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는 진정한 농민의 소리를 경청하라

  • 입력 2009.11.09 10:55
  • 기자명 윤석원 중앙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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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금의 농식품부를 보면 심히 걱정되는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그 중에서도 농민이나 전문가 집단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면 치기(稚氣) 까지 느끼게 한다. 맘에 드는 농민단체나 전문가들만 모아 놓고 무슨 위원회를 한다고 법석을 떠는가 하면, 농협개혁을 한답시고 농협개혁위원회를 거창하게 출범시켜 놓았으나 장관이 아닌 위원들에 의해 해체되는 정말 웃기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잘못된 농식품부의 대농부 시각

더욱이 농민단체들을 이간질하고, 농민이나 농민단체들의 시위나 요구조건을 이념논쟁으로 매도하는가 하면, 최근 쌀가격 폭락사태와 관련해서도 ‘쌀값과 관련성이 적은 계획적이고 연례적인 행동’이라거나, ‘농민들의 행동이 농정현안 해결보다는 대북지원과 투쟁기금을 확보하기 위함’이라든가, ‘농업 정책에 대한 갈등이 농민단체의 수가 너무 많아 이해조정이 힘들기 때문’이라고도 하고, ‘자금 지원이 끊긴 농민들이 투쟁 기금을 확보하기 위한 방편으로 쌀투쟁을 하고 있다’는 등의 시각은 정말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물론 농민단체들의 집단행동이 때로는 조금은 과해 보일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집단행동이 왜 나오게 되었는지, 왜 나올 수밖에 없었는지를 적어도 농식품부는 헤아려 보려고 애써야 하고, 그 내면의 진정한 고뇌와 아픔을 성찰해야 한다.

그럼에도 농식품부는 이해는커녕 한 술 더 떠 경찰과 국정원에까지 협조를 의뢰한 문서가 들통이 나는 정말 해괴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어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일련의 농식품부의 행태는 기본적으로 현장을 모르거나 왜 농민들과 소통해야 하는지, 농민들은 왜 분노하는지, 농민들은 왜 정부에게 이런 저런 요구를 할 수 있는 것인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 무지의 소치이다. 겉으로 드러난 행위만을 문제삼을 것이 아니라 왜 그런 행동들이 나올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본질적인 이해와 접근이 필요함에도 가리키는 곳은 볼 생각도 안하고 손끝만 바라보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농민들의 분노는 본질적으로 정부의 현실인식에 대한 불만에서 온다. 우리의 농정은 WTO체제나 자유무역협정(FTA)이 난무하는 세계경제 틀 속에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러한 세계경제의 흐름을 빌미 삼아 농업·농촌·농민 문제를 간과하고 오히려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는 분야로 폄하하거나 농업·농촌이 지닌 특수성, 즉 식량주권, 식량안보, 다원적 기능 등 경제논리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엄연한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저항이다.

뿐만 아니라 WTO체제에 대한 저항이다. 일반적으로 WTO는 시장지향 자유무역을 통해 인류 전체 후생을 증대시키고, 농산물시장 개방과 자유화를 통해 식량 문제와 기아·빈곤 문제를 해결하며, 관세와 가격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보조금(Amber Box)은 없애거나 축소하는 등 농산물도 예외가 아니라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WTO체제 하에서도 농가소득이 큰 폭으로 감소하거나 농업의 다원적 기능에 대한 보조(Green Box)와 생산 감축을 통한 보조(Blue Box)는 가능하다. 미국, EU, 캐나다 등 선진 농산물 수출국은 여전히 수십 년 전부터 과잉생산구조가 지속되는데도 막대한 규모의 각종 보조금을 투입하고 있다. 이렇듯 미국을 비롯한 식량수출국은 자국의 농업과 농민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우리나라와 같은 식량수입국에게는 물불 가리지 않고 농산물 시장을 개방하라는 압력을 지속적으로 가하고 있다.

이중적이라는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미국 정부는 농민·농업 보호에 앞장서고 있는 데에 비해 우리 정부의 농정과 농업·농촌·농민 문제인식은 전혀 그렇지 못한 것에 대한 저항이자 분노이다.
주식인 쌀 가격이 폭락하여 농민들이 아우성인데도 경제원론적인 얘기만 되 내이는 정부에 대한 저항이며, 특히 행정부와 입법부, 그리고 주요 언론 등 우리사회 지배계층의 몰염치와 몰이해에 대한 저항이다.

농민 속에 들어가야 해답 있다

이러한 농민들의 이유 있는 저항을 조직 이기주의로 매도하거나 골치 아픈 존재로 인식해서는 안된다. 소통해야 할 대상으로 보지 않고 정책집행의 걸림돌로만 파악해서는 각종 농정이 성공할 수 없다. 성공은커녕 우리 농업·농촌을 망칠 수도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농민들 속으로 들어가 그들의 소리에 귀기울여야 한다. 해답은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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