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개발, 목표를 분명히 해야

  • 입력 2009.07.12 12:31
  • 기자명 오미란 전여농 정책자문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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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미란(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정책자문위원장)
요즘 뜨는 단어는 녹색으로 대표된다. 과거에 녹색은 단순히 농업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지금 녹색은 단지 푸른 들판만을 상징하는 단어가 아니라 ‘살만한’ 혹은 ‘살기 좋은’, ‘쾌적함’이라는 꽤 가치 있는 단어가 되고 있다.

생(生)이 사라져버린 농촌공간

녹색의 의미가 삶의 질이 향상된 공간적 의미로 재해석되는 현실에서 그럼 가장 살기 좋은 곳은 어디인가?

당연 농촌이다. 그러나 이런 결론에 대해서 순순히 동의할 사람은 별로 없다. 왜일까? 그것은 녹색이 이미지만 있고 소득이 없고 생장이 없기 때문이다.

‘생노병사(生老病死)’가 단절되어 ‘生(생)’이 사라져 버린 농촌공간이 살기 좋은 곳으로 될 수 있을까?
그렇다면 농촌공간이 살기 좋은 곳으로 인식될 수 있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살기좋은 곳은 돈벌이가 되는 곳, 일거리가 있는 곳, 생활이 편리한 곳이라는 세가지 요소가 필수적이다. 지금까지 농촌개발 사례를 보아도 농촌지역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이 세 가지 요인은 필수적이다.

특히 농촌인구의 고령화를 감안할 때 고령친화형 일자리 창출을 통한 소득향상 및 고령자들의 복지향상과 젊은 귀농자들의 유치는 농촌 지역개발의 사활적인 과제이다.

그렇다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농촌 지역개발 정책이 이러한 사활적인 과제를 해결하는데 얼마나 실효성이 있었는가를 점검해 봐야 한다. 여기에 대한 답은 여전히 미흡하다고 지적할 수 있다. 이 세가지 요소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전제조건이 있다.

먼저 농촌에서 돈이 되는 ‘꺼리’가 많아질 것, 둘째, 돈이 되는 일자리를 통해서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들 것, 셋째, 이를 위해서는 농촌지역의 정주여건이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이것은 따로 따로 존재하는 사업이 아니다. 최근 경쟁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농촌마을개발 사업은 이러한 요인을 얼마만큼 충족하고 있을까?

농촌마을개발에서 중요한 지표로 제시하는 것은 볼거리, 놀거리, 먹을거리이다. 한 마디로 초점은 도시민에게 무엇을 제시할 것인가에만 맞춰져 있다.

‘농촌 뿌리-도시 꽃’ 되새겨야

물론 도시소비자와의 교류를 통해서 농촌을 활성화하고 이에 맞는 지역개발을 전개해야 하는 것도 전혀 틀린 답은 아니다. 그러나 선차적인 것과 부차적인 것은 반드시 구별되어야 한다.

농촌은 도시를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새삼스럽지만 ‘농촌은 뿌리, 도시는 꽃’이란 말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즉 농-도 상생으로 가는 길에 대한 진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농촌체험마을이나 각종 마을개발 사업은 바로 이러한 요구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 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도-농 교류의 관점은 과감히 농-도 교류로 전환하고, 농업의 가치가 등가교환되는 방식의 지역개발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

출발은 지금 현재 농촌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만족시킬 것인가에서 시작해야 한다.
그 다음이 찾아올 사람에 대한 고려이다.  농촌은 이제 더 이상 도시민의 삶을 위한 일방적인 희생양이 아니다.

또한 농촌개발의 효율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지역에 대한 총체적인 기획이 이루어져야 한다. 언발에 오줌 누듯이 여기서 찔금 저기서 찔금 하는 방식은 중복투자와 개발실패의 오류만 반복할 뿐이다.

목표가 명확하면 그에 따른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선택될 수 있다. 수단은 우리에게 쓸모 없는 소모를 최소화시켜 준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 전개되고 있는 수백개의 농-도 교류를 중심으로 한 마을개발 관련사업의 지원을 과감히 변화시켜야 한다.

농-도 상생 진지한 재검토 필요

지원대상을 선정하는 지표의 핵심적인 내용은 소득, 환경보존, 주민복지향상, 인구증대로 설정해야 한다. 이를 통해 주민들 스스로 ‘사회적일자리’등 다양한 사업과 지역개발 사업을 연계한 농촌활력 모델을 만들어내고, 이를 전파하는 활동에 혼신을 다해야 한다.

오미란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정책자문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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