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민자 교육 도우미

임창희 충북 음성군 삼성면

  • 입력 2007.09.08 15:30
  • 기자명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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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실 것 같지 않던 더위가 때늦은 장마(?)와 함께 가을이 되 버렸다. 짧은 하루해를 붙들지 못 하는 게 원통한 수확 철에 일주일에 사흘은 딴 짓(?)을 한다. 나를 부르는 다른 이름은 ‘결혼이민자 교육도우미’! 

어리버리 마을 부녀회장을 3년째 보고 있는 것이 교육도우미가 될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인 것 같다. 완전한 직장도 아니고, 그렇다고 오로시 봉사활동도 아닌 이 일이 나의 처지에 맞나 재 보기도 했었지만 나를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기쁨 마음으로 달려가고 있다.

▲ 결혼이주여성과 필자가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결혼이민자를 대상으로 하는 사업들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그래서 정부부처에 걸리지 않는 곳이 없다. 보건복지부, 교육인적자원부, 여성가족부, 농림부....

그중 최고의 호평은 농림부에서 진행하는 결혼이민자 교육 사업이다.

이 사업은 호별방문 형식으로 새댁(나는 그들을 이렇게 부른다)들의 한국어 수준에 맞게 단계를 조절해 교육을 하고, 일주일에 한번은 소그룹 활동으로 다양한 문화체험을 진행한다.

편지도 부치고, 통장도 만들고, 김밥도 함께 만들어 본다. 하루 종일 이야기 할 사람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인 새댁들은 누구를 만나고, 어디를 가는 것 자체가 설레임이다.

나는 우리 새댁들을 존경한다. 내가 만나는 새댁들은 20세(만 19세)부터 40대까지 있다. 갓 결혼한 새댁들은 대부분이 20대이다. 20대 초반에 시부모를 모시고 농촌을 선택해 결혼하는 것도 대단하지만, 이유야 어떻든 고향을 멀리 두고 국제결혼은 결심하는 그들의 결단을 나는 존경한다. 

또, 중학교(지금은 초등학교에서부터 배우지만)부터 배워온 영어가 혀도 굴러가지 않는데, 짧게는 5개월 공부해서 그렇게 어려운 한국어로 대화가 가능하다. 그래서 그들의 직심스러움을 존경한다. 나는 감히 못할 것 같은 것들을 그들은 하고 있다.

처음에는 외국에서 시집왔으니까 측은한 마음에 더 친절해야지, 더 다감해야지 했었지만 거기에는 차별하는 마음의 출발이었다. 내 나라에서 살고, 내나라 사람이 되겠다는 이들에게 차별은 가장 무서운 적이다.

된장찌개, 청국장을 끓이면서 주부가 되고,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엄마가 되고, 한국말 문화를 배우면서 한국 사람이 되어간다. ‘가난한 나라의 불쌍한 딸’이라는 시선보다는 이웃의 따듯한 마음이면 된다. 거기에 고마워하고, 기뻐할 줄 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국제결혼 비용을 지원하는 조례를 만들고, 지원하고 있다. 농촌 총각을 장가 보냈다는 생색은 날 수 있지만, 이것은 국민의 혈세를 잘 못 쓰는 것이다. 국제결혼을 성사시키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국제 결혼한 이들이 차별이라는 딱지를 벗고 사회구성원으로 자연스러운 대우를 받게 하는 것은 사회가 국가가 1차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

말문을 열게 하고, 문화를 배우게 하는 것도 나라가 해야 한다. 또 이들 사이에서 태어나는 아이들의 교육문제도 심각해지고 있다. 말을 제대로 배우지 못해 또래 아이들로부터 소외당하고 있다. 학교 갈 나이의 아이들이 자폐, 우울증으로 시달리고 있다.

이것 역시 사회와 국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 결혼 비용을 지원하는 것 보다 이들이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제대로 자리를 잡도록 도와주고, 지원해야 하는 것이 먼저이다. 지자체의 국제결혼비용 지원조례는 그래서 전시용 행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다.

결혼이민자 교육 사업이 30개 시.군에서만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전국으로 확대해서 더 많은 새댁들에게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 내가 만나는 새댁들이 출산을 하면 마음이 더 급해진다. 새댁들에게 한국어를, 문화를 제대로 교육해 두지 않으면 태어나는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문제로 남게 된다.

내년에는 더 많은 교육도우미 선생님들이 더 많은 새댁들과 공부하기를 기대해 본다. 얼굴 모양새와 말투는 조금 다르지만 옆집의 젊은 새댁은 아이 울음소리 그친 동네에 활력이고, 희망이 되어가고 있다. 모두가 나의 이웃들이다.

<충북 음성군 삼성면 임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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