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경제학상과 신자유주의 농업정책

  • 입력 2009.10.19 10:19
  • 기자명 장경호 건국대 경제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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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노벨상 수상자가 모두 결정되었다. 분야별 수상자가 속속 발표되면서 이런저런 얘깃거리도 많이 회자되었는데, 그 중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수상자로 결정된 노벨평화상이 가장 많은 이목을 끌어 모았다.

시장 신봉 경제이론에 ‘경종’

그러나 필자의 눈길을 단번에 끌어당긴 것은 노벨경제학상 분야였다. 엘리너 오스트롬 인디애나주립대 교수와 올리버 윌리엄슨 UC버클리대 교수가 공동 수상자로 선정된 올해 노벨경제학상은 시장을 신봉하는 경제이론과 경제정책에 경종을 울리는 분명한 신호를 보냈다는 점에서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수상자 결정 직후 많은 비평과 해석이 이어졌지만 대체로 “신자유주의의 종언”과 “변방·비주류의 반란”이라는 두 가지의 결론으로 모아졌다. 두 사람 모두 신자유주의 경제이론과 경제정책에 대해 근본적으로 비판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두 사람 모두 신자유주의가 판치는 미국의 주류경제학계에서 꿋꿋하게 변방 혹은 비주류의 위치를 고수해 왔다는 점에서 이러한 평가가 내려진 것이다. 필자의 생각 또한 이러한 평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시장원리나 시장기능을 맹신하는 정부관료나 학계 및 전문가들의 입장에서는 잘 이해가 되지 않겠지만 올해 노벨경제학상은 시장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믿음을 버려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노벨상위원회가 수상자 선정 배경을 설명하면서 “경제학도 시장이론의 범위를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부분을 정부와 학계 그리고 전문가 모두 다시 한번 곱씹어 봐야 할 것이다.

특히 오스트롬 교수가 ‘공유지의 비극’에서 시장기능의 대안으로 제시한 ‘공동체의 자치제도’는 오늘날 우리 농업·농촌의 대안과 관련하여 많은 시사점을 준다. 식량주권 및 다원적 기능과 같은 농업·농촌의 공익적 특성을 고려할 때 시장기능에 맡기기 보다는 공동체를 통한 자치관리가 훨씬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공동체의 자치제도와 같은 주장은 그동안 농업·농촌문제의 대안으로 제기되었던 ‘지역농업의 조직화’ 혹은 ‘협업적 농촌공동체’ 주장과도 친화성이 강하며, 지역먹을거리체계(local food system)의 이론적 배경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또한 전국농민회총연맹이 농업·농촌문제의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지속가능한 국민농업’에 담겨져 있는 여러 가지 해법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많다.

그러나 불행히도 우리나라 농업정책을 담당하는 관료들의 인식 수준은 여전히 실패한 과거에 매달려 있으며, 아직까지 2009년 노벨경제학상이 보내는 신호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 같다. 여전히 시장을 신앙처럼 받드는 신자유주의 농업정책의 테두리에 갇혀 좁은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최근 “농업을 하는 주체는 농가가 아니라 농업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기업”이라고 강조한 농정관료의 표현이 거꾸로 가는 우리나라 농업정책의 시각을 대표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미 이론적으로나 실천적으로나 그 역사적 수명이 다한 신자유주의의 끝자락에 매달려 규제완화, 감세, 삽질예산을 밀어붙이는 MB정부의 경제정책은 말로는 선진화를 외치면서도 실제로는 뒤로 가는 후진화정책이다. MB농정 역시 실패한 것으로 평가받는 신자유주의 농업정책에 미련을 버리지 못해 농어업선진화위원회라는 것을 만들어 기업농 중심으로 농업을 재편하는 방안에 몰두하고 있다. 기업농 중심의 농업구조개편은 한국의 현실에서 가능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지속가능한 농업이라는 미래지향적 농업정책과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거꾸로 가는 정책이다.

지속가능 농업 대안 추진할 때

 이제 솔직하게 신자유주의 농업정책의 실패를 인정하고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는데 집중하는 것이 그나마 더 큰 불행을 막는 유력한 방법이 될 수 있다. 경제이론과 농업정책의 차이, 이론을 정책화·제도화하는 과정에서의 어려움, 한국과 미국의 사회경제적 조건의 차이 등을 고려하더라도 노벨상위원회가 인정한 오스트롬 교수의 해법이 갖는 의미를 지금이라도 곰곰이 생각해 볼 것을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간곡히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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