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8 농업장관들, 식량위기 본질을 말하라

  • 입력 2009.04.26 08:13
  • 기자명 홍형석 전농 대외협력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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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18일부터 사흘 동안 이탈리아의 트레비소(Treviso)에 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8개 나라의 농업장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지난해 일본의 홋카이도에서 열렸던 연례 G8 정상회의 합의에 따라 소집된 이번 회의에는 G8 회원국인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캐나다, 러시아뿐만 아니라 개도국의 G8이라고 할 수 있는 중국, 인도, 브라질, 멕시코, 남아공, 아르헨티나, 호주, 이집트도 참가했다.

이번 회의는 지난 해 전 세계를 강타했던 식량가격폭등으로 인한 위기에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었다.

누가 식량위기의 주범인가? 

 

전 세계 부의 5분의 3을 차지하고 있는 8개 나라는 전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 하고 있다. 이들 나라의 곡물자급률을 살펴보면 2003년 기준 미국 132%, 독일 101%, 프랑스 173%, 영국 99%, 캐나다 146%, 이탈리아 73%에 달한다. 또한 이들 국가의 농산물 수출량을 살펴보면, 지난해동안 영국은 276억 달러, 미국은 1139억 달러, 독일은 582억 달러, 프랑스는 653억 달러, 캐나다는 488억 달러 어치의 농산물을 수출하였다. 지난해 한국의 농업총생산액을 현재 환율로 계산했을 때 약 258억 달러 가량 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결코 작지 않은 수치이다.

문제는 이들 수출된 농산물이 어디로 갔는가이다. 지난 해 식량위기로 고생했던 나라들인 필리핀, 아이티, 이집트의 경우 식량을 충분히 자급할 능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농산물시장 개방 이후 자급기반을 잃어버린 대표적인 나라들이다.

선진국들의 과잉 생산된 농산물들은 엄청난 보조금을 등에 업고 이들 가난한 나라에 헐값으로 덤핑되었다. 이로 인하여 급속도로 자국 농업이 파괴되고, 해외수입에 의존하게 된 것이다.

서방 선진 8개국의 농업장관들은 자신들의 농업정책과 농산물수출정책이 식량위기의 근본 원인이라는 것은 덮어둔 채 비상식량 비축 방안이나 내놓았다. 더욱 우스운 것은 선언문을 통해 지금의 자유무역이 전 세계의 소농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음에도 기업이 아닌 ‘농가와 소규모 농장의 역할을 강화하는 것을 중심에 놓고’, 신자유주의와 자유무역을 더욱 조장하는 ‘WTO 도하라운드의 균형적이며, 포괄적이고, 야심적인 결론에 도달하도록’ 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말로는 거창하게 식량위기에 대해서 실컷 생색을 내고서, 자신들은 꾸준히 자유무역을 통해 이익을 보겠다는 것이다. 

 

진정한 식량위기 해결을 위해 

 

많은 이들이 예상하듯이 앞으로 식량위기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호주와 같은 주요생산국의 천재지변, 미국 등 선진국의 농업연료(바이오연료) 정책, 또한 개도국들의 농지감소, 그리고 전 세계 곡물 교역량의 80%를 쥐고 있는 카길 등의 5대 초국적 곡물기업들, 이러한 문제들이 단시간에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며, 또한 생산량 역시 쉽게 늘어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G8 정상회담이 열렸던 트레비스에 모인 국제 농민조직, 비아 캄페시나의 대표들은 식량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다른 이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이 없는 각 나라의 정부와 국민들이 자신의 농업 시스템을 보호하고 규정지을 권리의 보장과 농산물 수출모델을 지속가능한 소규모 가족농과 지역먹거리시스템에 기반을 둔 지속가능한 농상물 생산모델로 전환’이 필요하다고 요구하였다. 바로 식량주권의 실현이다. 식량주권의 실현만이 지금의 식량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이며 대안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 역시 지금처럼 FTA를 통한 농산물 개방, 기업농 중심의 수출지향농업의 육성이나 해외농지개발로 농업을 기업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팔아넘길 것이 아니라 식량주권 실현을 위한 농산물 가격보장을 통한 중소농 육성, 지원을 서둘러야할 것이다.  

 

부자 나라들 오만함 버려야 

 

아프리카 말리의 농민조직 대표인 이브라힘은 현지 시민사회진영의 토론회에서 ‘아프리카는 스스로 자급할 수 있으며, 불법적인 부자나라 그룹에 의해 만들어진 국제농업정책은 필요 없다.’고 말했다. 전 세계 부의 대부분을 그들이 가지고 있다고 하여 자신들이 세계정부인걸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자유무역을 위한 자기들만의 ‘글로벌 파트너십’을 얘기할 것이 아니라 식량주권실현을 위한 공동의 노력이 필요할 뿐이다.

 

<홍형석 전농 대외협력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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