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려갈 것인가, 저항할 것인가

  • 입력 2009.05.18 08:16
  • 기자명 한도숙 전농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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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선진화위원회가 출범한지 한 달이 지났다. 예정했던 6월말까지를 시한으로 한다면 삼분지 일이 지나간 것이다. 그런데 위원회는 이제 바야흐로 논의해야 할 의제들을 제출했고, 그것도 농민들의 요구안과는 거리가 있는 농업의 강력한 구조조정과 기업화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쉽게 말해서 농민들에게 활시위가 겨눠져 있는 것이다.

농업보조금이 한국농업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낸 원인인 것처럼 농업보조금의 지원 방식을 바꾸어 내겠다고 한다. 즉 농가의 소득을 지원하는 방식을 버리고 기업농의 경쟁력을 갖추는 방향으로 당장 추진하겠다고 서슬이 시퍼렇다. 결국 농민들은 죽으라는 이야기다.

농업보조금은 지속가능한 농업을 만들어 가기 위해 각국이 취하고 있는 농업보호 제도이다. 이것은 세 가지 정도로 나누어지는데 우리나라가 시행하는 논농업직접지불제를 비롯해, 경영이양직접지불제, 환경농업직접지불제가 있고, 유럽의 조건불리지역직불제, 일본의 중산간지역직접지불제 등이 시행되고 있다.

이것을 허용보조금(Green Box)이라 하며 농산물 생산을 촉진하거나 시장가격의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농업보조인 우리나라의 쌀 수매정책은 감축보조금(Amber Box)에 해당한다. 농지휴경과 같은 생산제한을 전제로 하여 지급하는 농업보조는 생산제한직접지불(Blue Box)이라고 구분한다. 이외에도 농업에는 수많은 보조금 제도를 두어 자국농업을 보호하여 온 것이다.

이제 이명박 정권의 농업 보조금 축소 내지는 전환이라고 하는 속내에는 농민들에겐 줘봐야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인식이 깊게 자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농민들은 농산물에 부가가치를 만들 줄 모른다. 가공, 유통을 모른다. 그리하여 몇 만 년의 역사를 일구어 온 농민들을 쫓아내고 그 자리를 기업농이 차지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살 것인가 죽을 것인가? 기축년 이명박 정권은 우리 농민들에게 강요하고 있다. 삽질과 시멘트 반죽으로 점철된 근대 개발정책으로 농민들을 수탈하고 또다시 벼랑 끝에 선 농업 농민들에게 그 벼랑 아래로 뛰어 내릴 것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자본의 논리에 농업이 지속가능해지리라 보는 사람은 없다. 다만 자본을 신(神)으로 여기는 神자유주의 맹신자들만 그렇게 보는 것이다. 농업은 자본의 논리가 아닌 생명의 논리로 바라 봐야 한다. 그래서 각국이 농업보조금제도를 유지 시행하는 것이고 DDA협상에서도 이 부분이 쟁점사항으로 나타난 것이다.

유월 말이면 농업선진화의 추악한 알몸뚱이가 농민들 앞에 저승사자처럼 나타날 것이다. 끌려갈 것인가, 저항할 것인가.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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