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교육 후일담

  • 입력 2009.04.27 13:15
  • 기자명 한국농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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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전여농에서 전화가 왔다. 전농에서 시군회장단 교육이 있는데 그 교육 중에 성평등교육이 있으니 강의를 해달라는 요청이었다. 참 반가운 전화였다.

물론 농민운동연수원(전농 전여농 공동의 교육기관) 강사단을 공동으로 꾸려나가면서 전여농이 꾸준히 요구했던 바이기도 하지만 어쨌든 농민운동 쪽에도 성평등 문화를 확산시켜나가는 노력들이 커가도 있구나 라는 생각에 흐뭇해지는 순간이었다.

설레이는 마음으로 교육장소로 향했다. 다행히 걱정했던 것보다 반응이 좋았다. 교육을 받는 간부님들의 질문도 많았고 교육에 대한 거부감보다는 긍정적인 자세랄까 이런 게 느껴져서 강의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힘들지 않았다.

▲ 이정옥 진주시 지수면

다시 도연맹 의장단교육에 성평등교육 강의요청을 받았고, 농촌에서 불평등한 성문화를 바꿔나가는데 노력해 나가자는 즐거운 결론을 내는 시간들을 함께 했다.

전농의 시군회장단, 도연맹의장단. 농사와 집안일을 뒤로 미뤄두고 농민회 조직의 지도부로서 투쟁과 사업을 제일 앞서서 해나가기 위해 헌신하시는 분들이다.

정세교육이나 농민운동과 관련된 교육에서는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시며 결의를 다지는 분위기가 되는 터이다. 그런데 재밌게도 성평등교육을 할 때는 조금 양상이 다르게 나타난다.

일단 처음에 얼굴을 마주 치지 않는다. 강사인 나는 어떻게든 분위기를 풀어보려고 이런저런 재미난 이야기로 안간힘(?)을 써보지만 반응을 안주신다.

조금 분위기가 풀리고 나서 본격적으로 진도가 나가다보면 한, 두 분은 생뚱맞은 반응이나 질문을 하신다.

“일하고 들어와서 피곤한데 마누라가 샤워를 하고 있으면 그건 남성에 대한 성폭력 아닌가요?”오히려 그런 질문과 반응을 기회로 삼아 이야기를 끌어내고, 교육생 전부의 긴장과 거부감을 풀어나가는 것도 성평등 강사가 발휘해야 할 능력이다.

세상이 참 많이 변했다. 초등학교를 비롯한 학교교육에서도 성폭력예방교육은 물론이고 남녀 성역할로 구분짓는 교육을 하지 않겠다고 부모님한테 안내문을 보내주고 할 정도이니 말이다.

안타깝게도 성평등 문화의 확산이 가장 더딘 곳이 농촌사회이다. 그런 농촌사회의 특성에 기반한 농민운동이다 보니 다른 도시지역의 운동단체나 노동운동 쪽보다 성평등지수가 낮은 것이 어쩌면 당연한 상황인 지도 모르겠다.

여성농민회나 여성농민간부, 회원들의 인식은 아주 높은가? 그렇지도 않다. 회원들에 대한 성평등 교육의 기회들이 많이 없다보니 여성농민회원이라 하더라고 이 문제에 대한 인식도가 낮은 경우들이 꽤 있다. 또한 농사짓고 활동하면서 많은 불합리한 점들을 느끼기도 하지만 그 원인이 무엇인 지, 어떻게 극복을 해야 돼는 지 답답함을 느낄 때가 많다.

더 현실적으로는 인식을 하고 원인을 알아도 생활에서 남편과 집안, 동네, 활동하는 남성 활동가들이 쳐놓은 벽 앞에서 무너질 때도 많다.

전여농 안에서도 회원들, 간부들 교육에 성평등 교육을 전면적으로 배치하고 있는 요즈음의 변화는 참 반가워할 일이다. 전농 간부교육에서 귀한 시간들을 쪼개어 교육을 배치하는 것은 더더욱 반길 일이고 말이다.

이정옥 경남 진주시 지수면 용봉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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