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농가부채 해결 없인 농업회생도 없다

  • 입력 2009.06.01 07:51
  • 기자명 한국농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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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수산식품부가 지난달 28일 “04상호금융추가지원자금 상환기간 연장을 주요 골자로 하는 ‘농어업인 부채경감에 관한 특별조치법’ 일부 개정법률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 개정안은 지난 2004년에 추가 지원된 상호금융지원금에 대해 5%의 이율로 5년간 분할 상환하고, 조기상환한 농어업인에게 그 상환액에 대해 납부한 이자액의 100분의 40을 환급토록 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일단 지난 4월부터 만기가 도래한 2조1천억원 규모의 상호금융저리대체자금의 상환기간이 연장돼 농약·비료값 인상 등으로 어려움이 큰 농어민들이 한숨을 돌리게 됐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책 역시 과거 대책이 그랬듯이 당장의 불을 끄기 위한 땜질식 처방에 불과하다.

지금 농가부채문제는 그 심각성을 넘어 농민들의 목숨까지 앗아가는 주요인이 되고 있다. 민주당 이윤석 의원(전남 무안ㆍ신안)은 경찰청 조사를 인용, 지난 2003∼2007년까지 5년간 농가부채로 인한 생활고 등을 견디지 못해 자살한 농민이 4천7백57명에 이른다고 주장했다.(4월9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 매년 1천명 정도의 농민들이 부채문제로 인한 생활고로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다는 것이다.

농가부채 상환능력을 상실한 탓이다. 실제 통계청에서 지난 4월 발표한 ‘2008년 농가 및 어가 경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08년 농업소득은 9백65만원으로 2007년에 비해 7.2% 줄어든 반면, 농가부채는 2천5백79만원으로 1년 사이에 7.8%나 증가했다. 농가당 연간 농업소득의 3배 가까운 부채를 안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농가부채는 농민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농어촌의 금융기관인 농협·수협·산림조합의 부실, 농어촌 경제의 부실로 이어져 결국 우리나라 농어업의 기반마저 무너지는 연쇄반응을 일으키게 된다는 측면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그동안 역대정권이 지속적으로 농가부채 문제 해결을 위한 각종 정책들을 내놓기는 했지만, 농가부채는 지난 10여년간 3배 넘게 증가해 왔다. 그동안의 대책이 당장 눈앞에 불을 끄기 위한 임기응변식의 조치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어떻든 지금까지 이렇게 농가부채가 누적돼 온 것은 농민들이 농사를 제대로 짓지 않은 때문이 아니라, 정부의 무분별한 수입개방과 생산비조차 보장되지 못하는 농축수산물 가격정책에 그 원인이 있다. 농가부채문제를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할 이유다. 이 농가부채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그 어떠한 농업정책도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농가부채 해결과제의 핵심은 농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농민들을 부채의 악순환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 시급하게 해결해야 하는 과제는 단기성 자금을 장기적으로 상환할 수 있도록 대책을 세우고 고율의 이자를 농가수익률에 합당하게 낮추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 농가부채대책특별법 제정 등을 약속했지만, 현재까지 감감 무소식이다. 이 대통령은 당시 농가부채의 악순환 고리를 단절하기 위해 농가부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5년간 10조원 규모의 정부 출현금으로 농지은행에 농지기금을 설치해 농민들이 농가자산을 농지은행에 맡길 경우 부채 및 이자를 동결하겠다고 구체적으로 약속했으나 이에 대한 논의나 검토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유가 무엇인가. 재정 때문인가. 농가부채문제는 공적자금을 투입해서라도 반드시 해결해 내야 한다. 지난 IMF(국제통화기금) 때 파산 직전의 주요은행들과 기업들에게 160조에 달하는 공적자금을 투입하여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하지 않았는가.

덧붙여 농가부채의 완전한 해결은 개방농정에서 오는 가격의 불안정성을 해결하고 농업의 장기적 발전전망을 세워 농가가 계획경영을 통한 부채상환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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