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농중심의 협업, 친환경농업이 대안이다”

'한국농업 위기와 전망, 그리고 희망' -한국농정신문 재창간 1주년 특별 대담

  • 입력 2007.09.08 13:39
  • 기자명 최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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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이 나라 농업에 희망이 있는가 - 재창간 1주년 특별대담

이른바 개방농정이 판을 치면서 농업은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한국농정신문사는 오는 10월2일 재창간 1주년에 앞서 ‘한국농업의 위기와 전망 그리고 희망’이란 주제의 특별 대담을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과 공동으로 마련했다.

대담자

◆ 문경식 전국농민회총연맹 (한국농정신문사 발행인) ◆ 김성훈 상지대학교 총장 (前 농림부 장관)

□ 사회 : 박세길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부원장

□ 장소 : 한국산지보전협회 사무실 □ 시간 : 8월 29일 □ 정리 : 최병근 기자

▶박세길=농업은 인간의 생명을 책임지는 산업이다. 인류의 근본이라는 의미에서 1차 산업을 의미해야 하는데 한국농업이 이대로 가다가는 문을 닫지 않을까 하는 위기의식이 든다.

▶김성훈=근본적인 문제는 농업이 하나의 생명산업이고 국가와 민족형성에 최소한 갖추어야 할 기본이라는 인식이 사라진 것이 문제다.

 

=근본적인 문제는 농업이 하나의 생명산업이고 국가와 민족형성에 최소한 갖추어야 할 기본이라는 인식이 사라진 것이 문제다.

결국은 농업이라는 것을 농산물을 생산하는 산업으로 규정하고 세계 무역자유화라는 커다란 틀 내에서 상품으로만 접근하니까 규모화, 기업농, 전업농 등이 등장하고 문제가 된 것이다.

▶문경식=현재 노무현 정부는 농업을 ‘선택과 집중’이라는 신자유주의적 개념을 통해 상품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가격 경쟁력이 없는 것들을 퇴출시키려고 해서 큰 문제가 발생했다.

농업은 1차 산업으로서의 중요성 뿐 아니라 생명의 근본이고 지역의 전통문화와 지역사회를 형성해 가는 기본산업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것들이 무시되고 있다.

농업이 주는 다양성,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 농업이 식량생산뿐 아닌 사회에 기여하는 다원적 기능을 국민과 함께 공유하고, 이 부분을 정부와 같이 공유할 수 있도록 전농은 투쟁이라는 방법을 통해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 나라의 농업을 살려내고 식량주권의 필요성에 대해서 국민과 함께 공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박세길 새사연 부원장
▶박세길=노무현 대통령이 ‘농업도 시장논리에 따라야한다’는 발언을 해 농민들이 강하게 반발한 적이 있다. 농업의 다원적 가치를 고려한다면 가장 기초적인 문제조차도 잘못 접근 한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식량주권에 대해서 조금 더 언급했으면 좋겠다.

▶김성훈=이제까지 우리는 식량주권이라는 단어보다는 식량안보라는 단어를 써왔는데 이 둘의 차이점은 식량안보는 식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WTO나 미국에서 지지하는 개념이다.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서는 농산물도 자유무역이 돼서, 과잉 생산되는 나라에서 부족한 나라로 이동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식량주권(Food Sovereignty)’은 어느 나라든지 자국의 생태계, 고유한 전통과 문화, 식문화를 지키고 나아가서는 농촌지역사회를 유지·발전시키기 위해서 자기들이 먹고 싶은 농축산물을 재배하는 것이 주권차원에서 확보되어야 한다는 것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문경식=주권이라 하면 제도, 소비자의 권리, 신선한 농산물을 먹을 권리를 모두 포함한다. 하지만 우리 소비자들은 선택의 권리가 없다. 국민 의지와는 상관없이 외국농산물을 먹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식량주권은 국민들이 안전하고 자신이 먹고 싶은 것을 먹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 주는 것이기 때문에 제도적 장치를 만들 때도 타국으로부터(WTO) 구애받지 않아야 한다.

▶박세길=농업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농민의 고령화로 인해 농촌을 유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전농은 국민모두가 농업을 책임져야 한다는 의미에서 ‘국민농업’을 제기하고 있다.

▲ 문경식 전농 의장
▶문경식=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식량주권과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해서 국민과 함께 해야 하지만 많은 국민들이 농업을 비교우위에 놓고 바라보고 있는 것이 실정이다.

국민들이 농업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비정부기구(NGO)에서 농업을 체험할 수 있는 정책들을 만들어 내고 농업의 다원적 기능을 정부가 동의해서 국가 차원에서 지원한다면 농업을 살려낼 수 있을 것이다.

▶김성훈=농민이 불쌍하기 때문에 동정하는 차원은 안 될 것이다. 농민이 사라지고 농업이 없어지면 누가 손해일 것인지, 농민이 없는 도시생활을 생각해 봐야 한다.

특히 농민이 없는 우리겨레를 생각해 보자. 농민은 전통적으로 평화와 환경의 파수꾼 역할을 해왔는데, 그들이 사라지게 되면 우리는 치열한 경쟁, 약육강식의 밀림과 같은 사회가 될 것이다.

농촌이 없는 도시, 농업이 없는 국가, 농민이 없는 겨레와 사회를 생각해 볼 때 누가 손해인지 차분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

▶박세길=식품안전성, 환경 등의 문제가 전 국민의 관심을 받고 있다. 관행농업을 탈피해서 생태농업을 지향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문경식=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농업정책을 살펴보면 7만호 6ha를 고집하고 있으며 기업농, 경쟁력, 규모화를 농민들에게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전농은 그동안 소농중심으로 한 협업체계를 이룬 친환경 농업을 주장해 왔다.

협업 중심의 농업과 관련해서는 실제 경북의 예천군 지보면 농민들은 트랙터, 콤바인 등과 같은 농기계를 공동으로 이용해 협업체계를 이루어 지역 노인들의 일손까지 대신 해주고 있다.

또한 그곳에서는 소를 키우기 위해 농민들이 공동으로 출자해서 축사를 만들어 한우를 사육하고 그 쇠고기를 이용해 식당을 운영하며 하루에 한 마리 이상의 소를 소비하고 있다.

지보면에서 우리농정의 대안은 존재한다고 희망을 보았다. 우리 스스로 사례를 만들고 지방자치단체도 움직이면 현 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 (소농중심의)협업, 친환경을 통해 우리 농업정책이 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면 소비자들을 감동시킬 수 있다.

▲ 김성훈 상지대 총장
▶김성훈=이것이 바로 사람중심의 농정이라고 생각한다. 대규모 기업농 등은 성공할 수 없거니와 농민은 빠지고 기업만 남는 농업이 되는 것이다.

▶박세길=국민농업은 농민, 시민, 정부가 협력해야 한다. 정부의 역할에는 어떤 것이 있나?

▶김성훈=중요한 것은 사회주도층들의 인식전환이다. 특히 한국의 정치구조 아래서는 대통령의 농업에 대한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장관들의 의식도 변하지 않는다.

또한 현재 신임농림부장관 내정자는 농업과 관계없는 사람인데 이 사람이 장관으로 취임하게 되면 사회전체가 농업을 어떻게 인식할 것인지 걱정스럽다.

▶문경식=농업정책도 변해야 한다. 농업이 경제발전을 위한 걸림돌이 된 것처럼 인식이 된 정책 아래서는 우리농업을 살릴 수 없다.

입안하는 사람들은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다양한 것들을 고민하고 예산을 확충해야 할 것이다. 이는 투쟁을 통해서 바꿔 내야한다.

우리가 견인하고 도시의 소비자들, 국민이 참여해서 혼연일체가 되면 우리농업의 미래가 있다.

▶박세길=통일농업에 대해서 살펴보자. 식량주권문제를 고려했을 때 남북농업 협력이 현실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김성훈=농민, 시민단체들이 북의 식량문제 해결을 조금이나마 돕기 위해 제한적이지만 노력은 하고 있다. 전농에서 2년 전에 남북농민대회를 개최해서 여러 가지 논의를 했지만 구호성격에서 그치고 말았다.

이제는 구호를 넘어 실질적인 대안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문경식=통일농업은 남북의 농업이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하는 것은 동의 하지만, 그렇게 되기 위해서 먼저 상호간의 체제를 인정해야 한다.

 ‘이념’과 ‘체제’를 떠나서 농업 문제를 ‘통 크게’ 바라 봐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북측의 협동농장을 남북농업지구로 설정하자고 9월 3일 평양에서 있을 ‘남북농민대회’때 제안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북의 식량안정화 체계와 더불어 남쪽의 잉여생산물도 안정적으로 공급될 것이다.

특히 전농은 이와 관련해 현재 30만∼40만톤 분량의 국내산 쌀을 북으로 지원하는 것을 법제화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 한국농정신문 재창간 1주년을 맞아 특집으로 지난달 29일 산지보전협회 사무실에서 한국농업의 위기와 전망에 대해 좌담회를 열었다. 사진 왼쪽부터 문경식 의장, 김성훈 총장, 박세길 부원장.
▶박세길=마지막으로 우리농업이 전환기에 와 있지만 대안적인 농업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이 자리를 빌어서 농민과 국민에게 할 말이 있다면.

▶김성훈=대통령부터 시작해서 사회지도층들이 농업에 대해서 립 서비스(lip-service)하고 있는 것을 보고 있으면 희망이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환경, 지역사회, 남북을 살리기 위한 ‘바른농업’을 짓고, 여기에 하늘과 소비자가 돕는다면 정부도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희망을 놓지 말자.

▶문경식=농업 이런 식으로 가면 안 된다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에 변해야 한다. 그렇기 위해서 모두가 함께 해야 한다.

신자유주의 개방농정으로 농업이 끝장나면 일반국민에게도 피해가 가기 때문에 국민들도 우리 농업에 대해서 함께 하는 것이 필요하다.

전농은 이 땅의 농업, 농촌을 살리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이제 농업은 더 이상 농민만을 위한 것이 아닌 소비자, 국민이 모두 함께 해야 하는 것이다.

이를 넘어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먹거리 생산을 위해서 국민들이 함께 해준다면 ‘국민농업’이 안착되고 농업이 우리 시대의 희망을 만들어 낼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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