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는 밭직불제 시행의지 밝혀라

  • 입력 2009.10.19 18:15
  • 기자명 오은미 전북도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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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10월 전라북도의회는 전국에서 최초로 논밭작물직불금 지원조례를 제정했다. 조례제정과정에 곡절이 많았지만 전북이 농도라는 이유와 농민들의 90%이상이 조례제정에 찬성하는 입장에서 반대할 명분이 뚜렷하지 않았기에 울며 겨자 먹기식(?)의 조례가 만들어졌다.

전북도에서 2001년부터 지원된 쌀직불금은 단체장의 재량으로 지원여부가 결정되면서 불안정했던 제도가 제도적 장치로 안정적 지원을 할 수 있는 근거와 무엇보다 밭작물에 대해서도 직불금을 지원할 수 있는 제도가 만들어졌다는 것이 큰 의미가 아닐 수 없다.

특히 밭직불금지원은 도지사의 선거공약사항이기도 하여 많은 농민들이 기대를 갖고 있지만 전라북도는 여전히 아무런 대책과 계획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그래서 필자는 조례제정 1년이 되도록 무대책으로 일관하는 전북도에 대해 ‘현재 62억원인 쌀직불금을 200억원으로 증액 지원하는 것과 밭직불금 예산편성, 쌀값대책을 촉구’하며 지난 9월 9일부터 29일까지 21일간의 단식투쟁을 진행했었다.

그러나 쌀값대란의 소용돌이를 겪고 있는 농민들의 분노와 농민을 대표하는 의원의 단식에도 불구하고 전북도는 분명한 답변보다는 10월 중순이후 농민단체와의 논의를 통해 결정하겠다는 약속으로 마무리했다.
쟁점이 되고 있는 밭직불금지원에 따른 전북도의 입장은 ▲농가소득 보전에는 찬성하나 분산식 소액 지급은 효과미흡 예상 ▲예산 지원시 농업경쟁력 제고와 연계되지 않고 또한 대다수 소규모 농가에게 주는 혜택은 미약하여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초래 등의 여러 핑계를 들어가며 시행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중앙정부가 2010년부터 밭직불금제를 시행하겠다는 발표만 해놓고 구체적인 방안에 대한 대책마련이 없는 상황에서 실현가능성이 요원한 것이 현실이다. 설령 정부정책이 실현된다 하더라도 지자체는 조례까지 제정된 제도를 중앙정부 핑계를 대면서 시행을 외면하는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인 것이다. 또한 밭작물에 대한 품목별 기준단가를 정하여 품목별로 직불금을 지원하겠다는 발상은 아예 지원의도가 없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밖에 해석할 수 없다.

밭작물의 품목을 헤아릴 수 없고, 밭작물의 특성상 1년이면 2모작 이상도 가능하고 한 배미에 여러 가지 품목을 경작하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품목기준을 어떻게 정할 것이며, 해마다 바뀌는 품목에 대한 행정적 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행정적 발상의 전환과 시행 의지가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해 전농 전북도연맹에서 농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작목에 상관없이 밭을 경작하면 지급되는 고정직불금 방식이어야 하며, 다양한 작목, 상이한 영농조건, 급격한 가격 변동에 대응한 작목별 지급체계를 갖추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품목별 지급체계 도입은 안 된다고 나와있다.

또한 서류상 지목이 아닌 실제 경작 사실에 따른 지급체계를 갖추어야 하며 지급면적 상한제 등을 두어 대규모 기업농에게 직불금이 몰리는 경우를 막아야 한다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다.

그동안 규모화, 조직화, 브랜드화를 내걸고 농업을 무한경쟁의 소용돌이로 내몰면서 소수의 독농가나 대규모 농가 또한 농업관련 사업자에 지원이 집중된 것이 농업경쟁력의 현주소였다.

그러는 사이 대다수의 농민들은 정책대상에서 소외되고 적자농사의 악순환이 거듭되면서 회생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에 몰려있다. 이 밭농업직불제는 그나마 농업을 유지시킬 수 있는 최소한의 지원책인 것이다.
중요한 것은 적극적인 의지다. 이제 실현가능한 방법을 찾아 농민, 농민단체, 도의회, 지자체가 머리를 맞대야 할 시간이 왔다. 전북도는 중앙정부의 눈치보다 농민들의 입장에서 진정성 있는 가지고 마음을 열어야 할 것이다.

물론 직불제시행이 농업의 근본문제를 해결할 완결책은 아니지만 실의와 절망에 빠져 있는 농민들에게 농도로서의 자긍심과 생산의욕을 불러일으킬 전국 최초의 밭직불제 시행의지를 보여주길 바랄 뿐이다. 허나 또 어물쩍 넘어가려 한다면 그 이후에 닥쳐올 파장에 대해서는 미리 각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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