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업으로 농민적 생산 가공유통”

우리텃밭 제주우영 여성농민 마음 정성으로 소비자와 만난다

  • 입력 2009.10.05 15:42
  • 기자명 최병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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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친환경 재배 지향, 텃밭’ 기준
‘대규모 단작화 우려 5백평 미만 한정
‘제주 자활 벼룩시장 농민장터 운영도

씨앗에서부터 생산방식, 가공, 유통까지 대규모 농기업과 자본에 종속된 한국의 농업. 여성농민들이 이를 극복하기 위해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 곳이 있다.  ‘우리텃밭 제주공동체 우영’은 로컬푸드 운동을 지향하면서도 ‘농민적 생산·가공·유통’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식량주권을 이뤄낸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곳 농민들은 ‘여성농민의 마음과 정성으로’ 소비자들을 만나, 결국 식량주권운동으로 확산시켜 나가기 위해 작은 발걸음을 떼고 있다.

▶제주우영 구성, 일등공신은 ‘여성농민’=제주우영의 중심에는 여성농민들이 존재한다. 제주도 서귀포시여성농민회 소속 농민들은 지난해 6월 전여농이 추진해온 토종 씨앗 지킴이 사업과 우리텃밭 사업의 취지와 목적을 살리기 위해 토종 찰옥수수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시작된 ‘서귀포시여성농민회 토종지역먹을거리 사업단’은 7월에 제주 유전자원(토종씨앗) 실태조사 사업을 실시했으며, 교육과 견학, 토론회 등을 통해 토종-제주산 먹을거리로 여성농민이 중심이 되어 가공·유통시스템까지 구축하는 방안을 수립했다.

이 사업단의 단장은 현애자 민주노동당 전 의원이 맡았다. 현 단장은 토종종자를 이용해 농사를 짓는 회원들을 모집하기 위해 각 읍면 여성농민회를 돌아다니면서 사업취지를 설명하고 제안했다. 그 결과 같은 해 11월에 13명이 뜻을 모아내 토종보리(5천평)를 심게 됐다.

서귀포시 여성농민들은 이렇게 파종한 보리를 수확해서 보리차, 뻥 튀기 등으로 가공해서 팔았다. 현 단장은 “이 사업을 처음 제안할 때 보리농사를 짓는 것에서 그치지 말고, 가공·유통까지 해보자고 제안했다. 그래서 보리를 가공해서 팔았는데 소비자들의 호응이 무척이나 좋았다. 여성농민들이 처음에는 많이 망설였는데 점차 믿음과 확신을 가지게 됐다”라고 말했다.

▲ 제주우영 소속 여성농민들이 지난달 26일 제주시 노형동 근린공원에서 열린 벼룩시장에 참가해 직접 생산·가공한 식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 사업단이 제주도 전체를 대상으로 사업 규모가 확장된 것은 전여농이 진행하고 있는 ‘우리텃밭’ 사업이 사회적 일자리로 확정되면서부터다. 우리텃밭이 노동부로부터 사회적 일자리로 선정되어 한 명의 임금을 지원받게 되면서 제주도에서도 3월부터 이 사업이 탄력을 받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서귀포만을 대상으로 하던 사업이 제주도 전체로 확대되고, 전여농 제주도연합 산하에 ‘제주우영’을 구성하고 생산자를 재조정하게 된 것이다.

▶생산자조직 중심 사업 추진= 3월부터 제주도 전역을 대상으로 벌이고 있는 제주우영은 그동안 생산자 회원 조직사업을 중점적으로 벌여나갔다. 특히 지역에서 생산된 (토종)먹을거리로 ‘지역먹을거리(식량)체계’를 구축하는 ‘제주모델’을, 생산자와 여성중심으로 세워 나간다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함께 할 ‘토종생산자와 소비자’를 모아낸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제주우영은 ‘토종농사, 친환경적 재배방법 지향, 텃밭(500평 미만)이라는 세 가지 기준의 농사짓기에 동의하는 여성농민’이라는 기준을 세워 생산자를 조직했다. 특히 500평 미만이라고 규정한 것은 대규모·단작화 될 것을 우려한 것이다.

또한 가공을 담당할 주체가 준비된 대정읍에서부터 미숫가루, 보리차, 보리빵, 옥수수차 등을 가공 판매했으며, 지난 7월초에는 서귀포시 여성농민회한마당 부대행사로 ‘농민장터’를 개설했다. 소비자를 모으기 위해 제주우영은 8월에 제주시와 서귀포시, 대정읍 일대에서 ‘토종-지역먹을거리 체험한마당’을 운영해 얼굴 있는 생산자와 마음을 알아주는 소비자가 함께 어우러졌다.

▶농민·소비자 관계 회복=제주우영은 생산자 모임의 운영 강화, 사업(생산-가공)기반을 확충하고, 꾸러미회원을 더해 제철 꾸러미 공급 사업을 안정화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또한 농민장터를 시범적으로 운영해 농민이 중심이 되는 직거래 사업모델을 찾는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농민과 소비자의 관계를 회복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향후 제주우영은 주요지역(대정-안덕, 구좌-표선)을 중심으로 한 토종 주 작물을 한 가지 이상씩 정해 공급할 계획이다. 대정읍에서는 콩된장, 간장, 손 두부를 가공하고, 안덕읍에서는 녹두 콩을 이용해 오는 12월부터 나물을 생산·공급하며, 유채를 재배해 유채기름을 생산(식용유 대체)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조천읍에서는 토종 단지무와 배추를 생산해 김치를 공급하며, 구좌읍 여성농민들은 토종양파(장아찌), 한림읍은 토종보리(보리차, 뻥튀기), 표선면은 제주산 감귤 등을 생산할 예정이다. 제주우영은 생산자뿐만 아니라 소비자들도 조직하기 위해, 직거래사업의 일환인 꾸러미사업을 더욱 활성화시킨다는 계획을 갖고 있으며, 시범사업으로 제주시 자활 벼룩시장의 농민장터를 운영해 나가고 있다.

실제 지난달 26일 제주시 노형동 근린공원에서는 제주도 여성농민들이 직접 생산한 농산물(미숫가루, 보리, 상추, 태양초 고춧가루 등)을 생산자 이름을 적어 포장·판매하기도 했다. 〈최병근 기자〉

 

[인터뷰] “로컬푸드 넘어 식량주권 이뤄낼 터”  - 현애자 제주우영사업단장

제주도 여성농민들이 현재 벌이고 있는 사업인 ‘제주우영’은 로컬푸드 차원에서 머무르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로컬푸드를 사회운동을 뛰어 넘는 식량주권운동으로 전환시켜나갈 태세다. 이 운동의 중심에 있는 현애자 전여농 식량주권위원회 위원장을 지난 26일 제주도에서 만나 이 사업의 의미와 향후 계획에 대해 들었다.

-사업에 참가한 농민들의 반응은?
▶사업을 1년 동안 해보니까 굉장히 천천히 가더라도 유일하게 이 방법만이 소농의 소득도 보장되고, 대기업·대농 중심의 단작 체계를 극복하는 방안이다. 또 농민, 소비자의 안전한 먹을거리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이다. 특히, 농민들 입장에서는 소득보장이 안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1년 해봤는데 굉장히 낙관적이다.

-어려운 점은 없었나?
▶여성농민이 주축을 이루고 있어 사회적 편견을 깨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특히 남편들이 많이 반대했다. 소득이 되는 작물을 선택해서 대규모로 농사지어야만 돈을 벌 수 있는데, 갑자기 자기 처가 조그만 텃밭에서 농사를 짓는다고 하니 반대를 했다.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은 없나?
▶아직까지는 지원이 없을 뿐만 아니라 지자체의 지원을 받게 되면 농민들이 타협을 해야하기 때문에 생산자(농민)들이 원하지 않는다. 현재 지자체에서 논의가 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앞으로 지자체의 도움을 받는다 하더라도 농민들이 원하는 부분에서의 지원이 되어야 한다.

-‘제주우영’만이 갖는 특징은?
▶다른 지역은 토종과 꾸러미 사업을 나눠서 병행하고 있다. 하지만 제주는 토종종자를 중심에 두고 있기 때문에 특화될 것이 분명하다. 현재 제주지역 생산자 회원들이 20여가지 토종종자로 농사를 짓고 있다.
결국은 토종종자(종자주권)에서 생산된 농산물로 소비자들에게 안전한 먹을거리를 공급하고, 농민들은 소득을 올리게 될 것이다.

또 하나는 생산자의 ‘조직화’이다. 사업초기에 가장 심혈을 기울인 것이기도 하다. 주변에서도 평가하기를 생산자의 조직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생산자를 조직하기 위해 고생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생산자 회원 스스로가 또 다른 회원들을 조직하고 있다.

실제 회원들 스스로가 가공기술을 가진 여성농민들을 적극적으로 회원가입을 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현장에서부터 스스로 필요성을 느끼기 때문이다. 현재 제주도에서는 타 지역 여성농민들이 하고 있는 제철 꾸러미 사업을 벌이고 있지 않지만, 이는 생산자가 조직되면 꾸러미 사업은 자연스럽게 되게 되어 있다.

향후에는 꾸러미 사업을 중심에 두고 활동을 펴나갈 것이다. 제주지역은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제주도 이외의 가까운 곳에 소비자를 조직화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를 이용해 제주도 내에 있는 소비자를 조직화 할 것이다. 제주도에서 분명히 새로운 모델이 만들어 질 것이다.

특히, 현재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로컬푸드와 ‘제주우영’은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제주우영은 로컬푸드에 머무르지 않는다. 사회적 운동을 뛰어넘어, 식량주권 운동을 지향하고 있다. 현재 대다수의 개별농가는 시장경쟁 체제에서 생존할 수 없는 조건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역단위 소농의 협업화를 위해서는 농촌지역의 공동체 복원이 병행되어야 한다. 이는 최소 마을 단위를 중심으로 협업생산을 조직하고 ‘농민적 생산·가공·유통’을 시작하자는 것이다. 이렇듯 생산, 가공, 유통의 중심에 ‘농민’이 서게 되면 자연스레 식량주권이 이뤄지게 될 것이다.

-법적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지 않겠나?
▶이 사업이 안정적으로 정착되려면, 법적, 제도적으로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한 운동이 지역단위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현재 법에는 지역마다 ‘지역식품산업발전계획을 5개년마다 수립하도록 되어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를 바탕으로 조례를 만들어야 한다.

법과 조례에 근거한 농사를 짓게 되면 소득도 보장이 될 것이다. 협업으로 생산·가공·직거래를 하면 새로운 생활 공동체 운동이 만들어지게 될 것이다. 이렇게 농사짓는 농민들은 가치관도 바뀔 것이다.
 〈최병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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