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농협중앙회 개혁 주인에게 먼저 물어봐야

  • 입력 2009.07.25 14:53
  • 기자명 한국농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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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중앙회는 지난 6월 29일 농협구조개혁추진단에서 마련한 소위 자체개혁초안을 바탕으로 7∼8월 ‘회원조합’ 의견 수렴 후 1차안을 만들고, 10월까지 최종안을 마련한 후, 11월말 이사회 및 정기대의원대회를 거쳐 의결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 안에 따르면 1단계로 내년부터 2011년 말까지 농업경제, 축산경제, 신용, 상호금융 등 각 부문에 독립적 인사권을 주고 자본·회계도 가상으로 분리시켜 운영해 본 다음, 2단계는 1단계 운영 결과를 토대로 2012년 이후 실제 사업 분리에 나선다는 것이다.

물론 중앙회의 명칭은 그대로 유지하고, 신용 및 경제사업은 지주회사 형태로 운영하겠다는 내용이다. 말이 신·경분리이지 농협개혁의 본질과 알맹이는 모두 빠져있다.

그런데 이러한 내용의 황당함은 말할 것도 없고 더욱 우리를 당황하게 하는 것은 분명히 7∼8월 ‘회원조합’ 의견수렴을 거친다고 되어 있는데도 실제로는 농민조합원은 배제한 채 조합장과 시도의 중앙회 직원들 중심의 의견수렴절차를 강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5일과 16일 충남과 경북에서 각각 열린 농협중앙회 자체 신경분리 방안에 대한 토론회에 참관하려던 농민 조합원들이 중앙회의 원천 봉쇄로 토론회장에 들어가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회원조합’의 주인인 조합원 농민들의 참여는 막아 놓고 무슨 의견수렴을 한다는 것인지 삼척동자도 기가 막힐 일이다. 누구를 위한 농협개혁인지 불을 보듯 뻔하다.

머슴들이 주인을 들어오지도 못하게 경찰력까지 동원하여 막았다 하니 참 세상이 거꾸로 가도 유분수지 한심하기 짝이 없다. 주인은 제쳐 두고 머슴들끼리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발상자체가 하도 희귀하니 이를 박제하여 박물관에 보관이라도 해놓아야 할 듯 하다.

왜 이토록 중앙회는 농민조합원들의 참석을 막아야만 할까. 무슨 비밀내용이 포함되어 있기에 그럴까. 공개적이고 투명하지 못하면 결국 불신과 의혹은 커질 수밖에 없음을 농협은 알아야 한다. 혹시 최근 시중에 회자되고 있는 외환은행 인수문제와 관련된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지 모르겠다.

중앙회 신용사업 위주의 농협개편을 획책하려는 어떤 음모가 숨어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는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우리의 우려가 사실이라면 전 농민조합원의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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