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G8 초호화 만찬 최대 수혜자는 누구인가

  • 입력 2009.07.20 07:45
  • 기자명 한국농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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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8일부터 이탈리아의 라퀼라에서 G8 확대정상회의가 열렸다. 세계적인 식량위기가 글로벌 금융위기와 결합되면서 식량의 안정적인 확보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에서 개최된 회의였던 만큼 주요의제 가운데 하나로 식량위기가 채택되었다. 식량위기를 주요의제로 다룬 회의장에서 초호화 만찬이 행해졌다는 소식에 세계의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다.

이 회의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은 아프리카 등 식량부족 국가를 위한 지원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특히 식량부족국가에 현물을 지원하기보다는 농업기반시설의 구축과 농업기술 교육 등 간접적인 방식으로 지원하겠다고 했다. 미국의 잉여농산물 원조로 농업이 철저하게 망가졌던 한국의 경험을 보더라도 물고기를 주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를 낚는 방법을 가르쳐줘야 한다는 것은 올바른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이 식량안보 문제를 해결한 경험을 토대로 식량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적 노력에 동참하고자 한다”는 주장은 수긍하기 어렵다. 식량자급률이 불과 25%정도에 불과한 나라를 반면교사로 삼는 것이 아니고서는 성립 불가능한 논리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한국은 식량안보 문제를 외국산 농산물에 의존하는 것으로 해결해 왔다.

이 대통령의 이 주장이 타당성을 갖기 위해서는 이미 폐기된 식량안보의 논리, 즉 “외화만 있다면 식량이 부족하더라도 해외로부터 구매함으로써 식량을 확보할 수 있다”는 논리를 부활시켜야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개발도상국 대부분은 곡물을 사먹을 수 있는 외화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지금은 식량과잉시대의 종언을 고한지 오래다.

더구나 식량위기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던 작년 봄만 하더라도 이 대통령은 국내생산의 증대보다는 해외식량기지개발이라는 해법을 제시했다. 식량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편으로 각국이 해외식량기지개발에 경쟁적으로 나설 경우, 저개발국의 식량위기가 더욱 가속화될 수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일체의 고려도 없이 나온 대책이었다.

국제회의장에서 세계를 대상으로 한 연설이 진정성을 갖기 위해서는 우선 스스로를 돌아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국내에서는 농민단체들이 쌀 재고량 급증문제 해결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요구하고, 쌀 재고량을 낮추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을 구체적으로 제안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에 대해서는 전혀 소통의 의지를 보이지 않으면서 재고급증을 빌미로 쌀 조기 관세화를 통한 시장개방 쪽으로 힘을 모으고 있다.

농민에 대한 고려나 식량의 안정적인 국내생산에 대한 고민은 전혀 없다. 이 대통령이 식량자급률 25%정도의 국가가 경험한 것을 토대로 식량문제 해결에 동참하겠다는 억지논리를 편 것이나 농업부문에 미칠 영향이 막대한 한-EU FTA 타결을 설익은 채 발표한 것 등에 세계 언론이 비난하지 않은 것은 초호화 만찬장에 가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실을 감추는 것은 오래가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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