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멀지만 가야 할 ‘유기농업’

  • 입력 2009.10.05 17:02
  • 기자명 이태근 (사)흙살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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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산업화 이후 소비패턴의 변화로 고기의 소비량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식단에서도 커다란 변화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농업생산 부문에서도 축산업이 대규모로 확대되었고, 급격한 양적팽창에 따른 다양한 문제가 구조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예전에는 부족하던 축산분뇨가 이제는 처치 곤란할 정도로 많이 발생하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도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소위 ‘자연순환형농업’이라는 정책을 실시하고 있지만 이것이 정착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생각된다.

다행스러운 변화는 유기농산물보다는 초보 단계지만 유기축산을 시도하고 준비하는 농민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입한 유기사료에 의존하면 지역 내 자원순환을 원칙으로 하는 유기농업의 본래 의도와도 맞지 않다. 유기적으로 재배되었을지는 몰라도 사료의 먼 운송거리는 유기농의 의미를 퇴색시키기 때문이다.

▲ 이태근 (사)흙살림 회장

지역 또는 소규모 농가단위의 유기축산과 유기경종의 결합은 농업생태계 내에서 원자재를 충당함으로써 환경 부하를 최소화하는 형태이다. 그러나 국내 유기농업은 평균 1ha 미만의 소규모 영농규모로 외부구입자재의 의존을 줄일 수 있는 유축순환 겸업농업이 기계화, 단작화, 규모화 등의 영향으로 거의 실시되지 않고 몇몇 유기농업 농가와 일부 친환경 단지들에 의해서만 시도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목초지가 거의 없고 수도작 위주의 영농 특성상 볏짚 외에는 특별한 조사료 확보방법이 없는 실정이다. 또한 이들 볏짚을 이용할 수 있는 가축은 현실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소가 가장 적정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따라서 경축순환농업이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초식동물인 소를 도입하고, 여기에서 발생한 가축분뇨를 경종농업에 다시 투입하는 경축순환농업의 형태가 실현 가능한 방법이다.

유기원료를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지역 내에서 사료 원료를 조달하는 방법 중 한 가지로 TMR (Total Mixed Ration)을 들 수 있다. 완전혼합사료로 해석할 수 있다. 낙농가에서 많이 급여하고 있으며 조사료와 농후사료를 포함해 여러 단미사료를 혼합하여 만든다.

괴산 감물 축산 농가에서도 자체 TMR사료를 만들어 먹인다. 이곳에서 만드는 한우 농가의 번식우용 TMR 사료의 원료배합비를 보면 쌀겨와 단백질원으로 대두피, 콩을 넣고 거친 조사료인 볏짚과 억새를 잘게 썰어 넣는다.

쌀겨는 인근 방앗간에서 구하고, 대두피나 콩은 선별장에서 가져온다. 무농약 벼 재배 단지가 면내에 있어서 가을에 15만평 논의 볏짚을 롤로 묶어서(140평당 롤 1개) 축산농가에서 수거해와 나눠 먹인다. 그에 대한 보상으로는 발효시킨 우분을 이듬해 볏짚을 가져온 논에 뿌린다. 또, 강가의 억새를 래핑 작업을 해 두었다가 연중 함께 썰어 먹인다.

번식우의 경우 1년 사료비가 평균 50만 원 정도인데 이런 방식으로 하여 20만원 이하로 사료비가 떨어졌다. kg당 115원 이하로 조정했다. 급여하고 있는 번식우들도 건강상 큰문제가 없다.

아직 비육우는 농가에서 직접 원료를 수급해서 만드는 TMR 사료를 급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사료 값만 절반 이하로 떨어져도 소값 파동에 살아남을 수 있음을 생각하면 자체 사료기반 마련이 절실하다.

돈만 주면 배달되는 원료를 사다 먹이는 것에 비해 이 TMR사료는 영양비를 맞추기 위해서 여러 원료를 여기저기서 직접 수급해야 한다는 점, 매일 기계에서 원료를 섞어서 분배해야 한다는 점 등 노력이 많이 필요하지만 버려지는 자원을 살려 쓰고 가격도 저렴한 장점을 살려 개발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유기축산 본래 취지와 부합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초식 가축을 농장순환 구조에 도입하기 위해서는 경종농업의 규모에 걸 맞는 두수를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자칫하여 한쪽이 비대해져 경종과 축산의 물질순환 균형이 깨지게 되면 농장내 문제를 농장 밖으로 확대시키는 우를 범할 수 있다.

흙살림에서는 특히 농가단위 경축순환농업을 통한 유기농업 실현에 수년전부터 관심을 갖고 이를 실천하는 농가모델을 발굴해오고 있다. 국내 유기농업이 외부에서 도입되는 물질의 고투입 경향을 해결하기 위해서도 농장 내 순환의 완성도를 점차 높여나가는 방법이야말로 미래지향적인 유기농업의 형태가 아닐까 생각해보는 것이다.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보다 정확한 현장조사가 필요하다. 가축두수에 따른 분뇨와 퇴비의 발생량을 계측하고, 이들 퇴비의 비료적 가치와 토양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검토되어야 하며, 발생된 퇴비로 경영할 수 있는 작물에 따른 면적 등이 예측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발생할 수 있는 양분간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영농시스템에 대해서도 다양하고 깊이 있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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