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축산박람회 농가들의 하소연

  • 입력 2009.09.14 12:21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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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전 농사를 짓다 지금은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지인을 2009 대전국제축산박람회장에서 만났다. 드넓은 옥수수밭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옥수수를 베고 잘게 잘라 1톤의 거대한 곤포사일리지가 만들어지기까지 일사분란하게 기계로 처리되는 홍보비디오를 보면서, 지인은 진심 어린 말투로 “이렇게 좋은 기계들을 둘러보니 소를 키워보고 싶어진다”고 말했다.

격년으로 치러지는 대전국제축산박람회는 경기침체와 최근 확산되고 있는 신종인플루엔자의 우려 속에서도 성황을 이루었다. 박람회라는 이름에 걸맞게 축산기자재, 가축분뇨 자원화 시설, 농장 자동화 시설, 사료, 동물약품 등이 총망라되어 축산업의 현황과 발전상을 한눈에 가늠케 했다.

바쁜 일손을 놓고 모처럼 나들이에 나섰을 축산농가들은 첨단화된 기계에 대해 꼼꼼하게 묻고, 해당 업체는 자세한 설명을 곁들이다가도 대화가 단절되는 순간이 있다.

“그래서 이 기계가 얼마라구요?” 수천만원에서 억대를 넘는 기계들이 ‘그림의 떡’으로 전락하는 순간이다. 축산농가들은 그렇잖아도 생산비 비중이 너무 높아 어려운 처지에 기계구입은 엄두도 못 낼 판이라고 손사래를 치면서도 아쉬워하는 기운이 역력했다.

“정부 지원이 더 확대돼야 한다. 융자지원이 되고 있지만 모든 농가가 혜택을 누리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하소연이 꼬리에 꼬리를 잇는다. 농가들은 가격부담을 줄일 수 있는 정부의 지원책과 축산업 경쟁력 확보는 둘이 아닌 하나라는 결론에 이른다.

바쁜 일손을 놓고 박람회장을 찾는 전국의 축산농가들의 열정이, 그림의 떡을 아쉬워하는 데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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