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용차 위에서 뜀박질

  • 입력 2009.05.04 17:23
  • 기자명 한국농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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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보리공부방 수업시간은 오후 2시부터 5시까지다. 일찍 와서 떠드는 아이들이 있어서 늦어도 1시30분까지는 가야한다.

새로운 것이 있거나 공부할 거리가 있어야 조용한 아이들인지라 1학년 초등학교 학생이지만 수학은 학교 진도보다 미리 가르친다. 잘 이해하고 답을 잘 맞추는 것을 보면서 사람은 그 사람의 능력에 맞게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건 너무 쉬워요. 더 어려운 것 주세요” 하는 아이를 보면서 ‘이 아이 이대로만 잘 키운다면 과외공부 하지 않고도 일류대학 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라고 혼자 생각해본다.

쌀보리공부방에 온지 이 년 째인데열다섯 명 아이들을 한사람씩 개인지도 하다 보니 어느 한 녀석이 떠들어대는 순간 대책이 없게 된다. 얼마 전 집에 가야 할 시간, 차 올 때 되었으니 밖에 나가서 기다리라고 아이들을 내 보냈다.

▲ 김의자 씨

살 판 났다고 좋아 날뛰는 아이들을 보면서 차 조심하고 절대로 큰길에 나가지 말고 줄서서 차 기다리라고 했다.  아이들을 내보낸 지 십 분이 못 되었을 때 어떤 아저씨 두 분이 쾅쾅거리며 이층계단으로 올라오더니 문을 활짝 열며 여기 아이들 담당자가 누구냐고 호통을 친다.

“왜 그러시는데요?”

어린이들을 도대체 어떻게 지도하느냐며 새로 도색을 해놓은 비싼 차에 아이들 세 녀석이 올라가서 차를 다 망가뜨려 놓았으니 어떻게 하겠느냐는 것이다.

아이들 부모님 핸드폰 번호 대라 소리치고, 세 아이는 붙잡혀 와서 죽을상이 되어 움츠리고 무서운 듯 놀란 표정으로 서있었다.

공부방 바로 뒤쪽에 간이 주차장이 있는데 항상 좋은 차, 폐차할 차, 도색할(한) 차들이 가득 있었다. 세 아이들은 집으로 갈 차가 금방 오지 않았으니 주차장에서 놀았다. 꼭꼭 붙어선 승용차 위까지 올라가 이리 뛰고, 앞차 뒤차 멀리 뛰기, 미끄럼 타기 좀 재미있었을까?

아이들이 그럴 수도 있지 뭐 내가 잠시 감시 눈을 떼었는데 이렇게 일이 크게 벌어질 줄이야. 카센타 주인님 말씀인즉 도색료 130만원인데 어떻게 할거냐고 아이들을 윽박질렀다.

“아저씨, 잘못 보살핀 죄가 우리 공부방에 있으니 아이들보고 소리치지 마세요”라고 했더니 좀 수그러들었다. 사장님은 옥신각신 끝에 그 사장님 열 불나서 휘두르던 몸짓 성질 주저앉았는지, 공터 불법사용 주차장도 걱정 되셨는지 인건비 없는 걸로 하고 손해 좀 보고, 하긴 봉사활동 하시는 선생님보고 돈을 내라고 하기도 미안하다면서 60만원으로 해결이 됐다.

봉사활동 좋은 일 한다고 나왔지만 아이들 단속 잘못한 그 책임은 전적으로 내게 있으니 내가 물겠다고 했더니 공부방에 계신 분들이 그건 안 된다고 이구동성으로 만류하신다. 밤새 생각하다가 이튿날 60만원 들고 전달해 달라 했더니 안 된다고 기어이 내가방 속에 돈이 들어갔다.

그 돈 못 갚으면 나도 일평생 빚진 사람되니 그 돈으로 공부방에 필요한 물건을 사겠다고 했다. 평소 있었으면 하던 서서 치는 북 ‘선북’을 여섯 조를 샀다. 신나게 북 놀이를 가르쳐야지. 사물놀이 보다 더 재미 있을거다. 북 두들기며 스트레스 해소해야지. 얘들아 다시는 너희들만 밖에 내 보낼 수가 없구나. 집에 갈 때까지 항상 내 눈 안에 있어야 된다.

김의자 강원도 횡성군 횡성읍 입성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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