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가락시장 시설현대화 제대로 추진하라

  • 입력 2009.08.09 14:54
  • 기자명 한국농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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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 54만3천451㎡ 규모의 가락시장 시설현대화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된다고 한다. 최근 서울시농수산물공사에 따르면 개장 24년이 지나 시설이 노후화돼 연간 550억원의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는 가락시장을 2020년까지 모두 5천4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순환재건축’ 방식을 통해 현대화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공사는 이와 관련, 유통인 등 1백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가락시장 시설현대화사업 기본계획 연구용역 중간보고회를 개최했다. 이날 연구용역을 맡은 (주)플레이스머천다이징 측은 ▷최적의 물류 유통시스템의 도매시장 ▷사업부지의 효율적 활용 ▷차별화·복합화 지향의 멀티 도매시장 ▷농수산물 유통을 선도하고 허브마켓으로서의 기능을 지향하는 쪽으로 가락시장 현대화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보고했다.

우리는 이번 현대화사업 추진으로 가락시장이 그동안 고비용·저효율 체제에서 탈피하여, 저온유통시스템, 하역기계화 및 물류동선 최적화 등 저비용·고효율 구조의 도매시장으로 새로 탄생되기를 기대한다.

문제는 시설 현대화에만 초점을 맞추고, 가락시장 본래의 기능이 퇴색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바로 운영의 현대화도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는 것이다.

가락시장은 우리나라 농수산물 가격의 기준 형성이라는 공적기능을 수행하는 매우 중요한 곳이다. 물론 유통환경의 변화로 도매시장이 침체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아직 산지의 생산·출하규모가 영세·분산적인 구조 아래서는 여전히 도매시장의 역할과 기능은 유효하다.

그런 점에서 가락시장 도매기능의 강화는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 철저한 도·소매기능 분리는 물론, 경매제도 유지와 함께 유통환경 변화에 대응, 다양한 거래제도 도입도 고려해야 한다. 특히 농안법에서 허용한 시장도매인제도를 가락시장에서도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한 시장에서 경매제와 시장도매인제를 함께 시행함에 따른 혼란 등을 이유로 비판도 일고는 있지만, 현재처럼 무원칙하고 무분별하게 상장예외품목을 늘려 가는 것보다는 거래 투명성 확보라는 측면에서 오히려 바람직할 수도 있다.

이와 함께 충분한 저온저장고와 가공시설 등의 마련을 통한 농수산물 수급조절 기능이 발휘되도록 해야 하며,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친환경농산물의 기준가격 형성을 위한 도매시장법인 유치 등의 대책도 함께 마련해야 할 것이다.

어떻든 가락시장 시설현대화는 단순히 시설만 개선되고 내용이 변하지 않는다면 기형적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따라서 현재 시장에 있는 5천여개 유통업체와 유통인 등 2만여명의 종사자는 물론 출하농민, 구매자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여 말로만이 아닌 실제 ‘명품 도매시장’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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