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농 창립 19주년을 맞으며

  • 입력 2009.04.27 13:13
  • 기자명 한국농정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올해로 스무 살 전농을 일 년 앞두고 있다. 변화무쌍한 농업의 변화와 함께 숨 가쁘게 지나온 전농의 지난 열아홉 해를 뒤 돌아보면 참 많은 것이 생각난다. 전농 창립을 위한 준비과정 2년은 개인적으로도 어릴 때부터 보아온 농민들의 고통을 함께 하겠다고 결심하고 농사를 짓기 위한 준비과정이기도 했다.

애민애족 의식으로 고통 극복

독재정권의 탈농업정책에 항거한 7,80년대는 사회의 상황만큼이나 농업·농촌의 상황도 심각하게 진행됐다. 정부의 농업개방(농업구조조정)정책으로 인해 소·마늘·고추·우유 가격의 폭락은 탈농으로 이어지면서 농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으며 전국적인 저항이 일어났다.

급기야는 89년 2월13일 여의도에 3만여 농민이 모여 정부의 정책에 대한 울분을 분출하기에 이르렀다. 이처럼 정부의 농업 축소정책으로 인한 연쇄적인 가격폭락, 그리고 탈농의 확대는 전국적으로 대중적인 투쟁이 분출되면서 단일한 농민운동조직에 대한 요구로 이어졌으며 마침내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을 건설하기에 이른다.

전농은 창립선언문을 통해 농민운동의 방향과 목표를 ‘척양척왜, 보국안민’의 기치를 들고 외세의 식민정책에 맞서 일어선 갑오농민전쟁의 후예답게, 외세의 농업 지배를 저지하고 자주적인 농민조직으로서 농업을 유지시키며, 일하는 생산민중인 농민들의 피땀을 지키기 위한 반독재’반외세투쟁을 통해 농축산물 개방정책을 분쇄하고 반농민적정부의 농업구조조정정책을 막아 낼 것을 선언했으며 총19조인 강령을 통해 전농의 나갈 길을 밝혔다.

전농 창립 이후의 과정은 참으로 힘들고 험한 과정이었다. 수많은 농민들의 투옥, 그리고 활동과정에서 불의의 사고로 고인이 된 수많은 젊은 농민들, 백주대낮에 공권력에 의해 타살과 홍덕표, 전용철 농민!

이러한 고통의 과정을 묵묵히 감내하며 19년을 황소의 발걸음처럼 뚜벅뚜벅 걸어올 수 있었던 것은 일하는 농민들의 권리를 스스로 지키겠다는 신념과 농업의 몰락을 재촉하는 반 농업·반 농민 정부로부터 농업의 가치와 국민의 식량의 기반을 유지시키겠다는 애민 애족의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지금 농업·농촌의 현실은 전농 창립 당시보다 더욱 열악해 지고 있다. 20여년간 이어온 농업개방정책을 일단락 짓기 위한 결정판인 한미FTA가 국회에서 20년전 그 독재집단의 후예들에 의해 강행 처리되고 있으며, 전 세계적인 식량 위기속에서도 식량자급을 위한 법적 제도는 마련되기는커녕 오히려 농민들의 요구가 국제화시대를 역행하는 시대에 뒤떨어진 요구라고 매도하고 있다.

20년전과 비교한 지금의 농업·농촌은 그야 말로 초토화 됐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이다. 전농 창립선언문에 기록된 당시의 농업인구는 7백만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3백20만에 불과하며 이마저 60대농민이 절반이상이며 전업농가의 수는 1백만 정도에 불과한 실정이다.

주요인구의 두 번째인 농민수는 이제 대학생 수보다 적으며 도시영세민에도 못 미치는 그야말로 소수자로 전락되어가고 있다. 혹자는 이는 선진국가로 가기 위한 과정이라고 이야기 할 것이다. 선진국의 농업이 우리처럼 단시일에 거쳐 폭압적으로 붕괴되고 농가소득이 도시근로자의 70%인 나라는 없다.

농업을 지키고 노동의 가치를 통해 삶의 가치를 인정받으며 살 수 있는 농민들의 희망을 만들어가야 할 전농의 역할이 20년 전과 달라진 것이 없다는 현실이 참 안타깝다. 그러나 이런 안타까움의 원인이 변화지 않는 농업정책만으로 보아서는 전농의 발전이 없을 것이다.

20년의 전농을 바라보면서 전농은 과연 창립당시의 초심에서 벗어나 있지는 않는지? 농민과 국민들에게서 멀어져있는 않은지 봐야 한다. 농업의 핵심가치는 국민에게 안전한 식량을 공급하고 국토를 유지 발전시키는 다원적 기능과 함께 농산물 생산을 통해 농민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창립 당시의 초심 잊지 말아야

한편 농민운동의 방향은 신자유주의에 포섭되어 아사직전에 처해진 농업을 다원적 가치가 복원된 지속가능한 농업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전농의 책무는 농민적 요구에 머무르는 활동이 아닌 전 국민적으로 식량주권의 의제를 넓혀내고 농업에 대한 국민적 요구인 안전한 농산물 생산과 전국민의 마음의 안식처로서 농촌을 가꾸는 일이다.

우리는 지난 여름에 촛불로 보여준 국민들의 농업에 대한 변함 없는 애정을 확인했다. 한편 국민들의 농업에 대한 애정은 전농으로서는 무거운 짐이라는 것도 잊어서는 안된다. 다시금 농민대중들의 슬기로운 지혜를 바탕으로 전농의 창립정신을 뒤돌아보면서 농업 파수꾼으로써의 전농, 국민의 한없는 농업 사랑의 밑거름을 바탕으로 식량주권 실현의 길로 매진하는 전농이 됐으면 한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