었다. 그것이 왜 유행했는지에 대해선 논하지 않겠다. 다만 만추에 농촌 스러움을 더하기 위해 그냥 모양으로 서있는 한 떼의 허수아비를 보며 지난 시절 한 톨이라도 더 만들기 위해 참새를 쫓으려 세웠던 것을 생각하니 만감이 교차하지 않을 수 없다.

23만톤 매입으로 쌀값안정?

그러나 지금은 제 역할보다는 부업을 하고 있는 허수아비는 알록달록 광대옷을 해 입고 어울리지 않게 빈들과 빈마을을 지키고 있는 것이 씁쓸할 뿐이다.

통계청 발표를 보면 올 해 쌀 생산량은 예상보다 많아 491만6천 톤에 이른다고 한다. 따라서 농식품부는 즉각 23만 톤을 더 사들여 격리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니 올해 산 추가수매분 까지 모두 합하면 내년도 누적 재고분량은 100만 톤이 넘을 것으로 추산돼 재고를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정부의 관건이 되고 있는 것이다. 재고분이 있는 한 쌀값의 계절진폭을 믿고 쌀을 사들일 민간 도정업자는 없을 것이다. 정부는 23만 톤을 사들인다는 발표로 현장에서 안정감이 확산되어 시세가 회복 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으나 농민들은 ‘여드레 삶은 호박에 송곳도 안 들어갈 말’로 여기고 있다.

지난 17일 전국의 농민들이 가을 일손을 멈추고 여의도를 달구었다. 일부농민들은 대통령이 해결책을 내놓을 것을 주장하며 청와대로 삼보일배를 진행하기도 해 농민들의 심기 불편함과 농업의 미래가 밝지 못한 것을 항의하기도 했다. 연례적으로 하는 행사라고 비아냥대는 농식품부의 대책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장관은 진정성을 갖고 쌀값문제를 바라봐야 한다. 농식품부 장관은 국민들에게 안전한 식량과 먹을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며 농업의 유지발전 및 농민의 삶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장관이 정치논리에 매여 정책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그 순간 농업의 미래는 담보되지 못하고 농민들은 삶의 언저리를 배회하는 유랑민이 되고 마는 것이다.

인도적 차원의 차관형태를 통해서 대북지원을 할 수 있도록 정책 건의를 해야 한다. 이것은 통일을 대비해서 우리농업의 미래를 내어다보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며 우리농업의 중요성을 재삼 확인하며 국민들이 농업을 지켜야한다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대국민 선언적 의미도 함께 갖는 것이다.

쌀 대북지원 정책 건의해야

경제적 논리에서도 이미 확인되고 있는 대북쌀지원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한 나라의 농업정책을 만드는 주무 장관이 소용없어진 빈들을 지키는 허수아비 노릇을 해야 하겠는가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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