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희생 강요하는 ‘삽질 예산’
농민 희생 강요하는 ‘삽질 예산’
  • 장경호 이사
  • 승인 2009.07.25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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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경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이사
종합부동산세, 소득세, 법인세 등을 깎아 주는 소위 ‘부자 감세’와 4대강 개발 사업으로 대표되는 소위 ‘삽질 예산’이 경제위기로 고통 받고 있는 농민의 희생을 더욱 강요하고 있다. 세계적 불황으로 한국도 경제위기를 겪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나라 경제가 어려우면 부자들이 앞장서서 고통분담에 나서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상식임에도 불구하고 MB정부의 한국에서는 기초적인 상식도 무시되고 있다.

올해 ‘부자 감세’ 규모만 12조원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부자들의 세금부담을 더욱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펴 나가고 있고, 감세정책에 가장 앞장섰던 미국, 영국 등 소위 신자유주의를 앞장서서 주창했던 나라들마저도 이미 부자 증세로 돌아섰다. 그런데 유독 한국만 부자 감세라는 후진적인 행태를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종합부동산세, 소득세, 법인세 등 소위 ‘부자 감세’ 규모는 올 한 해에만 약 12조원으로 예상되고 있다. 종합부동산세와 법인세의 경우 대부분 부자와 대기업에게 감세 혜택이 집중되어 있으며, 소득세의 경우에도 감세액의 약 77%가 상위 20% 계층에 편중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008∼2012년 동안 부자감세 총규모는 약 98조9천억원으로 거의 100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부자 감세는 필연적으로 정부의 대규모 재정 적자를 불러온다. 올해만 하더라도 추경예산을 포함하여 약 51조6천억원의 재정적자(관리대상수지 기준)가 예상되고 있다.

적자를 메우기 위해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우선 정책은 국채를 발행하는 것이다. 그러나 국채 발행은 국가 부채를 높이고, 과도하게 국채를 발행하다 보면 결국 국가 부도 사태에 직면하게 되기 때문에 그 한계가 뚜렷하다.

이미 MB정부 2년 동안 무분별하게 국채 발행이 이루어짐으로써 국가 부채가 급증하여 위험 수준에 도달했다는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자료에 의하면 한국의 국가부채는 2007년 국내총생산(GDP)의 약 33%에서 2009년에는 약 40%, 2010년에는 약 46.3% 수준으로 급증할 것으로 보고되었다.

이 정도 수준이면 국가 부도 사태를 심각하게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국가부채 규모는 약 366조7천억원 수준으로 1인당 약 748만원, 4인 가족 기준 1가구당 약 2천993만원 수준에 도달한 상태이다.

결국 국채 발행이 한계에 도달한 상태에서 정부는 세금 징수를 늘리기 위한 별도의 대책이 절실히 필요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선택하고자 하는 다음 정책이 소위 ‘서민 증세’라 불리는 것들이며, 이미 몇 가지는 언론을 통해 그 실체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우선 비과세 혹은 세금감면 혜택을 대폭 축소하는 것인데, 노동자 및 농어민 대한 비과세·감면 규모를 44.6% 축소하자는 것이다. 농업용 면세유 대폭 축소, 사료 등 농업용 기자재 영세율 대폭 축소 등이 예상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다음으로 부가가치세(VAT)를 인상하는 것인데, 여론의 역풍에 부딪힌 정부의 공식적인 부인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전문가들은 결국 시간의 문제일 뿐 부가세 인상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에는 과거 특별소비세라고 불리던 세금을 개별 소비세라는 이름으로 더욱 확대 적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부가세나 개별 소비세 등은 물건을 구매하는 사람이 부담하는 간접세로서 결국 대다수 농민과 서민이 그 부담을 떠 안게 될 것은 자명하다.

부자 감세에 이어 4대강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삽질 예산 역시 농민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 2010년 4대강 개발 사업예산은 약 6조9천5백억원인데,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가 많은 부분을 부담하지만 농림수산식품부도 약 7천500억원을 부담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어떤 명목으로 농림수산식품부가 대규모 예산을 4대강 개발사업에 투입하는지, 농림수산식품부가 왜 4대강 개발사업에 예산을 사용해야 하는지를 밝히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MB정부가 집권하는 동안, 4대강 개발사업이 폐지되지 않는 한 앞으로도 이러한 행태가 계속 될 것이라는 점이며, 이 때문에 정작 농민들을 위해 사용되어야 할 예산이 축소된다는 것이다.

재정적자 메우려 농민지원 축소

연초부터 농업과 농민에 대한 지원을 축소하거나 폐지하려는 시도가 끊이지 않고 있는데, 이는 정부의 삽질 예산 우선 확보 원칙과 무관하지 않다. 정부는 4대강 개발 사업을 차질 없이 지원하기 위해 2010년 예산안 편성지침에 “모든 재정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국정과제 위주로 투자 우선순위를 재조정한다”고 명시하였다.

이에 따라 기획재정부는 각 부처의 ‘재량 지출’사업 뿐만 아니라 법으로 정해진 ‘의무 지출’도 법 개정이나 제도 개선을 통해 줄이라는 방침을 부처에 전달했다. 농업용 화학비료 보조금 폐지, 송아지 안정자금 지원 폐지, 폐비닐수거 지원 보조금 폐지 등이 추진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부자 감세와 삽질 예산으로 농민의 희생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MB정부의 독선과 아집이 농가부채에 허덕이는 농민들에게 더욱 큰 고통과 희생을 강요하는 현실이 개탄스러울 따름이다.


장경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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