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길목에서 농민운동 방향은?

  • 입력 2009.09.07 13:37
  • 기자명 강광석 전농 강진군농민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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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9월은 농민운동에게는 일종의 ‘목’이다. 조직화의 길목이고 투쟁의 길목이다.

봄, 여름 열심히 가꾸어 가을에 결실을 맺는 농사와 시기와 방식이 거의 비슷하다. 말하자면 수확의 계절인 동시에 갈림길의 계절이고 노력에 대한 결과가 세상 밖으로 나오는 계절인 것이다.

해마다 9월이 주목받는 이유는 농민들의 요구가 가장 절실하게 표현되기 때문이며 그 절실함을 표현할 수 있는 무기가 준비되기 때문이다. 9월에 주목받는 것은 역시 쌀이고 쌀투쟁은 농민운동사에 하나의 고유 명사로 인식되고 있다.

나락값 5백원 더 받는 농민운동

수매제가 유지될 때는 과연 나락 값이 물가 인상률을 반영 할 수 있는지, 농민이 요구하는 전량을 매입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었고 ‘나락값 보장, 전량 수매 쟁취’ 구호는 해년 마다 반복되었지만 전혀 식상하거나 고루하지 않았다.

그러다 우리과이라운드(UR)를 거치고 2000년부터 본격적으로 나락 값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의무수입물량 확대와 식용 쌀 수입까지 더해지면서 하락폭은 더욱 커졌다. 2003년 6만원까지 올랐던 수매가격은 수매제 폐지이후 5만원 초반대로 급락했다.

2008년도 강진 산 농협 자체 매입가는 5만2천700원이다. 수확기 현장 가격이고 이것이 적나라한 현실이다. 전체 농민의 60%가 쌀농사를 주 소득작물로 생활하고 있으며 전체 농업소득의 50% 이상이 쌀 소득이고 보면 쌀 투쟁이야 말로 농민생존권 투쟁의 구심이다.

적어도 전라남북도와 충청 남부 지역은 우리나라 대표적인 미작지대로 이에 대해 사활적인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 2000년 이후 모든 농관련 지표가 일제히 악화된 것은 나락값 하락이 직접적인 요인이다.

농가부채의 심화, 도시근로자 기준 농가소득비율, 농촌 고령화 속도, 농촌의료 교육의 공동화 추이 등을 볼 때 그러하다. “나락값 5백원 더 받기 위해 농민운동이 존재하는가”라고 누군가 물었다. 나는 “당연히 그렇다”라고 대답했다. 식량주권도 좋고 통일농업도 다 맞는 소리다. 국민농업도 좋고 반이명박 투쟁은 더더욱 좋은 말이고 맞는 말이다. 나는 나락값 5백원 더 받는 것이 식량주권이고 통일농업이고 반 이명박 투쟁이라 생각한다.

그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농민이 없는 농촌은 의미 없기 때문이다. 농업의 희망은 농민이 만들어 간다. 식량주권도 통일농업도 주체는 농민인 것이다. 당장 오늘 내일 연명할 생활비와 자식들 교육비가 없는 농민이 무슨 희망을 이야기하고 무슨 내일의 전망을 구상하겠는가 말이다.

또 하나, 나락값은 농업노동이 사회적으로 평가받는 잣대가 되기 때문이다. 오늘 당장 나라값이 5백원 오른다고 농민이 사회적으로 대접받고 농업문제 전체가 풀리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자신의 노동이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것이 되고 그것이 인정받는 다는 것은 경제적 보상 차원을 넘는 인간 본성적 요구인 것이다.

‘모든 대중 조직은 다소간 이기적이다’ 언제가 노동운동가 하종강 선생께서 한 말씀이다. 농민운동은 농민이 농민대중의 이해와 요구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회적 실천이며 그 주체는 농민회이다.

농민대중의 이해가 나락 값에 있다면 당연히 농민회는 여기에 집중해야 한다. 나락 값을 더 받기 위해 필요하다면 국민을 담보로 출하거부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와 농협중앙회, 지역 회원 조합과 지자체를 상대로 투쟁을 전방위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시기마다 어디에 집중해야 하는가, 무엇으로 타격해야 하는가 라는 방법과 방점은 다를 수는 있지만 투쟁의 대상을 선별하거나 일부러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현재 영암군 농협에서 4만5천원에 올 햇벼(운광벼)를 매입하고 있다. 진도 일부에서도 4만6천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고 한다. 강진은 아직 조벼 거래는 안되고 있으나 농협은 작년 5만8천원보다 약 6천원 낮은 5만2천원을 말하고 여론을 보고 있는 상황이다.

올 초 나락대란은 예고된 폭풍이었고 지금 그것이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올해는 작년 보다 수확기가 다소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된다. 터질 것이 터지고 있고 상황이 급박하다. 말하자면 비상시국인 것이다.

여러 시군이 농민총회를 준비하고 있고 또 일부는 진행하고 있는데 한가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실천 투쟁과 동시에 농민총회를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농민총회도 힘을 받는다.

농민총회는 실천투쟁 병행돼야

전쟁터에서 침략군이 총 쏘고 쳐들어오는데 우리는 인원 파악한다고 한 줄로 사람들을 세워놓아서는 안 된다. 당장 농협창고를 막고 마을 방송부터 해야 한다. 시간이 없다. 가을의 길목에서 9월에 농민이, 농민운동이, 우리의 투쟁이 지역에서 사회적으로 한 몫 하기 위해서 당장 논을 갈아엎는 투쟁, 농협 창고를 봉쇄하는 투쟁, 시군청 앞에 천막을 치는 투쟁으로 올 준비 태세를 갖추어야 한다. 준비된 사람부터 준비된 지역부터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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