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와 콩

  • 입력 2009.05.04 17:31
  • 기자명 한도숙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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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 한 마리가 이웃에게서 콩을 얻어서 두 손에 욕심껏 퍼들고 집으로 돌아가다 그만 콩 한 알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원숭이는 떨어진 콩 한 알이 아까워서 그것을 집으려고 했다.

그러나 이미 두 손에는 콩이 가득 한 상태라서 콩을 줍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이걸 어쩌나” 그만 포기하면 되는데 원숭이의 욕심은 떨어진 콩 한 알에만 집중됐다. 입을 땅에 대고 콩을 물으려 하는 순간 양손의 콩이 와르르 쏟아져 내렸다. 원숭이는 화가 나서 그만 모든 콩을 내팽개치고 말았다.’

‘농협개혁위원회’의 고민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 있는데 이솝 우화집 속에 들어있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끝까지 추구해야 할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분별하고 판단하는 신중한 자세를 요구하는 교훈적 이야기이다.

요즘 농협개혁위원회가 내놓은 개혁안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농협의 정체성이 담보되지 못하고, 현 농협과 다른 것이 없다고 비판하거나 심지어는 맥킨지 안과 똑같다는 비난이 나돌고 있다.

개혁위에 참여하지 않았던 그룹이나 학자들이 진정한 내용을 채 확인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제기되는 문제인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필자도 걱정이 앞서는 부분들이 존재한다. 경제· 금융지주회사라는 틀이 경쟁이 아닌 협동의 기능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부족하기는 하지만 기존의 틀을 거부하고 있는 개혁위의 고민이 묻어 있는 점과 각 입장들이 서로 양보를 통해 만들어진 최대한의 것이라고 한다면, 작은 승리를 얻어낸 것이라 해도 되지 않나 생각한다.

농협 지배구조개혁이후 신경분리 논의를 전제로 하는 과정도 숱한 투쟁을 통한 것이었고, 신경분리라는 각 주체들의 사활이 걸린 문제를 우리 판단과 고민대로 만들어 간다는 것은 선언에 불과한 것 아니겠는가.

노엄 촘스키 선생은 사회에 발언하려면 내 몸의 일부를 떼어낼 각오를 해야 한다고 했는데 우리는 우리의 요구를 관철하려 한다면 우리 것의 일부를 떼어낼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청와대 생각 묻어나는 장관 행보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농협개혁안을 적극적으로 받겠다던 장 장관이 한발 물러선 입장을 보이는 것이 더욱 문제다. 청와대의 생각이 묻어나는 장관의 언행이 이후 우리투쟁의 과제로 떠오를지도 모른다. 실제 개혁을 주도하려고 하면 원숭이의 콩이 보여주는 신중함을 견지해야 한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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