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 폭락, 특단의 대책은 없는가

  • 입력 2009.07.20 07:51
  • 기자명 정영석 전농 광주전남연맹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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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례 없는 쌀값 대란이 예고되고 있다. 가격이 올라야할 시기에 오히려 폭락하고 있는 쌀값으로 인해 농민들의 한숨소리가 벌써부터 농촌들녘을 가득 메우고 있다. 정부말만 듣고 작년 추곡수매량을 늘렸던 지역농협들도 역시 걱정거리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올 가을이 심히 걱정이 된다.

벌써 한숨소리 가득한 농촌들녘

정부는 쌀값하락의 원인으로 쌀 소비량의 감소와 지난해 대풍년을 꼽고 있다. 국민들의 쌀 소비량이 매년 감소하고 있으며 작년 대풍작으로 생산량이 급격히 늘어 상대적으로 쌀 재고량이 대폭 증가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쌀값하락을 넘어 쌀값 폭락사태를 겪고 있는 비상한 현상을 정부의 말대로 단순히 대풍과 소비량 감소만으로 해명할 수 있을까?

▲ 정영석 사무처장

현재 쌀값 폭락 사태에는 보다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첫째는 잘못된 농업정책에 있다. 우리나라가 고도경제성장을 이룩하는 과정에서 역대 정권은 값싼 노동력을 위해 노동자들이 먹는 쌀값을 비롯한 농산물 가격을 낮게 유지하는 정책을 시행해 왔다. 이렇듯 생산비 보장이 안 되는 저가미 정책은 농민들의 일방적인 희생만을 요구했으며 그 여파가 적체되어 지금의 쌀값하락의 주요인이 된 것이다.

둘째는 잘못된 물가정책(쌀값 하락 정책)에 있다. 소위 물가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역점사업으로 실시한 ‘MB 물가 52개 품목’ 중 가장 첫 번째 품목이 쌀이었으며, 쌀값이 오르는 시기에 2005년산 공공비축미를 시중가격보다 20%싼 가격인 4만5천원에 공매(투매)함으로써 쌀값하락을 결정적으로 주도했다.

셋째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적대정책으로 대북쌀 지원 및 교류사업의 중단에 있다. 이명박 정권 출범이후 쌀을 차관형식으로 북에 지원했던 사업이 중단됨으로써 매년 대북지원사업에 사용되었던 쌀이 고스란히 재고량으로 남게 되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자료에 의하면 매년 40만톤씩 대북 지원하되, 10만톤만 국내시장에서 매입했을 경우 80kg 정곡기준으로 1가마당 7천∼8천원 가격상승 효과가 있다고 한다.

전국 RPC 조합장들이 하락하는 쌀값을 막기 위해선 대북 쌀 지원이 조기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를 면밀하게 검토해 봐야 할 것이다.

넷째는 수입쌀의 시중유통이다. 농수산물유통공사를 통해 들여온 수입쌀이 시중에 합류하면서 쌀 가격의 하락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국내산 쌀 재고량 급등과 쌀 소비감소로 우리 쌀 판매를 늘리고 소비를 촉진시키는 데 앞장서야 할 농수산물유통공사가 밥쌀용 수입쌀을 판촉하여 국내시장 연착륙을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현재 쌀값 폭락의 주범은 다름 아닌 바로 이 나라 정부다. 일방적으로 농민들의 희생을 강요한 잘못된 농업정책과 물가정책, 일방적인 대북교류의 중단, 무분별한 농산물 수입 및 관리의 허술 등이 바로 지금의 쌀값폭락의 주원인인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특단의 대책을 수립하여 쌀값폭락 사태를 시급히 치유해아 할 책임이 크다. 대북지원을 통한 과잉 재고미의 시장격리와 수입쌀의 시장교란 행위 근절 그리고 무엇보다도 식량주권 사수를 위한 가격보장을 통한 농업·농민 우대정책을 시행하여 피폐한 농촌을 되살려 사람이 돌아오는 농촌으로 만들어야 할 책임이 있는 것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피폐해진 농업, 농촌, 농민을 살리는 길이 통일농업에 있다는 믿음으로 매년 통일 쌀 짓기 사업을 하고 있다. 대북지원 법제화를 요구하고 남북 공동농업정책 수립과 남북 공동식량계획 수립을 하자고 정부에게 줄기차게 제안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 당국도 이 나라의 통일된 미래를 생각한다면 통일농업을 통해 우리 농업을 살리고 대북 인도적 지원사업도 재개하는 변화된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정부, 대북 인도적 지원 재개해야

우리가 매일 먹는 쌀밥 한 그릇은 얼마나 될까? 여러 가지로 계산해 보면 쌀밥 한 그릇은 200원 정도 한다고 한다. 라면 한 봉지에도 800원 정도 하는걸 보면, ‘쌀이 없어 라면으로 끼니를 떼운다’는 말은 이제 옛날 옛적 얘기가 된 것 같다.

아이들이 사달라고 졸라대는 아이스크림이나 껌도 500원부터 시작하니 쌀값이 껌 값만도 못한 세상이 되었다.

지난 반만년 동안 우리 민족의 주식(主食)으로서 긍지와 자부심을 가졌던 쌀이 어쩌다가 애들 껌 값 보다 못한 신세가 되어버렸을까? 오늘도 장대같은 비를 고스란히 맞으면서 논에서 일하는 허리 구부러진 늙은 농부의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운 생각을 금할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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