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생뎐(許生傳)

  • 입력 2009.09.22 09:49
  • 기자명 한도숙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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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의 열하일기 중 옥갑야화 (玉匣夜話)에 전해오는 소설이다. 허생은 나약한 선비로 10년 공부를 기약하나 가세가 곤궁하여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장안의 변부자를 찾아가 일만 냥을 차용한다.

농민 위해 작용하지 못한 쌀 농사

허생은 이것으로 안성장에 올라오는 물품들을 독점하기 시작한다. 일만 냥의 힘은 대단했다. 물건이 품귀 되자 값이 오르는 것이다. 이것으로 허생은 일확천금을 만들어 변 부자에게 십만 냥으로 갚았다고 한다.

허생의 이런 행위는 당시 상업유통이 활발하지 못하여 경제가 취약함을 꼬집고 비천하게 생각하는 상업 유통을 발달시켜야 한다는 실학사상의 정치적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필자는 허생의 행위를 통해서 다른 일면을 탐색해 보고자 한다. 허생이 안성장에서 독점한 물품들은 모두 저장이 용이하고 하루라도 쓰지 않으면 안되는 필수품들이 대부분 이었다.

마른 생선과 마른 과일, 마른 육포 등 양반네들이 제사를 위해 꼭 필요한 물품들만 골라 독점을 한 것이다. 천만금은 자연스럽게 허생의 주머니로 들어오게 되는 것이다.

2만년이나 지었다는 쌀농사가 한 번도 농민들을 위해서 작용하지 못했다. 쌀은 철저하게도 농사를 지은 농민의 손을 벗어나 작용했고 쌀로 인해서 농민은 착취를 당하고 억압과 질곡의 역사를 함께 했다.

철원평야의 역사, 평택 소사벌의 이야기, 나주금성이 전략적으로 중요거점이며 군산의 미두시장이 흥망성쇠를 거듭한 것이, 아버지들의 녹색혁명이라고 하던 것이, 결국 농민들의 생산을 착취한 이야기로 점철되어 있는 것이다.

이제는 이 고리를 풀어내야 한다. 허생의 예가 아니라도 우리 농민들이 단결하면 간단히 해낼 수 있는 일이다. 기왕에 쌀값 21만원을 만들어 내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쪽으로는 나락이 홍수출하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것을 출하거부라고 한다.

홍수출하는 장사 속만 채워줄 뿐이다. 한번 떨어지기 시작하면 끝을 모르고 추락한다. 그것을 노리는 부류가 있다. 분명 막아야 한다. 출하거부는 농협과 함께 하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다. 이것을 하지 않는 농협이면 농민이 주인이라고 하는 것은 거짓이다. 대의원회에서 응징해야 한다.

농협과 함께 ‘출하거부’ 나서야

한 끝은 적재싸움이다. 모든 농가가 한가마니씩 적재해서 결의를 만천하에 알려야 한다. 그리하여 쌀이 우리농업을 지키는 근간이 됨을 확실히 하자. 번번이 지배자들로부터 이용만 당하는 그런 쌀을 만들지 말자. 모두가 평화롭게 나누는 진정한 밥이 되도록 하자. 허생의 이야기가 허구이기는 하나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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