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이 왜 내 땅에서 직불금 받아요?”

  • 입력 2009.11.04 18:45
  • 기자명 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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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재지주의 불법적인 농지 소유와 벼 농사 농민들의 소득 보장을 위해 도입된 논농업직불금. 그러나 결과는 참담 했다.

부당직불금을 수령한 지주를 신고한 농민의 직불금은 농민이 아닌 국고로 들어 갔고, 주변의 농민들은 오랫동안 농사 짓던 농지를 빼앗겼다.

제도개선을 목표로 일벌백계를 통해 부재지주들의 땅투기를 근절 하겠다며 큰 소리리를 쳤던 국회의원들은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면서 예정된 청문회 조차도 무산 시켰다.

또다시 1년이 지났다.

그러나 변한건 아무것도 없다. 개선된 제도는 오히려 2중 3중으로 농민들을 더 괴롭히고 있다. 자경 증명을 위해 부재지주들의 농자재 구입 영수증까지 첨부 해야 하고 얼굴도 모르는 지주로부터 도장을 받아야 한다.

결국 지난해의 직불금 소란은 발각된 부재지주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적당히 법을 피해갈 수 있는 ‘민방위훈련’에 불과 했다. 솔직하게 신고한 양심적인 부재지주들과 농사를 짓는 농민들만 피해를 본 꼴이 되었다.

‘민방위훈련’으로 부재지주들은 숨는 장소와 방법을 알게 됐고, 농민들에게는 논을 빼앗기지 않으려면 부재지주와 타협 해야 한다는 것을 암시 해 주었다.

2009년 가을.

농민들은 지난 10월까지 신청된 직불금 신청서를 확인 하느라 바쁘다. 자신이 신청한 직불금 내역이 정확한지 확인 하는 작업이 진행중이다. 기한은 11월 6일까지다.

그러나 농촌은 지금 보다 더 진화된 직불금 파동을 겪고 있다.

경기도에서 5,600평의 논농사를 짓고 있는 이모(76세)씨는 2006년부터 하모(55세)씨의 논940평을 경작해 왔다. 그 전부터 짓던 논으로 2005년 하씨가 논을 구입 하면서 지주만 바뀌었다. 하씨는 이씨의 통장으로 매년 직불금을 입금해 주었다. 올해에도 1월 2일 23만원을 이씨의 통장으로 입금 했다.

그런데 갑자기 문제가 생겼다. 올해에는 직불금을 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하씨가 직불금 신청서에 도장을 찍어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씨가 여러번 찾아가 이야기를 했지만 하씨가 도장을 찍어 주지 않자 이씨는 이를 본사에 제보 했다. 직불금을 받지 못하게 방해 하고 있는 지주가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것이다.

이씨는 아직 행정기관에는 신고를 하지 않았다. 지주가 마음이 바뀌어 직불금을 돌려 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서다.

그러나 이씨의 기대는 이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씨가 직불금 제도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씨는 신문사와의 통화에서 자신이 직접 자경을 했다고 말했다. 이씨가 소작인 아니냐는 질문에도 “봄에 모내기를 부탁 했고, 가을에 벼베기를 부탁 했다”고 말했다. 이씨에게 왜 도장을 찍어 주지 않았냐는 질문에는 “왜 그 사람이 내 땅에서 직불금 받아요?"하고 반문 했다.

이에 대해 이씨는 말도 안되는 소리 라면서 그동안 하씨가 받아 돌려준 직불금이 입급된 통장을 증거로 제시 했다.

현재 이씨가 농사 지은 벼는 모 시에 있는 농협 RPC에 톤백 9개와 동네 정미소에 톤백 3개로 나뉘어져 보관 돼 있다. 물론 소유자는 이씨로 되어 있다.

이씨는 하씨가 끝까지 직불금을 돌려 주지 않을 경우 정식으로 행정 기관에 고발 한다는 방침이다.

이씨가 신고를 할 경우 하씨는 재산상의 커다란 손해를 입게 된다. 2005년에 구입 한 하씨의 논이 농지법에 저촉이 되기 때문이다. 농지법은 자경을 하지 않는 사람은 1996년 이후부터 농지 취득을 못하게 되어 있다.

농식품부는 농가등록이 완료 되는 2010년 이후부터는 이러한 문제가 더 이상 발생 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이를 믿는 농민들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농민들은 농식품부가 현장을 전혀 모르고 있다고 생각 하고 있다. 현장과 상관 없이 농정이 펼쳐 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의 직불금 사태와 올해의 쌀대란에 대한 농식품부의 엉뚱한 대책이 농민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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