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다’

  • 입력 2009.10.27 13:53
  • 기자명 한도숙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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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에 없는 속어로 ‘쪼다’는 뭔가 모자라 보이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세상물정을 모른다든가, 남의 말에 잘 속아넘어간다든가, 자기주장이 확실치 않은 사람을 가리킨다.

부글부글 끓고 있는 ‘농심’

그런데 놀랍게도 이‘쪼다’라는 말도 유래가 있단다. 고구려 장수왕의 아들 이름이 ‘조다’라는 것이다. 아버지 장수왕은 광개토대왕의 뒤를 이어 70여년간 왕 노릇을 하며 고구려의 최전성기를 만들어 냈다. 하지만 아들인 ‘조다’는 태자로 책봉만 된 채 90이 넘어 수를 다한 장수왕보다 먼저 죽었기에 왕을 하지 못하고 자기 아들이 보위를 물려받았다. 그래서 자기 역할을 하지 못하는 사람을 ‘쪼다’라고 부른다는 것이다.
농촌 현장을 다녀 보면 쌀이 과연 화두이다. 모든 농민들이 쌀 걱정으로 시름이 깊다. 벼는 베어야겠는데 농협이 가격을 결정하지 않고 미적거리고 있으니 기계를 댈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농심이 흉흉하다. 어떤 농민들은 농민회가 뭐하고 있느냐며 볼멘소리를 한단다. 농심이 바글바글 끓고 있는 것이 확연하다.

그런데도 한나라당은 농민들의 정서를 누군가 조정하고 있는 것으로 호도하고 있다. 정부는 농민들의 호소를 들은 체 하지 않고 어깃장을 놓는 듯 하다. 쌀값은 시장에서 결정하는 것이라고 시장원칙론만 되풀이하고 있다. 미곡수매정책이 정부 주도 하에서 농협으로 전환된 후로 농협의 부담이 늘어난 탓에 농협 또한 전전긍긍하고 있다. 농민들이 한해 쌀 수매가격은 농가경제의 버팀목이 된다. 월급쟁이들이 연봉으로 천만원이 잘려 나간다면 가만히 있겠는가? 행동에 나서야 한다.

잘못된 정책을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로 말해야 한다. 일단의 농민들이 적재투쟁이나 논갈아엎기 투쟁을 바라보며 남의 팔매에 감 떨어지길 기다려서는 안 될 것이다. 내가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 찾아서 스스로 앞가림을 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농정이 중앙정부의 결정으로 획일적으로 집행되고 그 정책의 폐해를 고스란히 농민들이 받아 안고 살아 왔다면 이제 달라져야 한다. 정책 당국이 잘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 단호히 “아니오” 라고 말해야 한다. 농정을 우리 손으로 만들어야 한다.

단호히 “아니오”라고 말하자

일부 농협조합장들이 결단을 하고 나서는 분위기다. 그냥 있다가는 모두가 공멸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쪼다’가 되지 말아야 한다. 농민으로 전체 국민의 식량을 책임지는 주인답게 기회를 놓치지 말고 모두 “아니오”라고 소리치자.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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