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보조금 개편 아니라 확충해야 한다

  • 입력 2009.05.18 08:20
  • 기자명 한국농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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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23일 농림수산식품부와 농어업계, 학계 등 민관 합동으로 구성돼 출범한 ‘농어업 선진화위원회’가 농업보조금 개편문제 등의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13일자 농어업선진화위원회 명의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그동안 전체 회의, 기획위원회 및 분과위원회별로 2∼3차례씩 회의를 열어 농어업선진화를 위해 필요한 아젠다를 선정했고, 이달부터는 보조금 개편 등 핵심과제 위주로 심도 있는 논의를 본격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그러면서 “지난 7일 보조금을 개편하는 일반 원칙에 대한 논의가 이미 있었다”면서 “곧 구체적인 사업들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보도자료는 또 보조금 개편의 원칙을 ▷시장의 가격결정을 왜곡하여 구조개선 등 경쟁력 제고를 저해하는 보조는 폐지 또는 축소하고, 체질강화를 위한 보조는 신설 또는 확대 ▷환경에 부담을 주는 보조금은 폐지하고 친환경과 관련된 보조는 확대 ▷과잉생산을 유도하여 농수산물 폐기를 야기하는 보조금은 축소하는 대신 과잉 농수산물을 활용하여 가공·수출 기반 마련 등을 위한 보조는 신설 또는 확대 등으로 잡았다고 밝혔다.

결국 앞으로 농업보조금은 경쟁력 강화를 내세워 농민들에게 지원하는 보조금을 축소 또는 폐지하는 대신 이를 농기업 등에게 몰아주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현정부 들어 농식품부는 이미 농업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품목단체를 조직·규모화해서 품목단체를 통해 보조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혀 왔다. 그러나 이는 이미 비농업인의 진입규제가 완화된 상황에서 규모화된 농기업에게 농업을 내맡기겠으며, 농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외국인과 민간자본의 투자유치확대를 내세우며, 농업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회피하고 시장으로 떠넘기려는 의도를 내비쳐 왔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3월초 뉴질랜드를 방문한 자리에서 농업개혁을 언급하자 농업보조금이 수술대에 올랐으며, 농식품부가 이를 수용하여 농어업선진화위원회를 통해 구체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현 정부의 인식대로 보조금이 농업 구조개선을 저해하고 있고, 과잉생산을 유도하고 있으며, 환경에 부담을 주고 있는 것일까. 구조개선은 그 방향이 잘못 잡혀 있고, 과잉생산은 그동안 무차별적으로 개방된 수입 농산물 때문이며, 농업 자체가 반환경적이 아니라 친환경적이라는 인식은 왜 못하는 것일까.

마치 농업보조금 때문에 이 나라 농업·농촌·농민이 이렇게 된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고, 현정부 들어 언제나 나오는 ‘선진화’라는 이름을 내세워 이를 개편하려 하고 있다. 보조금 개편 논의는 정부도 인정하듯이 나라 농업구조를 크게 바꿔 놓는 것이기 때문에 농민들과의 광범위한 공감대 형성이 전제돼야 한다. 대통령 한마디에 놀라 급조된 조직을 통해 성급히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

정부가 만든 위원회는 ‘농어업선진화’의 의미를 ‘한국농어업의 경쟁력, 연구·개발(R&D), 소득 및 삶의 질, 정책을 선진국 수준으로 향상시키기 위해 제도와 시스템을 개혁’하는 것으로 규정했다. 그런데 선진국수준의 제도와 시스템 개혁을 이야기하면서, 보조금 개편 등으로 농업을 시장경쟁에 내맡기려 하고 있다.

선진국일수록 식량안보와 환경보전 차원에서 농업을 보호 육성하고 있으며, 농업을 시장경쟁에 내놓아 방치하는 정부는 지구상에 없는데도 말이다.

그렇지 않아도 전세계는 식량위기시대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식량의 중요성과 농업의 가치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기반으로 식량주권 실현을 위해 정부차원에서 농업을 보호하고, 육성하는 정책이다.

그나마 얼마 되지 않은 농민들에게 주는 보조금을 축소 또는 폐지시키고 이를 농기업 등에 몰아주어 농민들을 농촌으로부터 추방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보조금을 확충하여 중소규모 가족농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 한다. 그것이 곧 지속가능한 농업실현을 위한 농업개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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