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배추값, 농협매장 할인판매로 잡는다고?

  • 입력 2009.05.04 17:36
  • 기자명 한국농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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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수산식품부가 지난달 30일, 4월부터 값이 오른 배추의 수급 및 가격안정을 위해 농협 유통매장에서 30% 할인 판매를 실시하는 등의 대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최근 배추값 상승에 대해 병충해와 가뭄에 따른 겨울배추 저장물량 감소와 봄가뭄으로 인한 봄배추 출하지연(전년대비 약 10일) 등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봄배추 계약재배 물량 5천톤을 조기에 출하토록 독려하는 한편, 수도권 농협 5개 유통매장(양재, 창동, 고양, 성남, 수원)을 통해 5월1∼10일까지 시중가격 대비 평균 30% 할인판매를 실시한다고 덧붙였다.

사실 배추가격이 오르긴 올랐다. 농수산물유통공사 자료에 따르면, 4월27일 현재 배추의 소비자가격은 ㎏당 상품기준 4천4백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97.3%, 전월 동기보다 72.6%가 각각 뛰었다.

이처럼 배추값이 뛴 것은 농식품부가 밝힌 원인 외에도 지난해말부터 시작된 환율상승으로 김치 수입이 크게 줄어들었고, 작년 12월부터 음식점 원산지표시 대상에 김치가 추가되면서 국산 배추 소비량이 증가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특히 지난 1분기 김치 수입량은 2만9천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6만2천톤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현재 배추값 강세는 농식품부도 밝혔듯이 일시적 현상으로 보인다. 이달 중순부터 봄배추가 본격 출하되면서 점차 내림세를 보여 안정될 전망이란 것이다. 그런데도 이렇게 잠깐 오른 배추 가격을 잡기 위해 농식품부와 농협이 나서 농협유통매장을 통해 할인판매를 실시하는 것이나, 농협과 농가가 맺은 계약물량을 조기에 출하하라고 독려하는 것은 옳지 못한 발상이다. 농협은 바로 생산자단체이기 때문이다.

농협은 사전적 의미로 농민들이 모여 협동을 통해 경제적 이익을 얻고 자신의 권리를 지켜나가기 위해 만든 농업생산자단체이다. 그렇다면 농협은 농산물 생산비를 어떻게 낮춰야 하고, 농가 수취가격을 어떻게 높일 것인가를 강구해야 마땅한 것이다.

물론 농협중앙회 자회사 소속인 농협매장들도 수시로 농산물값 할인판매를 하면서 농민들로부터 비난을 받고는 있다. 바로 농산물 가격구조를 왜곡시켜 산지 가격 하락을 부추기는 등 그 피해는 고스란히 농민 조합원에게 돌아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비록 농협이 자초한 것이기도 하지만, 농식품부가 농협매장에게 배추가격 할인판매에 나서라는 것은 생산자단체인 농협을 정부의 물가관리 하수기관으로 보는 것이란 점에서 비난받아 마땅하다.

서민경제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정부의 고육지책이라고도 이해는 가지만, 농민도 서민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그렇지 않아도 농민들은 지난해부터 계속된 비료, 기름값 인상 등으로 적자농사를 면치 못하고 있다.

작년 겨울 작황호조와 재배면적 증가에 따른 생산 급증으로 김장철에 배추값이 폭락, 농민들이 산지 폐기도 불사하지 않았던가. 당시 정부가 한 일은 폐기비용의 일부를, 그것도 생산비에도 못 미치는 수준을 보상해주는 것에 불과하지 않았던가. 현재의 배추값 오름세도 물량이 거의 없는 농민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본지는 지금까지 꾸준히 농산물 할인판매, 그것도 농협이 이에 동참하는 것은 절대 안된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농산물 할인판매로 인한 농협의 경영상 손실은 곧 농민조합원의 손실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말이다.
지금 농식품부는 농협을 농민 품으로 돌려주겠다며, 농협개혁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일시적으로 오른 배추값을 잡겠다고 농협에게 할인판매에 나서라는 것은 이러한 농협개혁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크게 우려하는 것이다.

지금 농식품부가 해야 할 일은 농협에게 배추값 할인판매를 요구할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농협중앙회 신·경분리 방안을 만들고 이를 실행에 옮기는 농협개혁에 전념하는 것이 옳은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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