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농민 연대모임 참가기]“농사는 통일의 근본” 확인

최재관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 입력 2007.09.15 12:00
  • 기자명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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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재관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9월3일 삼삼오오 농민들이 공항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진도 농민은 남쪽 진돗개와 북쪽 풍산개를 서로 연결하여 자매결연을 맺으면 좋겠다고 하고, 장흥 농민은 정남진의 장흥과 정북진의 중강진이라 서로 교류를 하면 어떨까하는 희망으로 부풀어 올랐다. 순천농민은 고려민항 전세기는 국가 대표단들이나 타는 줄 알았는데 우리 농민들도 타게 되니 감회가 새롭다며 고려민항에 올랐다.

도착날 저녁 북쪽 농근맹 식구들의 환영만찬에 참석하였다. 술잔을 기울이며 남북의 농민들은 이런 저런 얘기를 하였다. 북쪽은 큰물 피해를 입어 전체 농경지의 10%가 매몰되거나 유실되었다고 한다. 그로 인해 전체 식량생산의 10%가 차질이 예상되고 있다. 수해 복구를 위해 남북 정상회담 마저 연기된 조건에서 남북 농민 통일 모임이 일정대로 진행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민족의 식량주권을 지키고 통일농업의 실현하는 길에 남북이 힘을 모으기 위해 북쪽은 수해복구로 바쁜 중에도 남쪽농민들을 맞기 위해 특별히 시간을 냈다고 한다.

둘째날 만경대 협동농장에 들렀다. 농사도 그만 저만하고 사는 모습도 우리와 비슷하다. 다른 것이 있다면 3∼4층의 빌라형 살림집과 독채의 살림집이 아파트 들어서듯 줄지어 있고 그 속에 젊은 농사꾼들이 많이 살고 있다는 것이다. 농촌청년들이 고향을 지키는 것을 자랑으로 삼는다고 한다. 모내기 철이면 전체 인민들이 농촌으로 달려들어 정해진 시간 내에 모내기를 위해 총동원이 되고, 그때 도시처녀가 농촌 총각과 눈이 맞기도 하며, 결의를 내서 농촌에 내려올 결심을 한다고 한다.

사람들이 불룩한 배낭을 짊어지고 다니는 모습이 많이 보이는데 그 속에는 토기 먹이를 위한 풀이 들어 있다고 한다. 도시의 아파트에서도 토끼를 키우는 경우가 있다고 하니 식량을 생산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는 모습에 숙연해 진다.

세째날 오후에 대성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며 전남 농민들이 통일쌀을 대중적으로 모아 보자는 제안을 해서 토론의 열기를 더했다. 진도의 경우 지난 농민대회에서 1천가마를 모아서 대북 지원하겠다고 이미 대중적으로 선포했다고 한다. 특히 진도는 기존의 615준비위원회에서 추진하고 있는 범국민 ‘통일쌀 짓기 운동’에 이미 참여하고 있는 2백가마 뿐만 아니라 추가로 8백가마를 더 모으겠다고 했다. 최근의 수해로 북쪽의 식량손실이 많이 났다는 보도를 접하고 이런 결심을 하였다고 한다.

점심자리에 모여 앉은 전남 농민들은 만장일치로 더 많은 통일쌀을 모아서 대북 지원하자고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이어 저녁에는 남북농민 연대모임을 진행하기 위해 남쪽의 농민들은 북녘농민들의 박수를 맞으며 조선 농업 근로자동맹 회관에 들어섰다. 5백명의 북쪽 농민들과 93명의 남쪽 농민들이 만났다.

남쪽에서는 남북농민들은 두 가지의 제안을 하였다. 그 하나는 남북 농민들의 상설적인 연대기구를 구성하는 것이다. 남북의 농업교류가 알게 모르게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 경남 함안에서는 평양에서 기른 딸기모를 가져다 통일딸기를 키우고 있고 금강산과 개성에서는 여주 고구마, 제천 사과 등 남쪽이 참여하는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그 과정에 다양한 우여곡절이 생기고 있다. 함안의 경우 딸기모종이 들어오는 과정에서 검역 일정이 길어져 모가 상한 경우도 있고 제주도에서 보낸 감귤이 지체되어 절반이 상하면서 도움을 주기보다 어려움을 줬던 적도 있다.

해남에서는 과잉으로 남는 배추를 절여서 대북지원 하려 하였으나 여러 가지 실무적인 어려움으로 좌절된 경우도 있다. 남북농업교류를 확대하고 통일농업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남과 북의 농민들이 상시적으로 연대하며 미리 계획을 가지고 교류를 추진해야 가능하다. 장기적으로 남과 북의 농민들이 중심이 되어 민족 공동 식량계획을 수립하여 나아갈 필요가 있다는 의미에서 상설적인 연대기구를 제안하게 되었다.

다른 하나는, 북쪽에 통일농업 지구를 창설하자는 제안을 하였다. 남과 북의 농업교류가 점차 확대되는 조건에서 일정 지역을 통일농업 지구로 지정하여 농장을 모으고 관련 연구소나 농기업 등 관련 산업을 모아서 체계적인 교류를 위한 통일 농업지구를 만들어 남쪽의 농민이 더 많이 남북 농업교류 협력에 참여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자는 취지에서 제안한 것이다. 북쪽에서는 우리 제안을 받고 당장 결론을 내지는 못했지만 우리 제안을 검토하기로 하고 추후 논의를 진전시키기로 했다.

셋째날, 우리는 백두산이 열어준 그 품에 안겨 ‘농민가’를 힘차게 불렀다. 민족의 성산 백두산의 정기를 가슴에 담고 식량주권 사수 통일 농업 실현의 의지를 더 높였다.

넷째날, 묘향산의 친선전람관으로 향했다. 평양에서 외곽으로 달려가는 들판에는 벼가 알곡을 달고 익어가고 논두렁마다 콩을 심지 않은 빈자리가 없어 보였다. 한 치의 땅도 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산자락은 잘 다듬어 주로 옥수수나 콩 감자를 심었고, 간혹 메밀이 보인다. 들판은 바둑판처럼 콩과 옥수수와 배추가 서로 줄을 지어 있고, 마치 베를 짜놓은 듯 색깔이 배역되어 있어 계획생산의 단면을 보는 듯 하다.

이어 남북농민들은 환송연회를 가졌다. 남북의 농민들은 마주 앉아 통일과 농업에 대해 토론하며 ‘농자천하지대본’이, 이 시대에는 ‘농자통일지대본’이 되었다고 결론을 얻었다. 남과 북의 농민들이 민족 전체의 식량주권을 사수하는 공통의 관심사에 서로 마음을 하나로 모았다.

농사는 우리 민족의 1만년 역사를 이어가는 일이고 통일조국의 미래를 준비하는 일이다. 그래서 농사는 통일의 근본임을 확인하는 통일 농업 건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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