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민 권리보장-식량주권 이뤄낼 터”

전여농 창립 20주년 전국여성농민대회

  • 입력 2009.08.23 09:02
  • 기자명 최병근-김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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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농민들이 개방농정으로 무너지고 일그러진 이 땅의 농업·농촌을 복원시키기 위해 투쟁에 나선 지 20년이 됐다. 그 동안 여성농민들은 UR 반대, 한·칠레 FTA 반대, WTO 반대 홍콩 원정투쟁 등 이 나라 농업·농촌·농민을 지키기 위해 온몸을 던져 왔다.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전여농, 회장 김경순)이 창립 20주년을 맞아 지난 20일 장충체육관에서 회원 여성농민 등 5천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쌀 값 보장, 식량주권 실현 전국여성농민대회’를 개최했다.  〈최병근, 김주영 기자〉 

우리 농업 지키기 노력 계속할 것

▶김 경 순 전국여성농민회 총연합회장=전여농은 창립 이후부터 줄곧 우리를 힘들게 했던 문제에 정면으로 도전했다. 학교급식 실현, 농가도우미제도 도입, 여성농업인육성법과 조례 제정 등 여성농민의 지위향상과 권리 보장, 그리고 우리사회 발전을 위해 수많은 노력을 해왔다.

전여농의 역사와 함께 하는 것이 바로 신자유주의이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여성농민들에게 더욱 많은 희생을 강요했다. 그래서 여성농민들은 우루과이라운드반대 투쟁, 한·칠레 FTA 반대투쟁, WTO 반대 홍콩 원정투쟁 등 전국을 너머 세계를 누비며 우리농업을 지키기 위해 투쟁했다.

이제까지 해온 숭고한 일도 많지만 아직은 여성농민으로 농촌에 살아가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너무도 많다. 그것은 때로 목숨을 거는 투쟁이기도 하고, 더러는 토종 종자를 지키는 일과 국민들에게 안전한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등 정성을 다하는 일이기도 하다. 

현 시기에 우리에게 가장 중요하게 나서는 농업문제는 바로 쌀 문제와 농업 선진화이다. 벼랑 끝에 내몰린 농업을 회생시키려면 농민과 정부, 온 국민이 나서도 시간이 걸릴 판국인데 대다수 농민을 퇴출시키고 농기업을 육성해 식량자급이 바닥인 나라에서 수출농업으로 간다고 한다.

또한 농촌현장에서는 쌀 값이 떨어져 수확기에 쌀 대란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도는데 기껏 농협중앙회에게 10만톤 매입하게 하는 정도의 대책으로 은근슬쩍 넘어가려 한다. 이도 모자라 아예 쌀 관세화로 전면 개방하자고 한다.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하지 않으면 올가을 정부와 농민간의 물러섬 없는 싸움판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온 힘 다해 농민생존권 되찾아내야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20년의 세월을 돌아보면 속으로부터 눈물이 쏟아져 나온다. 그동안 한가정의 어머니로서, 한 남편의 아내로서, 이 나라 이 땅의 생명농업, 생명산업을 지켜오기 위한 농사꾼으로서 이 나라 전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책임지는 국민의 어머니로서 정말 많은 고생을 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하는데 2번이 변했는데도 우리는 캄캄한 어둠 속에서 고민하고 분노를 느끼고 있다. 통일 세상 열어제치기 위해 그동안 우리가 외쳤던 절규 외침들이 오히려 거꾸로 돌아가는 한 가운데 서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면서 대북 쌀 지원을 중단해서 쌀 값 대란 문제가 터져 나오고 있다.

말로는 상생·공생을 외치지만 실제로는 실천하지 않는 정권이 이명박 정권이다. 우리가 곡식농사 잘 지으려고 농사철 되면 얼마나 발버둥 치는가. 우리 농민들은 곡식농사만 잘 지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아스팔트 농사를 20년동안 지어오지 않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 농민들의 생존권이 벼랑으로 내몰리고 신자유주의 개방의 역풍을 맞아야 하는 것인가. 이명박 정부는 농사로 따지면 반타작도 안 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여러분들이 더 잘알것이다. 여성농민들도 자신감 가지고 힘차게 해나가자.

올 가을 쌀값 보장 앞장설 터

▶ 이낙연 국회농림해양수산식품위원회 위원장(민주당 의원)=전여농의 20주년을 경축할 수 있어 기쁘다. 전여농은 지난 20년 동안 여성농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얻기 위해 노력했다. 이를 이루기 위한 그간의 싸움은 매우 힘들었다.

그러나 누군가는 해야 할 소중한 싸움이었다. 그간 전여농의 투쟁에 대해 경의를 표한다. 하지만 여러분의 투쟁이 결실을 얻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아직도 먼 길을 남겨놓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까지 해온 것 이상으로 싸워야 할지 모른다. 열심히 해주길 바란다. 나도 성원하겠다.

오늘 여러분이 내건 6개 요구사항을 숙지하고 왔다. 쉽게 달성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달성에 근접하게 되도록 여러분과 힘을 합치고 싶다. 올 가을 최소한의 쌀값은 보장해야 한다고 농정당국에 말하고 있다.

김경순 회장님이 대회사에서 언급했다시피 농업 선진화 방안은 내용적 측면에서 상당히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 지금까지 나와 있는 선진화 방안은 뭔가 길을 잃었다.

특히 영세농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없다. 이에 대한 배려가 없는 선진화 방안은 국회에 보고도 하지 말라고 (농식품부에)일러뒀다. 다시 보고해주리라 믿는다. 또 김경순 회장님과 전여농 회원 여러분은 1인6역을 하는 초인들이다. 집에서는 아내, 어머니, 며느리로 들판에서는 농사꾼, 사회에서는 봉사자, 전사로 활동하고 있다. 존경한다.

더욱 많은 활동을 해달라. 김대중 전 대통령도 서거하시기 전에 국민의 정부는 농민의 정부라고 말을 한 적이 있다. 그 말에 담긴 정신을 미력하지만 계승하고자 한다.

농업위기 여성농민 힘으로 극복을

▶윤요근 농민연합 상임대표=전여농 창립 20주년을 축하한다. 한국농업을 비롯해 우리와 함께 고생하는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 오종렬, 정광훈 한국진보연대 상임고문과 현장에서 아스팔트에서 땀 흘리는 농민단체를 비롯한 내빈께 350만 농민을 대표해 감사드린다.

이 자리에 오면서 가장 존경하는 세종대왕이 관동교서에 쓴 한 구절을 생각했다. 글에는 ‘나라의 근본은 백성이고 백성은 식량을 하늘로 여긴다. 농업은 의식의 근원이므로 모든 것을 제치고 농업이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한다’라는 구절이 있었다.

조상들께서는 농업을 위대하게 생각했고 존경해 마지않았다. 어느 날 우리도 모르게 신자유주의자 추종자들에 의해, 시장개방이라는 이념의 논리로 우리가 피땀나고 죽도록 가꾼 농산물을 그리고 우리농업을 경쟁력이 없는 산업으로 전락시켰다. 지금까지는 여러분의 힘으로 근근히 버텨왔으나, 앞으로는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하는지 나도 궁금하다.

새로운 정부 들어 우리 농민들을 위한다는 정책은 없고 절망적인 정책으로 일삼고 있다. 선진화라는 명분아래 비료 값은 쌀값보다 비싼 2만원이 넘고, 우리가 유일하게 지켜야 할 종자는 외국계 기업에 모조리 넘어갈 판이다. 또 350만이 넘는 농민들이 대규모 영농에 잠식당할 위기에 처했다.

이러한 위기를 여성농민의 힘으로 극복해야 한다. 농업은 앞서 나가야 한다. 특히 앞으로 몇 달 후 수확기다.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30만∼40만톤 재고미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격리해야 한다. 여성농민단체 회장님들과 함께 머리 맞대고 투쟁하겠다.

여성농민들은 세상 변화의 씨앗

▶이강실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대회를 지켜보는 내내 여성농민들의 희망과 열정을 느꼈다. 전여농의 설립은 여성들의 자긍심이요 큰 긍지였다. 한국진보운동의 큰 획을 그었던 것이다.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역사의 주체로서 생명을 일구고 통일을 가꾸며 중요한 역할을 한 여러분에게 감사드린다.

한나라당은 지난 10년간 있었던 모든 것들을 잃었다고 한탄한다. 그러나 그들은 농민들에게아무것도 만들어주지 않았다. 농민말살, 농업 해체정책으로 일관해 왔다. 여성농민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촌에 남았다.
지구를 살리기 위해 노력해준 여성농민들이 정말 자랑스럽다. 여성농민들은 변화의 씨앗과 같은 역할을 해왔다. 전여농 20주년을 맞는 이 자리에 그런 역할을 해온 여성농민들이 와있어서 감사하다.

오늘은 또 다시 20년을 출발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여성농민들이 앞으로 어떤 농사를 지을지 기대된다. 친정엄마들이 앞다투어 농촌으로 시집보내려는 시대가 와야 할 것이다. 이러한 시대는 여성농민들이 불굴의 의지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여성농민이 있기에 꿈도 희망도 가능할 것이다. 여성농민이 행복한 세상 만들자. 한국진보연대도 어우러져 여성농민이 행복한 세상 만들겠다.

전농은 여성농민과 공동운명체

한도숙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여러분들은 20년전에 농촌에서 그냥 일개 농사꾼 또는 가정주부인 상태에서 여성농민이라는 남한사회의 한 계급을 만들어낸 장본인들이다.

그 자랑스러운 여성농민의 이름을 이 사회에 뿌리깊게 내려 뻗으려고 노력했던 지난 20년의 시간들을 되돌아보면 50년, 100년 후의 여성농민을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 가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자리가 바로 이 자리가 아닌가 싶다.

여러분들이 아주 억척스럽게 땅을 파며, 목숨을 바쳐가면서 이 나라 농업과 이 땅을 지키기 위해 싸워왔던 지난 20년을 돌이켜 보며, 앞으로 한국농업에 있어 우리 여성농민의 지위와 역할은 어떻게 만들어가야 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올해 다가오고 있는 과제들은 수없이 많다. 여성농민들이 주체적으로 지키고자 하는 토종씨앗 문제, 올 가을 쌀 값 대란, 그리고 이 나라 이 농업을 없애려는 저 신자유주의 신봉자들의 선진화를 부셔버리고 막아내야 한다.

우리 전농은 여러분과 함께 할 수밖에 없는 운명 공동체이다. 여성농민들이 전농과 함께 하는 것임을 한시도 잊지 않고, 운명공동체임을 가슴에 심는다. 한국 농업을 주체적으로 이끌어 나갈 양축이 되어 힘차게 나아가자.

한-일 여성농민 연대해서 행동하자

치코와타나베(일본 농민운동전국연합회 여성부)=한국에서 열리는 전국여성농민대회에 초대해 줘서 감사하다. 일본 정부는 한국에 가했던 역사 사실을 왜곡하고, 과거의 침략전쟁을 미화하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일본 농민들은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한국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할 것을 원하고 있다. 평화헌법을 지켜나가고 두 번 다시 비참한 전쟁이 되풀이되지 않고 핵 위기가 없는 세계를 목표로 세계의 사람들과 연대해 행동하고 있다.

일본의 농업을 둘러싼 정세는 한국과 똑같다. WTO 협정 체결 이후 농산물의 가격은 계속해서 내려가고, 특히 주식인 쌀 가격의 폭락은 가장 큰 일이다. 일본정부는 올해 6월 태평양전쟁 이후 농민의 손에 돌려줬던 농지법을 개악하고 기업에 농지를 쪼개주는 계획을 만들었다.

지금 일본에서는 이 같은 정부의 행위에 확실하게 반대의 의사를 표하고 농민의 삶과 농업을 지킬 수 있는 정치권을 바꿔내기 위해 온 힘을 쏟고 있다. 삶을 지키고, 농업의 소중한 담당자인 한국과 일본의 여성농민이 함께 교류하고 배우며, 정보를 공유해 연대해서 행동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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