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단경기 쌀값 하락 정부대책 서둘러라

  • 입력 2009.06.21 13:43
  • 기자명 한국농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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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값이 크게 떨어져 농심이 심상치 않다. 쌀값이 올라야 할 단경기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내림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같은 현상이 올 수확기까지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농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실제 5월 평균 쌀 80㎏(정곡) 가격은 15만9천7백44원으로 지난해 수확기인 11월 16만1천941원보다 1.4% 떨어졌다. 지난해 풍작으로 생산량이 전년에 비해 9% 늘었으나, 경기침체로 판매는 줄고 의무수입량(MMA, 외국쌀 최소접근물량)까지 합세해 재고량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또한 산지 쌀값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불안심리를 이용해 할인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들이 재고미를 보관하고 있는 지역농협들의 출혈경쟁을 부추기는 것도 그 원인이라는 비판도 있다. 특히 현 정부 들어 경색된 남북관계로 인해 연간 40만∼50만톤에 달하던 대북 쌀 지원이 중단되면서 북으로 가던 쌀이 고스란히 창고에 쌓이게 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이에 따라 5월말 현재 전국 농협의 쌀 재고는 65만4천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53%가 많다. 여기에 산지 민간 유통업체의 재고량까지 합치면 문제는 매우 심각해진다. 각 지방자치단체와 지역농협들은 이같은 쌀 재고를 줄이기 위해 쌀 소비촉진운동을 전개하는 등 대책 추진에 부심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그래서 농협과 농민단체들은 진작부터 정부차원의 대책마련을 요구해 왔고, 본지도 본란을 통해 이를 촉구했다. 그러나 정작 정부는 시장왜곡이라는 이유를 들어 아직까지도 소극적이다. 급기야 전국농민회총연맹이 지역농협 조합장과 농민들을 대상으로 쌀값 안정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에 들어갔다.

쌀값 하락은 현재진행형이고, 이것은 올 수확기까지 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현재 넘쳐나는 쌀 재고처리에도 능력이 모자란 농협들은 수확기에 쌀 수매물량을 줄일 것이고, 이는 쌀값 하락으로 이어져 올 가을‘쌀 대란’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시급히 쌀값 안정대책을 마련하고 즉각 실행에 옮겨야 한다. 그 첫 번째는 쌀값이 안정될 때까지 2008년산 공공비축미 공매를 중단하고, 산지 재고물량중 최소한 10만톤 정도는 정부가 시가로 수매해 시장에서 격리해야 하는 일이다. 예산이 필요한 만큼 국회도 당연히 힘을 보태야 할 것이다.

둘째는 저소득층에 대한 쌀 현물지원을 차상위계층까지 확대하여 쌀 소비를 늘려가야 하는 것이다. 저소득층에 대한 식량보조는 미국에서도 하고 있는 일 일 뿐만 아니라 WTO에서 허용하는 ‘그린박스’라는 점에서 쌀값 하락 방지를 위한 긴급조치로 좋은 방도가 될 수가 있다.

셋째, 대형할인마트 등 유통업체의 저가미 판매 및 시장교란행위에 대한 단속을 철저히 해야 한다. 이미 유통업체들은 쌀값이 더 내려갈 것으로 보고 매입 주문을 취소하거나 늦추면서, 산지 농협에서 출혈경쟁을 하면서 출하토록 부추기고 있다. 쌀 저가판매를 위한 이같은 유통업체의 불공정행위에 대해서는 강력한 단속이 마땅하다.

넷째는 해외 원조 등 다양한 대책을 강구해 재고미를 시장에서 격리해야 한다. 특히 쌀 대북지원은 어려운 북의 식량사정을 돕고, 남측의 쌀 수급상황을 개선한다는 측면에 매우 유효한 정책 수단이다. 지난 남측 정부는 북에게 쌀 차관 형식으로 2000년과 2002∼2005년, 2007년 연간 30만∼50만톤씩 쌀을 지원했다.

만일 지난해와 올해도 북에 지원했다면 재고량 때문에 쌀값이 떨어지는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따라서 인도적 차원의 40만톤 정도의 대북 쌀 지원은 서둘러 실시해야 할 것이다.

쌀값 하락은 350만 농민들의 생존권과 직결되어 있는 것이고, 세계적 식량위기시대에 식량주권을 해치는 일이다. 더욱이 현재의 쌀 재고는 올 가을 수확기까지 처리가 불가능할 정도로 심각하다. 다가오는 올 가을 수확기 쌀값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라도 시급히 정부가 대책을 마련하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는 말아야 할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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