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잘못된 습관 몇 가지

  • 입력 2009.11.02 11:29
  • 기자명 이중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얼마 전 어떤 자리에서 ‘짜장면’과 ‘쇠고기’ 표기 문제를 가지고 두 사람이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바람에 곤욕을 치른 일이 있었다. 농 삼아 먼저 시비를 건 쪽은 농사짓는 선배였고, 마치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이 장사꾼 후배가 거들면서 말로 치고 박는 싸움은 길게 이어졌다.

그들이 주장하는 말을 요약하면 이렇다. 표준말에 복무해야 할 시인이 왜 자장면을 ‘짜장면’, ‘쇠고기’를 ‘소고기’로 써서 왜곡시키느냐, 당신 시에는 영천 사투리가 너무 많고 그 내용이 어두워서 다른 사람에게 권하기가 두렵다는 것이었다. 나는 웃음을 삐질삐질 흘리면서 잠자코 들었다. 그들은 아예 나를 반체제 시인쯤으로 여기는 태도였는데도 나는 그것이 별로 기분 나쁘지는 않았다. 반체제 시인으로 불려 진다는 건 얼마나 큰 영예인가. 그러나 그 영광스러운 자리는 너무 멀고 높은 곳에 있으니 나 같은 소인배가 어찌….

‘짜장면’은 오래 전부터 우리나라 글쟁이들 사이에서 논란이 있었던 문제이기도 하다. 우리말은 본래 글말이 아니라 입말이기 때문에 나는 자장면은 잘못된 표기라고 생각하여 굳이 ‘짜장면’으로 발음하고, 그렇게 쓴다. 그리고 ‘쇠고기’나 ‘소고기’는 둘 다 표준어이다. 그런데 왜 발음하기 좋은 입말인 ‘소고기’를 굳이 ‘쇠고기’로 쓰는지 나는 그 이유를 알다가도 모르겠다. 언론이 그렇고 시인 작가들도 오로지 ‘쇠고기’로만 쓴다. 그래서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소고기’는 잘못된 표현으로 알고 있다. 얼마 전 농정신문에서도 내가 ‘소고기’로 써서 보낸 원고를 ‘쇠고기’로 고쳐놓아 항의를 했는데도 일주일 만에 또 그런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작가의 실수가 아니라면, 자기가 쓴 글이 수정 당했다면, 그건 치욕스럽다.

발설을 해도 되는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정읍농민회에서 20년사를 편찬하는데 분에 넘치게도 내게 문장을 좀 다듬어 달라는 부탁을 해왔다. 이십 년 역사를 압축해 놓은 글들이 얼마나 딱딱하고 또 건조할지 읽지 않고도 뻔히 보였다. 이 나라 많은 시인 작가들이 쓴 글에도 잘못된 문장들이 넘쳐나는 편인데 농사꾼들이야 오죽하겠는가, 하는 선입견을 갖고 읽어보니 어라, 의외였다. 그것은 20년사를 맡은 실무자들이 그만큼 정성을 들였다는 반증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가을 하늘에 구름이 없을 리 없고 옥엔들 티가 없으랴.

우리말에는 조사 ‘-의’를 많이 사용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지금 당장 무슨 책이든지 무작위로 한 권을 골라 펼쳐보라. 조사 ‘-의’가 한 문장에 얼마나 많이 사용되고 있는지를. 이런 글쓰기가 어릴 때부터 몸에 배어 있어서 ‘의’가 빠진 문장을 읽으면 왠지 어색해서 상당히 어색할 것이다. 여기에서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은 건, 우리말은 글말이 아니라 입말이다. 그래서 글을 쓰더라도 입말로 써야 제 맛이 난다. 하지만 사람들은 입말을 버리고 글말을 쓰고 있는 게 우리 현실이다. 그래야 어딘가 모르게 유식해 보이니까 소나 개나 그쪽으로 따라간다. 무슨 뜻인지를 잘 알 수 없는 번역투의 표현들, ‘읽혀진다’,‘보여진다’와 같은 피동형 문장들이 너무 많이 쓰이고 있다.

언론이나 학계에서 심한 경우는 ‘-화’, ‘-상’, ‘-적’, ‘-성’ 같은 중국 말투이다. ‘습관화 되었다’는 말은 ‘습관이 되었다’로 고치면 된다. 그렇지 않으면 ‘-화’라는 글자 때문에 ‘-이 되다’는 말이 두 번이나 겹치게 된다. ‘-적’은 일본에서 잘 쓰는 중국어 토씨로 우리는 너무 오래 써온 말이라 쉽게 고쳐질 수는 없을 것이다. 모든 언론이 그러하니 농정신문인들, 위의 지적을 피해갈 수는 없으리라.

하나만 더 지적하자. 나는 대학생 출신들이 농민회로 유입되던 초기부터 그들이 입만 열면 버릇처럼 사용하던 ‘총화’니 ‘하방’이라는 말들을 싫어했다. 그래서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윽박질러 면박을 주곤 했었다. 총화는 우리가 사용하지 않아 버려진 한자말이다. 그리고 하방은 중국말로 모택동이가 대륙을 장악하고 간부들이 부패해지자 그들을 지역으로 내려 보내 거듭날 수 있도록 했다는 데에서 나온 말이었으나 와전되어 쓰이고 있었다. 내게 주어진 자리라고 해서 함부로 주절거리지나 않았는지 모르겠다.

이 작자가 너무 ‘아는 체’하는 것으로 읽혔다면 정중하게 머리를 숙인다. 나 역시 자주 잘못된 문장을 남발했었다. 그건 순전히 게으름 탓이다. 두어 번 더 읽어보고 수정하지 못했으니까 말이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