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씨앗 지켜 여성농민 권리실현”

전여농 창립 20주년 특별기획시리즈〈6〉 여성농민운동의 방향④

  • 입력 2009.08.09 22:11
  • 기자명 한 영 미(토종씨앗지키기 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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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은 농민들이 생산을 통해 얻는 수확물이기도 하지만 다음해 농사를 위한 필요한 생산수단이기도 하다.

▲ 한영미(토종씨앗지키기 사업단장)
예부터 ‘농사꾼은 죽어도 종자는 베고 죽는다’고 할 만큼 종자는 농민들에게 중요하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 이후 중화학농업(녹색혁명형 농업)이 한국농업을 재편해 온 결과, 가족농은 전통적인 종자를 버리고 화학비료 등의 화학물질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잡종종자를 선택해 농사를 지어 왔다.

종자를 사서 농사지으면서 그 종자에 적응하는 거름, 비료, 농약, 농기계 등을 외부시장에서 구입해서 농사를 짓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씨앗을 스스로 확보하지 못하고 외부에 의존하기 시작하면서 돈이 없으면 농사를 못 짓는 상황이 되었다.

농민권리 원천 차단하는 GMO

그런데 벼랑 끝에 내몰려 있는 농민들에게 종자를 팔고, 농자재를 팔아왔던 농화학기업들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또 다른 세상을 강요한다.

바로 GMO 세상이다. 농민들의 재생산구조를 원천적으로 막는 과학기술이 바로 터미네이터(불임기술)로 만들어진 GMO인 것이다.

수천년 동안 농경문화를 유지·발전 시켜온 전통지식에 기반을 둔 자가 채종의 권리와 가치를 지적재산권이니 특허니 하는 법과 제도까지 동원해 농민의 권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초국적 종자 기업들의 무한대의 이윤창출만을 위해 만들어진 기술이 바로 GMO이다.

GMO-LMO는 모든 가공식품의 원료이기도 하기에 광우병보다 훨씬 위험할 수 있고, 종자 다국적 기업의 이윤창출을 위해 생명윤리를 저버린 과학기술과 인간의 오만함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GMO-LMO는 ‘단작으로 농사짓기 편리하다, 농약사용을 줄여 환경오염을 감소시킨다, 인류의 식량문제를 해결한다’는 가면을 쓰고 우리 앞에 나타났다.

이들 기술은 생물의 종과 종을 뛰어넘는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생태계를 파괴하고 환경오염을 가중시키는 주범이 되었다.

그럼에도 기후변화 대책을 마련한답시고 산업용 식물성 연료생산을 부추기면서 지구온난화를 가중시키고 있다.

전 지구적으로 불어 닥친 생태계 위기, 에너지 위기, 기후변화 등으로 변화하는 기후패턴은 전례 없는 가뭄과 홍수, 폭풍우를 일으켜 농경지와 축사, 농가를 파괴한다.

또한 수많은 동식물종들과 전례 없는 속도로 멸종하고 있다. 이상기후로 인한 병충해의 창궐도 큰 걱정거리가 되고 있다.

농민들은 종자와 기존의 경작패턴을 바꾸어 이러한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대처해야만 한다. 이에 전여농은 상업적으로 농사짓던 관행에서 벗어나기 위해 텃밭에서부터 새로운 대안을 모색해 나가고 있다.

먹거리 안전을 위협하고 농민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GMO를 막아내고 농업유전자원을 보호하고 농민의 권리를 실현하는 것이 바로 텃밭농사인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의 ‘토종씨앗지키기’ 운동인 것이다.

운동적인 차원에서 시작한 ‘토종씨앗지키기’는 동남동아시아 국제종자포럼 개최, 전국 15개 지역에 토종종자 전시채종포 운영, 1명의 여성농민 1품종 토종씨앗 갖기, 토종씨앗으로 먹거리주권 지키기, 토종씨앗을 지키기 위한 네트워크 구성, 전통농업 연구, 종자주권을 지켜내기 위한 법과 제도 개선활동 등 다양한 활동을 벌여나가고 있다.

토종농사가 여성농민들에게 경제적 가치실현이 가능하도록 도-농이 서로의 공동체를 유지하려는 시스템도 만들어가고 있다.

이렇게 전여농은 변화의 씨앗, 미래를 살리는 씨앗을 가슴에 품고 생산자로서 시민으로서 권리와 의무를 다하고자 하는 것이다.

꽃다운 나이 스무 살을 맞이하는 전여농은 종자를 비롯해 전통지식에 기반을 둔 농업기술 및 문화는 후대에게 물려줄 우리의 공공자산이어서 보전하고 복원해야 할 의무가 있다.

농민이 행복하면 소비자도 행복

땅, 물, 종자, 전통지식, 전통문화를 유지 발전시켜온 여성농민들의 권리를 존중하고 그 가치를 실현함으로써 인류의 공동재산을 보존해 나갈 것이다. 벼랑 끝에 서 있는 농민들이 지속가능한 국민농업, 통일농업의 기치아래 안전한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것이며, 생산자의 의무가 소비자의 권리와 연결되어 있음을 끊임없이 일깨우는 교육사업도 열심히 벌여나갈 계획이다.

불행한 농민이 행복한 소비자를 만들 수는 없다. 여성이 살고 싶은 농촌, 여성농민이 행복한 농촌은 모든 국민이 행복해지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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