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미 FTA 국회 비준 왜 서두르나

  • 입력 2009.04.27 13:00
  • 기자명 한국농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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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단체는 물론 시민사회단체 등의 강력한 반발 속에 지난 22일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이 국회 상임위원회(외교통상통일위원회)를 통과했다.

정부와 여당은 FTA를 통한 자유무역 확장은 현재 경제위기를 조기에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그 당위성을 이야기하면서, 한국과 미국 양국에 모두 경제적 이득을 주는 ‘윈윈 협정’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본란에서 지적한 바 있지만, 세계경제위기 한파에 세계 각국은 보호무역과 내수 활성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중 꼴찌인 -5.5%를 기록했다. 그래서 세계의 경제석학들은 내수를 확대하라고 조언한 바 있다. 이에 대한 고민도 없이 국익에 도움이 될지 검증도 안된 한미 FTA에 목을 매어선 안될 일이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2년전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분석한 결과를 한미FTA의 경제적 효과로 내세우고 있다. 한미FTA가 되면 10년간 GDP가 6% 성장하고, 일자리가 34만개 늘어난다는 KIEP의 연구 결과는 부풀려진 것이라는 지적이 이미 제기된 바 있다.

그래서인지 정부는 지난해 11월 KIEP에 한미FTA의 경제효과를 또 한번 따져보는 연구 용역을 맡겼으며, 이 결과는 아직까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새로 출범한 오바마 미국 정부는 대놓고 이야기하고 있지는 않지만, 한국 내 미국 자동차 점유율 확대와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 허용 등 사실상의 재협상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정부와 여당이 서둘러 국회비준을 하려는 의도를 알 수가 없다. 오히려 오는 6월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의 논의 후에, 한미 FTA비준안에 대한 국회 논의를 진행하는 것이 순리에 맞는 것이다.

더욱이 정부가 인정하듯이 한미FTA로 가장 큰 피해가 우려되는 분야가 바로 농업이다. 최근 국회예산정책처도 농업분야 피해가 15년간 10조4천6백85억원이지만 소득보전 재정규모는 3조4백35억원에 불과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2007년 4월 한미FTA 협상 타결 이후 범정부적인 논의를 통해 2007년 11월, 농업분야 20조4천억원의 한미 FTA 보완대책(‘08∼‘17년)을 확정했으며, 새정부 들어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에 따라 2조원 규모의 축산업 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농식품부의 이러한 대책은 생색내기용이며, 지금까지 나온 정책의 재탕 삼탕에 불과하다.
또한 추가대책으로 ▷농지은행 활성화 ▷수출농업 육성 등 경쟁력 강화 ▷농가 경영안정 지원 ▷농어업인 복지 확충 등을 마련하고, 구체적인 내용과 재원에 대해서는 관계부처와 협의 중에 있다고는 하나, 이 역시 농민들이 요구하는 근본대책이 될 수 없다.

지금 전 세계는 사상최악의 경제위기 사태를 맞아 경제 패러다임을 대전환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대외의존적 경제구조를 어떻게 고쳐 나갈 것인가를 놓고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본격적인 세계적 식량위기 속에서 각국은 국가의 안녕과 미래를 위해 자국의 농업을 보호하고 육성하려는 정책을 펴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따라서 정부와 여당이 지금 할 일은 18대 국회 들어 단 한번도 재검증을 하지 않았고, 산업에 대한 구체적 피해대책도 없는 한미FTA의 졸속 비준이 아니다. 산업 특히 농업에 대한 영향을 재평가하고, 그 피해산업에 대해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대책을 수립한 후에 한미FTA를 논의해도 늦지가 않다.

그보다 급한 것은 무너져가는 농업·농촌·농민 회생대책이다. 그 대책은 식량자급률이 25%를 겨우 넘어서는 국가에서 식량을 어떻게 안정적으로 공급할 것인가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바로 법에 명시되어 있는 식량자급률 목표치를 높여 법제화하고 이를 실행에 옮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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