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친환경 재배 지향, 텃밭’ 기준
‘대규모 단작화 우려 5백평 미만 한정
‘제주 자활 벼룩시장 농민장터 운영도
씨앗에서부터 생산방식, 가공, 유통까지 대규모 농기업과 자본에 종속된 한국의 농업. 여성농민들이 이를 극복하기 위해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 곳이 있다. ‘우리텃밭 제주공동체 우영’은 로컬푸드 운동을 지향하면서도 ‘농민적 생산·가공·유통’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식량주권을 이뤄낸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곳 농민들은 ‘여성농민의 마음과 정성으로’ 소비자들을 만나, 결국 식량주권운동으로 확산시켜 나가기 위해 작은 발걸음을 떼고 있다.
▶제주우영 구성, 일등공신은 ‘여성농민’=제주우영의 중심에는 여성농민들이 존재한다. 제주도 서귀포시여성농민회 소속 농민들은 지난해 6월 전여농이 추진해온 토종 씨앗 지킴이 사업과 우리텃밭 사업의 취지와 목적을 살리기 위해 토종 찰옥수수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시작된 ‘서귀포시여성농민회 토종지역먹을거리 사업단’은 7월에 제주 유전자원(토종씨앗) 실태조사 사업을 실시했으며, 교육과 견학, 토론회 등을 통해 토종-제주산 먹을거리로 여성농민이 중심이 되어 가공·유통시스템까지 구축하는 방안을 수립했다.
이 사업단의 단장은 현애자 민주노동당 전 의원이 맡았다. 현 단장은 토종종자를 이용해 농사를 짓는 회원들을 모집하기 위해 각 읍면 여성농민회를 돌아다니면서 사업취지를 설명하고 제안했다. 그 결과 같은 해 11월에 13명이 뜻을 모아내 토종보리(5천평)를 심게 됐다.
서귀포시 여성농민들은 이렇게 파종한 보리를 수확해서 보리차, 뻥 튀기 등으로 가공해서 팔았다. 현 단장은 “이 사업을 처음 제안할 때 보리농사를 짓는 것에서 그치지 말고, 가공·유통까지 해보자고 제안했다. 그래서 보리를 가공해서 팔았는데 소비자들의 호응이 무척이나 좋았다. 여성농민들이 처음에는 많이 망설였는데 점차 믿음과 확신을 가지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서귀포만을 대상으로 하던 사업이 제주도 전체로 확대되고, 전여농 제주도연합 산하에 ‘제주우영’을 구성하고 생산자를 재조정하게 된 것이다.
▶생산자조직 중심 사업 추진= 3월부터 제주도 전역을 대상으로 벌이고 있는 제주우영은 그동안 생산자 회원 조직사업을 중점적으로 벌여나갔다. 특히 지역에서 생산된 (토종)먹을거리로 ‘지역먹을거리(식량)체계’를 구축하는 ‘제주모델’을, 생산자와 여성중심으로 세워 나간다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함께 할 ‘토종생산자와 소비자’를 모아낸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제주우영은 ‘토종농사, 친환경적 재배방법 지향, 텃밭(500평 미만)이라는 세 가지 기준의 농사짓기에 동의하는 여성농민’이라는 기준을 세워 생산자를 조직했다. 특히 500평 미만이라고 규정한 것은 대규모·단작화 될 것을 우려한 것이다.
또한 가공을 담당할 주체가 준비된 대정읍에서부터 미숫가루, 보리차, 보리빵, 옥수수차 등을 가공 판매했으며, 지난 7월초에는 서귀포시 여성농민회한마당 부대행사로 ‘농민장터’를 개설했다. 소비자를 모으기 위해 제주우영은 8월에 제주시와 서귀포시, 대정읍 일대에서 ‘토종-지역먹을거리 체험한마당’을 운영해 얼굴 있는 생산자와 마음을 알아주는 소비자가 함께 어우러졌다.
▶농민·소비자 관계 회복=제주우영은 생산자 모임의 운영 강화, 사업(생산-가공)기반을 확충하고, 꾸러미회원을 더해 제철 꾸러미 공급 사업을 안정화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또한 농민장터를 시범적으로 운영해 농민이 중심이 되는 직거래 사업모델을 찾는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농민과 소비자의 관계를 회복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향후 제주우영은 주요지역(대정-안덕, 구좌-표선)을 중심으로 한 토종 주 작물을 한 가지 이상씩 정해 공급할 계획이다. 대정읍에서는 콩된장, 간장, 손 두부를 가공하고, 안덕읍에서는 녹두 콩을 이용해 오는 12월부터 나물을 생산·공급하며, 유채를 재배해 유채기름을 생산(식용유 대체)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조천읍에서는 토종 단지무와 배추를 생산해 김치를 공급하며, 구좌읍 여성농민들은 토종양파(장아찌), 한림읍은 토종보리(보리차, 뻥튀기), 표선면은 제주산 감귤 등을 생산할 예정이다. 제주우영은 생산자뿐만 아니라 소비자들도 조직하기 위해, 직거래사업의 일환인 꾸러미사업을 더욱 활성화시킨다는 계획을 갖고 있으며, 시범사업으로 제주시 자활 벼룩시장의 농민장터를 운영해 나가고 있다.
실제 지난달 26일 제주시 노형동 근린공원에서는 제주도 여성농민들이 직접 생산한 농산물(미숫가루, 보리, 상추, 태양초 고춧가루 등)을 생산자 이름을 적어 포장·판매하기도 했다. 〈최병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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