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역량-주민 조직-지자체 지원’ 삼위일체로 정착

  • 입력 2009.10.05 15:36
  • 기자명 연승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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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운동 바탕, 민관 합의로 추진 ... 원주시 사례

강원도 원주시는 국내에서 지역먹을거리 운동이 활발한 곳으로 손꼽히는 도시다. 2005년 안전한 먹을거리 공급을 명시한 학교 급식조례를 제정했으며 2007년에는 친환경급식지원센터를 설립해 농촌지역 어린이집 유치원 초·중·고등학교에 연간 1백50톤 규모의 지역산 무농약 쌀을 공급하고 있다. 또한 2011년까지 학교급식 전면 지원, 지역먹을거리센터 건립 등 민관 차원의 지역먹을거리 논의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원주의 지역먹을거리 운동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없는 곳은 바로 ‘새벽농민시장’이다. 새벽농민시장은 원주 농민들이 직접 운영하고 원주에서 재배한 농산물만 취급하는 농민시장이다. 새벽농민시장은 457가구의 원주관내 농민이 4월 중순부터 12월 초순까지 새벽 4∼9시까지 원주천 둔치에서 운영하는 장터로 일평균 약 1백70여 가구가 장터에 참여한다.

그러나 원주새벽시장은 소비자의 참여가 부진한 상황이기 때문에 지역먹을거리 운동으로 정착하기 위한 과제가 있다.  원주 지역먹을거리 운동에서 주목해야할 것은 바로 민관이 협력하여 지역먹을거리 시스템을 정착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원주시 협동조합운동협의회는 지난 2000년초 지역먹을거리 운동을 시작했다. 그 후 학교급식운동을 시작으로 지역먹을거리 운동의 중심으로 많은 활동을 해왔다.

특히 지난 8월에 열린 ‘원주시 지역먹을거리 활성화를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는 ‘원주시 지역먹을거리 센터 건립’, ‘(가칭)원주푸드 인증시스템’ 등 많은 제안들에 대해서 교감이 오가면서 민관 간에 공감대가 형성됐다. 원주시 지역먹을거리 운동은 민관이 협력하여 합의의 토대에서 진행이 되고 있어 향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원주 지역먹을거리 운동이 활성화 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이 원주의 협동조합운동 저력을 꼽는다. 현재 원주 협동조합 운동협의회는 의료생협, 신협, 한살림생협 등 각자의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13개의 생협이 소속되어 있으며, 2만여 조합원이 활동하고 있다.

조합원들의 활동 속에서 지역의 공동체의 중요함이 인식돼 왔으며 이러한 인식들이 도농복합도시라는 원주에서 지역먹을거리 운동으로 발전한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일 것이다. 협동조합으로 조직된 주민들의 역량이 이제 시정을 견인하데 큰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주위의 지역운동가들은 원주 지역먹을거리 운동이 발전할 수 있는 중요한 이유가 더 있다고 말한다. 민주노동당 원주시위원회 이현민 사무국장은 “협동조합협의회는 원주시를 능가하는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며 “사업의 당위성을 넘어 대안을 중심으로 하는 자세한 정책형태로 제안하여 아무도 거부할 수 없도록 만드는 것이 성과를 낼 수 있는 사업방식”이라며 협동조합협의회의 대안 중심의 활동방식과 전문성을 꼽았다.

원주지역먹을거리운동을 이끌고 있는 것은 바로 농민들의 역량이고 주민들의 조직된 힘 그리고 끊임없이 대안을 창출하는 창의성이다.   〈원주=허경 기자〉

 

지자체 주도, 생산 소비자 자발적 참여 ... 서천군 사례

▲ 서천군의 지역먹을거리운동은 농민시장에서 한층 더 발전된 생산자 조직의 직매장 개설로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서천군청 앞에 개설된 생산자 직매장 전경.
충남 서천군은 지역먹을거리 체계 확립을 위해 2007년부터 연구사업을 시작해 기반조성 사업을 완료하고, 정착단계 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지역먹을거리 체계 구축은 지역식량체계 구축과 연동되어 추진되고 있다. 2007년과 2008년이 연구의 단계였다면 이 연구에 기반을 두어 2008년 말부터는 본격적으로 지역식량체계 구축을 위한 활동에 들어간 것.
2008년 7월 민관합동 워크숍을 시작으로 하여, 전문가 간담회, 지역식량수급조사 등을 실시해왔다.

지역식량수급조사를 담당한 김훈태 서천군청 담당자는 우선 직접 발로 뛰며 학교, 가정, 식당, 아동센터들을 다니며 조사했다고 한다. 1차 조사가 완료됐지만 아직도 부족함은 많다는 것. 다만 이 조사가 시작이 되어 향후 서천군의 생산과 소비의 흐름이 정확히 파악되는 첫 시작이었다는데 의의를 둔다고 말했다.

서천군과 서천군 지역혁신협의회는 올해 8월, 농민장터운영, 생협매장 운영, 지역먹을거리 관련 사업의 3개 분야를 계획 실행한 ‘지역먹을거리 사업 공모’를 진행했다. 공모사업의 결과 농민장터 운영과 생협매장 운영에 대한 기본 계획을 확정했다.

공모를 통해 선정된 사업은 내년 서천군내에 조성되는 ‘봄의 마을’사업과 연계하여 추진될 계획이다. 서천군은 농민장터 활성화에도 일정한 성과를 갖고 확대할 계획을 갖고 있다. 현재 마서면지역에서 매달 15일과 30일 농민장터를 개최하여 12회째를 맞이하고 있다.

진행 초기에는 생산자 조직들의 미온적 반응으로 어려움을 겪었으나 현재 80여명의 생산자와 1일 평균 700명의 방문객을 확보하면서 정기화와 안정적 운영을 담보할 수 있게 되었다. 마서 농민장터는 마서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 및 가공품을 품목으로 하고, 다양한 먹을거리 시식회, 공연, 벼룩시장, 어린이 체험장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학교급식은 지역먹을거리 활성화를 위해 서천군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업이다. 현재 서천군 관내 학교급식은 지역산 쌀을 학교급식의 식재료로 사용하는 수준이다. 서천군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의 다양화와 이를 학교급식에 납품하기 위한 전처리 시설을 갖추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또한 지역먹을거리 레스토랑 지정 사업을 벌여, 서천군내 식당에서 사용하는 식재료를 지역산으로 바꾸기 위한 자발적 참여를 지속적으로 유도하고 있다. 서천군청 앞에는 ‘생산자 직매장’이라는 간판이 걸린 5평 남짓 상점이 개설돼 있다.  현재 생산자 20여명이 참여를 하고 있으며 50여개 품목에 하루 30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서천군 지역먹을거리 운동의 과제는 농업의 체질을 바꾸는 문제이다. 서천군 지역먹을거리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김훈태 서천군 담당자는 현재 우리 농업이 규모화 되고 있는 상황에서 다품종 소량생산, 친환경 농업으로의 전환이 지역먹을거리 운동의 미래라고 설명했다.  〈서천=엄청나 기자〉


농민-시민단체 협력, 농민시장으로 출발 ... 청주시-청원군 사례

충북 청원군의 지역먹을거리운동은 2007년 청원군농민회와 청주시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가 도농교류협력사업으로 지역살림농민시장 김장시장을 열면서 시작됐다.  농민시장은 청주와 청원의 농업생산자와 소비자의 직거래를 통해 청주시민에게는 신선하고 제철에 생산된 먹을거리를 공급하고 청원군 농민들에게는 안정적인 농산물의 판로를 확보하기 위한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시작됐다.

2007년 김장시장으로 호응을 얻은 농민시장은 2008년부터 분기별로 시장을 열었다. 2008년부터는 청주시지속가능발전실천협의회, (사)일하는공동체, 청주시니어클럽, 청주한살림 등 다양한 시민단체들이 참여했다. 또한 소비자들의 참여를 높이기 위해 시장에서 무료법률상담소도 열었으며, 충북문화단체인 예술공장 두레의 문화공연과 극단 새벽의 공연을 열기도 했다.

▲ 청주시와 청원군의 농민시장은 지역먹을거리 운동의 시작점이 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청주시 원마루공원에서 열린 지역살림 농민시장에서 전통음료를 팔고 있는 모습.
이런 과정 속에서 지역먹을거리운동의 활성화를 꾀하기 위해 2008년에는 로컬푸드 운동 강연회 개최, 선진지 견학, 토론회 등을 거치며 청주·청원 지역살림 농민시장추진위원회는 지역먹거리운동의 교육을 확대한다.

2009년에는 ‘충북 로컬푸드 아카데미’를 개최했다. 로컬푸드 아카데미는 2009년 1월부터 2월까지 총 5회에 걸쳐 청원군농민회, 사회적기업 대표, 시민단체 등이 참여해 교육이 이뤄졌다. 이를 통해 지역먹을거리운동 주체들의 소통과 협력의 장을 마련하고 지역먹을거리운동의 이해를 넓혔다.

이런 과정을 거쳐 농민시장은 올해에는 6월과 7월 두 달 사이에 4회를 개최했으며 오는 11월에는 김장거리와 쌀을 중심으로 한 농민시장을 개최할 예정이다. 현재 참여하고 있는 단체는 청원군농민회, 생명살림 올리, 여성장애인연대 다울, 흙살림, 청주한살림, 여성민우회생협, 자연드림, 청원지역자활, 시니어클럽 등이다.

시니어클럽은 반찬과 도시락사업을 하는 비영리단체로 청원군에서 생산되는 농산물 사용을 늘리고 있다. 청주지역자활은 지역 농산물을 가공과 유통을 하고 있다. 농민시장으로 시작된 청주·청원의 지역먹을거리운동은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직거래에서 학교급식과 공공급식 등으로 지역먹을거리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지역시스템을 고민하고 있다.

신성철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간사는 “직거래장터에서 소비자를 조직해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 공급을 안정화시키고, 청주의 인근에 있는 괴산, 증평 등으로 로컬의 범위를 넓히는 것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주·청원의 지역먹을거리운동은 아직 시험단계이다. 2년여에 걸쳐 진행된 농민시장은 가격형성에 있어 난제를 갖고 있다. 농민시장에서 형성되는 농산물 가격은 청주의 전통시장과 할인매장 등의 가격조사를 통해 가격을 결정하는 구조이다. 이로 인해 시장을 찾은 소비자들이 가격혼란을 겪는 일이 빈번하다.  다양한 품목들이 농민시장으로 유입되지 않은 것도 향후 개선할 점으로 보인다.  〈연승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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