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노인 차별하는 노인장기요양보험

  • 입력 2009.10.12 11:48
  • 기자명 곽정숙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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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정숙 민주노동당 의원.
노인장기요양보험을 시행한 지 1년 2개월. 자식이 못하는 효도를 국가가 하겠다며 제5보험으로 출발했다. 뿐만 아니라, 65세 노인 누구나가 누릴 수 있는 보편적 서비스로서 설정된 보험이지만, 결국 여러 가지 지표에서 농촌 노인들이 차별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등급인정 도시의 절반 불과

우선 노인장기요양보험 등급 인정률이 도시지역이 농촌지역의 2배로 나타났다. 강원도 정선, 경남 고성은 인정률이 34%, 그 뒤를 이어 전남 진도와 보성, 강원 양구 등이 각각 그 뒤를 이어 30% 대였다.

이에 반해, 서울 은평구, 경기도 오산시는 인정률이 무려 65%에 이르렀다. 오산시의 경우, 신청자 850명 중 555명이 등급인정(65%)을 반면, 강원 정선의 경우 628명 중 215명이 등급인정(34%)을 받았다.

여기서 ‘등급인정’이라는 말은 노인장기요양보험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등급 인정신청을 해서, 인정조사를 우선 받게 되고, 등급판정위원회를 거쳐 최종 등급이 결정되는데, 1∼3등급을 받은 경우를 ‘등급인정’이라 말한다. 등급인정을 받아야 요양보험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건강보험공단과 보건복지가족부는 농촌지역의 등급인정률이 도시지역의 반 밖에 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열심히 해명을 하고 있지만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선을 넘은 것으로 보인다.

공단과 복지부 관계자의 해명은, 농촌지역에서 몸을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힘들어지면, 도시지역에 사는 자식들 집으로 모셔가서, 등급신청을 받기 때문이란다.

일부 그런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렇다면, 왜 인정률이 낮은 농촌지역 어르신들이 도시지역에 있는 자식들 집으로 주소를 옮겨서 등급인정을 받고 있는지 이에 대한 명쾌한 해명이 있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등급판정위원회에 장기요양기관 시설장이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장기요양기관이 많은 도시지역에서 등급 인정률이 농촌의 2배에 이르는 이유를 공단과 복지부가 더 잘 알 것이다.
노인장기요양보험에서 농촌노인들이 차별 당하는 사례는 이 뿐이 아니다.

요양서비스 선택권리도 없어

등급인정을 받아도 요양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없는 농촌산간오지의 경우, 월 15만원의 특별현금급여를 제공받고 있다.

재가(在家) 요양서비스를 받는다면, 1등급의 경우, 월 114만원의 요양급여가 제공되는 것에 비해, 너무 현실성 없는 액수다.

현실성 없는 액수도 문제지만, 요양서비스를 선택할 권리조차 보장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이유는 노인장기요양기관의 98.5%가 공공기관이 아닌 민간 영리업자로 구성돼 있는데, 농촌의 경우, 재가서비스가 원활하지 못하다. 이유는 수지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도시에 비해 더 많은 시간과 교통비가 드는 농촌지역을 영리가 목적인 요양기관들이 좋아할 리가 없다. 더 많은 시간과 교통비가 드는 것에 대해 적절한 지원도 제공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산간오지는 요양서비스가 제공될 수가 없는 것이다.

특별현금급여를 받고 있는 대상자는 928명으로 1천여명 안팎이다. 특히 전남지역에서 특별현금급여 대상자가 449명으로 월등히 많고, 섬지역이 많은 인천지역이 208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1천여명에 이르는 이 분들은 목욕서비스를 받고 싶어도, 방문 요양을 받고 싶어도, 주야간 보호서비스를 받고 싶어도, 월 지급되는 15만원에 만족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그래서 농촌지역에 있는 노인들에게도 제대로 요양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정부가 수지를 따지지 않고 요양서비스를 직접 제공할 수 있는 공공요양기관 확충에 나서야 한다고 계속 요구하고 있지만, 민간기관들이 담당해야 할 무슨 성역이나 되는 듯 공공요양시설 확충에 미온적이다.

머나 먼 ‘요람에서 무덤까지’

2009년 새롭게 확충되는 공공요양기관은 전국적으로 따져 봐도 10개가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농촌지역 500개 읍면 단위에 보육시설이 없는 상황과 다르지 않다.

공공서비스에 있어서, 요람에서 무덤까지 시장에 맡겨두고 있는 정부의 복지정책 기조가 바뀌지 않는 한 농촌에 살고 있다는 이유로 이런 차별은 계속될 것이다.

복지 서비스에서 이런 차별이 계속 된다면, 농촌에 가서 살고 싶어도 가서 살 엄두가 나지 않는 악순환이 거듭될 것이고, 국토 균형발전은 요원한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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