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 리콜’ 둘러싼 논쟁

임은경 기자의 지금 외국에선...

  • 입력 2007.09.08 15:12
  • 기자명 임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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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종주국이자 세계 제1의 농업 대국인 미국에서는 최근 식품에 대한 대량 ‘리콜’ 사태가 속속 터져 이를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이름을 대면 알만한 미국의 거대 식품 기업들로 하여금 골머리를 앓게 하는 최근의 리콜 사태들은 대부분 자사 직접 생산이 아닌 하청업체를 통한 생산 방식과 관련이 있다.

농업 생산량이 풍부한 미국은 통조림 등 슈퍼마켓 진열대에서 만날 수 있는 저장성 가공 식품이 특히 발달해 있다. 뚜껑만 따면 바로 먹을 수 있는 스프에서부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캔 옥수수, 캔 콩, 심지어는 칠리 고추, 시금치 등 녹색 채소를 비롯해 애완견 사료까지도 통조림으로 나온다.

AP 통신은 지난주 ‘아웃소싱이 식품 리콜을 힘들게 한다’는 제하의 기사에서, 거대 식품기업들이 갈수록 제품 전체 혹은 그 안에 들어가는 내용물의 일부를 외주 업체 생산으로 넘기고 돈만 지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기업들에서 제공하는 것은 포장재인 캔이나 병, 그리고 종이로 된 상표딱지 뿐이다.

아웃소싱은 생산라인을 늘리는 데 있어서 재정적인 어려움을 느끼는 기업에게는 아주 유용한 옵션이다. 생산라인을 늘리느라 들어간 추가 비용 때문에 다른 고객들의 주문을 놓친다면 손해가 더 크기 때문이다.

이 같은 식품 기업들의 행태는 미국 내 식품 안전에 대한 우려와 논쟁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미국의 소비자 단체인 ‘공익을 위한 과학센터(Center for Science in the Public Interest)’ 캐롤라인 스미스 데왈 식품안전국장은 “만약 상품의 원 제조업체를 확인하기 어렵게 되어있다면, 제조업체는 굳이 식품 생산 과정을 식품 안전 기준에 맞춰 깨끗하고 위생적으로 해야 할 필요가 없게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식품 업계와 단속당국은 최근의 대규모 식품 안전 리콜 사태와 식품 생산의 외주화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눈을 감기로 함께 공모한 것으로 보인다.

식품의약품관리청(FDA)의 식품안전 부문을 이끌고 있는 데이빗 에이커슨 박사는 식품 기업들의 외주 업체 생산을 단속하지 않는 이유로 “외주업체 생산은 미국의 산업계에서 일반화되는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에이커슨은 그러나 기업이 스스로 팔 물건을 만들던 기존의 방식에 비해, 아웃소싱 상품은 본질적으로 덜 안전하다는 것을 자신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상품 아웃소싱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아웃소싱 시스템이 식품 안전을 점점 더 침해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제조업자는 더이상 소비자에게 직접 책임을 지지 않으며, 납품 기업에 대한 의무만 다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같은 복잡한 식품 생산 구조 때문에, 리콜 사태가 발생할 경우 제조업체나 특정 생산 단위를 찾아내는 일이 어려워 결국 엄청난 돈을 쏟아 붓고 해당되지 않는 제품까지 전부 다 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미국의 상거래 관례상 상품 제조업자는 비밀에 부쳐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제조업체를 찾기가 더욱 어려워지는 것이다.

올해 초 콘아그라 식품에서는 살모넬라균에 오염된 ‘피터팬’ 땅콩버터를 리콜했다. 이 회사는 월마트에 납품한 ‘그레이트 밸류’ 땅콩버터도 함께 리콜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당시 그레이트 밸류 땅콩버터는 다른 제조업체가 만든 것으로 정상 제품이었다.

“제품의 원 제조업체를 추적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정비할 필요가 절실하다”고 데왈 국장은 말한다. 상품 하나에 때에 따라 여러 개의 상표를 붙여 파는 바람에 제조업체는 감춰지고, 이에 따라 그들은 잡힐 염려가 없기 때문에 마음대로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자신이 구매한 식품을 누가 만들었는지조차 모르고 먹게 되는 꼴이다. 

하지만 FDA의 대응은 너무나 안일하다고 AP 기사는 꼬집는다. 지난달 8월에는 FDA가 통조림 식품에 대한 보톨리누스 오염을 경고하는 라벨을 만드는 사이 상품이 다 팔려 제조업체인 캐슬베리 사가 전부 리콜을 해야만 했던 일도 있었다.

'소송의 나라' 미국답게 엄청난 돈이 오가는 리콜 사태를 둘러싸고 수많은 법적 소송이 걸려 공방이 벌어지기도 한다. 애꿎은 사회적 비용만 증가하는 것이다. 

미국은 식품 안전에 대한 규제가 상대적으로 느슨한 나라다. 유럽만 해도 유전자조작 식품을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으며, 농약 사용량을 규제하는 등 유기농 식품에 대한 의식이 높다. 그러나 미국은 농약 처리만 하지 않았으면 유전자 조작을 한 식품도 유기농으로 인정할 정도이다. 

지난 한미FTA에서 미국은 광우병 쇠고기 수입, 유전자조작식품(LMO) 기준 완화 등 자국 기업의 한국시장 진출을 위해 우리나라의 식품안전 기준을 낮추라는 강한 압력을 넣기도 했다.

최근의 식품 리콜 사태 중에서는 비위생적인 중국산 통조림이 문제가 된 경우도 적지 않았다. 지난봄 화학물질에 오염된 재료로 만든 중국산 애완견과 애완고양이 사료 통조림은 3월 중순에 발견돼 모두 리콜하기까지 무려 두 달이나 걸렸다.

우리나라도 이미 수입이 공식화된 마늘에 이어 김치, 쌀, 최근에는 당근 등 저장성 채소까지 모두 중국산이라는 것이 속속 밝혀지고 있는 마당에 소비자와 검역당국의 주의가 요구된다.

<본지 객원기자 민중의 소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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