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사회변화의 씨앗 되자”

전여농 창립 20주년 특별기획시리즈 〈2〉 여성농민운동의 의의

  • 입력 2009.07.06 11:06
  • 기자명 심문희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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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사무총장 심문희

“이 땅의 농민해방과 민족민주운동을 위하여 힘찬 전진을 하는 4백만 여성농민! 8백만 농민! 칠천만 겨레여!
이제 우리 여성농민들의 지난 긴 세월의 억압과 굴종의 사슬을 끊고 역사의 당당한 주인으로 나서기 위해 통일·단결의 첫걸음 전국여성농민위원회의 결성을 선언하는 바입니다.

 

우리 여성농민은 항상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묵묵히 민족의 양식을 생산해 왔으며, 역사발전을 앞당기기 위한 끈기있는 힘을 지닌 민족의 어머니입니다.  (전국여성농민위원회 결성선언문중)

온 국민 찬사 받을 20년 역사

1989년 12월 18일 여성농민의 자주적 요구를 한몸에 받고 우리는 출범하였습니다.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고 이름을 불러주지 않아도 들꽃같은 기상으로 여성농민들 스스로 이 세상의 주인으로 서기 위해 나선 것입니다.

여성 농민들은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 스스로 자주적 조직을 결성하고 깃발을 들었었던 것이고 우리 스스로의 조직을 가졌다는 것만으로도 서로를 부둥켜 안고 하염없는 눈물을 흘리며 결의를 다졌었고 쉼 없는 투쟁의 세월을 보냈습니다.

농사지으며 살림하며 아이 키우던 여성농민들이 이중삼중의 억압을 온몸으로 말 없이 감내해 왔던 그 여성농민들이 이제는 자신의 주장을 거침없이 해내며 역사의 한 주체로서 당당히 자리잡아 온 것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으로 혁명적인 것이다”라고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이러한 열정과 헌신이 있었기에 진정 전여농의 20년은 여성농민을 넘어 온 국민의 찬사를 받을 만 한 것입니다. 우리는 그동안 여성농민의 인간다운 삶을 위한 여성농민 개혁안을 마련하고 우리쌀을 지키고 농업을 지키기 위한 투쟁의 길에 서 왔습니다.

지역사회에 여성농민의 의사결정권을 갖기 위한 농협 복수조합원제 쟁취에 각종 위원회의 할당제 요구로부터 여성농민의 노동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밭작물직불제실시의 요구, 무급종사자로의 역할 속에 아무도 그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속에 여성농민 법적 지위 확보 투쟁을 비롯 여성농민의 제 역할을 인정받기 위한 수많은 투쟁의 역사였습니다.

또한 여성농민의 정치세력화를 결의하고 선언에 끝나는 것이 아닌 구체적 실천활동을 통해 여성농민 국회의원과 광역, 기초의원을 배출해 내는 쾌거를 이루기도 하였습니다.

나라의 자주 민주 통일을 위해 우리농업을 지키고 여성농민의 자기 자리를 찾기 위한 끝없는 투쟁은 여성농민 스스로의 자주적 조직화의 노력으로 이어졌고 20년이라는 역사를 이어온 것입니다. 물론 농업·농민문제, 여성문제뿐만 아니라 전체 신자유주의와 분단이라는 전대미문의 한국적 상황에 맞서 당당히 민족민주운동의 길에 헌신해왔던 역사이기도 합니다.

이제 전여농이 당당하게 20년을 맞이하였습니다. 우리는 그간 너무나 자랑스럽게 전여농의 깃발을 들고 여성농민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지난한 세월을 견디어 왔던 것입니다.

우리는 20년의 역사를 차분히 숨고르기 하고 분단과 신자유주의를 극복하고 가부장제를 극복해 나갈, 식량주권의 시대를 여성농민의 이름으로 열어나갈 것입니다. 20년의 역사를 밝힌다는 것은 바로 현장의 살아있는 여성농민을 역사의 주인으로 세우기 위한 또 하나의 과정이기도 합니다. 이제 여성농민의 지위와 역할에 맞는 사회적 가치를 어떻게 실현해 나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생산의 주인 삶의 주인으로 당당하게 살아가기 위한 여성농민의 권리가 무엇인지 그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끝없이 제기하고 투쟁할 것입니다.

이명박 정권은 앞뒤 재지 않고 무조건 우격다짐 불도저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똑같은 현상을 보면서도 전혀 다른 해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우리농업이 경쟁력도 없고 효율성이 낮아서 도저히 가망이 없다고 합니다. 우리농업이 이렇게 벼랑끝으로 온 것은 순전히 농민들의 정부 의존성에 기인하고 있다는 망발을 거침없이 내뱉고 있습니다.

다른 목소리를 전혀 들으려 하지 않고 자신만이 옳다고 다른 소리를 내지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는데 꿈틀댈 여유도 없이 우리 농민의 마지막 자존심을 송두리째 짓밟고 서서 농업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제 농업에서 손떼라고... 이것이 농업의 선진화랍니다.

농업이 없이 국가의 발전이 없다고 누군가 이야기 했습니다. 국가의 근간은 농업에 있고 농업을 토대로 국가가 서있는 것이며 한나라의 식량주권은 돈으로 사고 파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농업은 이윤의 도구가 아니라 국민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국가기반산업입니다. 농업을 자본의 손에 내던지는 것은 국민의 생명줄을 자본의 손에 내던지는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작년 한해 전세계를 휩쓴 곡물가 급등과 기후변화를 직면하며 소농과 가족농에 기반한 소규모의 친환경적인 농업만이 식량위기를 뛰어넘을 수 있는 길이며 지구를 식힐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인식하며 많은 나라에서는 국가의 안녕과 미래를 위해 자국의 농업을 보호하고 육성하는 정책, 식량주권을 표방하고 나서고 있습니다.

땅의 어머니 되어 새 역사 개척

20년전이 그랬듯 우리는 언제나 힘든 역경의 세월을 보내왔습니다. 두드리면 두드릴수록 더욱더 강해지는 강철같은 기상으로 늘 그래왔듯이 어머니다운 품성으로 땅의 어머니가 되어 이땅의 새로운 역사를 다시 한번 개척해 나갑시다.

이제 더욱더 힘을 발휘해야 합니다. 전여농의 힘으로 희망찬 농촌 농업 농민의 역사를 만들어 나갑시다. 여성이 가고 싶은 농촌, 여성농민이 행복한 농촌사회는 전여농의 활동 속에서 힘차게 열어낼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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