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우리텃밭사업을 하는가

김정열 경북 우리텃밭 사업주체

  • 입력 2009.06.06 16:15
  • 기자명 김정열 경북 우리텃밭 사업주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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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여성농민위원회’라는 이름으로 여성농민들이 모이기 시작한 20년 전의 우리의 삶과 지금의 생활은 어떤가? 경제적으로,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문화적으로 더 나아졌는가?  20년 동안의 흔들림 없는 투쟁과 활동으로 많은 사회적 성과들을 내 왔고 농업발전을 위한 주체세력으로써의 여성농민임을 분명히 해왔다.

하지만 여성농민을 둘러싼 농업현실은 오히려 더 어렵기만 하다. 농업·농민·농촌의 가치는 오히려 더 가벼이 여겨지고 있으며 농업의 미래는 어둡기만 하다.

초국적 농식품기업과 식량위기

우리여성농민들은 20년 동안 뼈 빠지게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해 왔고 쌀 한 톨 헛되이 버리지 않고 소중히 여기며 알뜰하게 살아왔다. 그런데 농촌·농업·농민 현실은 왜 어려울까? 지금 여성농민회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우리텃밭사업은 이러한 고민과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현재의 농업현실을 한마디로 규정하라면 ‘신자유주의적 농업체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소수의 초국적 농식품 기업이 국경의 경계를 벗어나 무지막지한 자본의 힘으로 세계농업을 지배하는 것이다. 초국적 농식품 기업들이 조상대대로 내려오던 자국의 전통농업방식을 파괴하고 종자에서부터 식탁까지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그 중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카길이나 몬산토, ADM 등이 있다. 이들 초국적 농식품복합체들은 밀과 옥수수의 가공, 동물사료, 가금류, 낙농제품, 과일통조림, 시리얼, 음료농축액 등 음식료 부분 거의 전 부분에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또한 종자 및 비료, 농약 등의 농업자재에도 진출하여 농업생산과 관련된 사업전반에 걸쳐 활동하고 있다. 이런 과정을 걸쳐서 형성된 농업은 농약의 남용을 가져오게 되고 농촌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공동체를 파괴하며 가족농을 해체하며 전통적인 농업사회를 파괴하게 된다.

한편 1990년대까지의 식량 위기가 돈이 없어서 식량을 충분하게 확보하지 못해 극빈국의 취약계층이 굶주림으로 고생했다면 2007년말에 나타난 식량위기는 소비량이 생산량을 앞서서 발생하는 절대적인 식량 위기였다.

식량위기가 현실로 나타나자 주요 수출국인 러시아, 중국, 아르헨티나, 인도, 우크라이나, 브라질 등이 수출 통제를 해버렸기 때문에 실제로 많은 국가에서 식량폭등이나 소요가 발생했다.

식량소비가 빠르게 증가하는 원인은 육류 소비증가, 중국과 인도의 빠른 소비 증가, 바이오에너지 생산 등 때문이다. 이런 국제사회질서 속에서 국민의 먹을거리를 충분히 확보하는 일은 다른 어떤 것 보다도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식량자급률 법제화 등 식량자급을 위한 전여농의 활동은 매우 중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농민회가 전개하는 우리텃밭사업은 대단히 의미가 있다고 할 것이다. 우리텃밭사업의 정식 명칭은 ‘얼굴 있는 생산자와 마음을 알아주는 소비자가 함께 만드는 우리텃밭’이다. 즉 생산자와 소비자가 농산물 직거래 활동을 통하여 농민을 살리고 도시 소비자의 안전한 먹을거리를 책임지며 농업을 살리는 주체로서 함께 하는 운동이다.

우리텃밭 사업의 원칙은 첫째, 가능한 한 토종씨앗을 심고 자가 채종하자는 것이다. 종자를 기업에서 사서 쓰면 결국 농업이 산업에 종속된다. 따라서 이 종속의 악순환을 끊기 위하여 자가 채종이 가능한 종자를 찾고 농민이 이를 재배함으로써 지역에 맞는 씨앗을 지역에 맞는 방식으로 재배하자는 것이다.

둘째 제철에 맞는 원료농산물 위주의 공급을 통하여 제철농사를 짓자는 것이다. 셋째, 농산물 가공은 규모화보다는 지역의 특성을 살리는 1차 가공을 중심으로 하자는 것이다. 넷째, 유통거리는 최대한 줄이고 가능한 한 지역내에서 생산, 소비하여 지역먹거리 체계를 수립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여성농민 우리농업 살리는 주체로

물론 우리텃밭 사업이 우리 농업의 문제를 다 해결해 줄 것도 아니며 우리텃밭 사업이 우리 여성농민의 어려운 삶을 다 해결해 주리라 믿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사업을 통하여 여성농민들이 씨앗심기에서부터 주체가 되어 농업을 설계해 나가고 내가 수확한 농산물을 파는 과정에서 보람과 긍지를 느끼며 이런 일들이 나 혼자가 아니라 내 옆집과 우리 이웃과 우리 마을 사람들과 함께 해 나가는 속에서 기쁨을 누릴 수 있다면 참 행복한 일 일 것이다.

이제 막 시작하는 일이어서 어려움도 많고 시행착오도 많을 것이다. 또 하나의 사업 부담 속에서 더 힘들고 바쁜 나날을 보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 조차도 여성농민들과 함께라면 보람찬 일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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