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드려라, 그러면 행복해진다”

■ 인터뷰=진주시‘난타 동아리’참가자 손분순 씨

  • 입력 2009.04.21 07:31
  • 기자명 김영미-경남 지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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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일에 집안일 아이들 돌봄까지 늘 바쁜 여성농민들에게 자신을 위한 시간은 찾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자신을 위한 시간을 일주일에 한번이라도 가져보고자 큰 북 앞에 당당히 선 여성농민들이 있다.

“두들겨라 그러면 행복해 질 것이다.”라는 케치 프레이즈를 걸고 운영되고 있는 진주시여성농업인센터(대표 이정옥)가 운영하고 있는 난타동아리가 바로 그 곳. 농사짓는 여성농민들 중심으로 구성된 이 동아리 구성원 가운데 아들과 함께 난타를 배우러 다니며 가장 열심히 하는 손분순(42)씨를 만났다.

손 씨는 진주시 금산면에서 손 많이 가기로 유명한 고추하우스 농사를 짓고 있으며 노부모를 모시고 있다. 또한 그는 아들만 셋이라 하루 한시라도 쉴 틈이 없이 일을 하기로 유명하다.

현재 20여명으로 구성된 난타동아리는 진주시 노동자 문화패 새노리 연습실에서 매주 화요일 연습을 한다. 비록 시작한지 3개월이 넘었지만 오는 7월에 열릴 여성농민한마당에서 공연을 목표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난타동아리를 가르치고 있는 김귀영 강사는 지금까지 주로 남성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여성농민들이 잘 할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했지만 열심히 하는 모습에서 희망을 봤다고 했다.

김 강사는 “손동작 하나라도 놓치지 않고 열심히 잘 따라 해주고 그 어느 누구보다 적극성이 높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 배우러 나오는 모습이 강사로서 게으름을 피울 수 없게 한다. 강도 높은 비닐하우스 안에서 일을 마치고 한 번도 결석하지 않고 매주 나오는 모습에 감동도 받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손분순 씨와의 일문일답이다.

▶난타를 배우게 된 계기는?

-평소 난타를 배워보고 싶다는 마음만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차편도 어렵고 집에 어른 들도 계셔서 현실적으로 어렵겠구나 생각하고 포기하려는데 금산면여성농민회에서 총무를 맡고 있는 오미영 씨의 권유로 힘들겠지만 큰마음 먹고 시작하게 됐다.

▶배워보니 어떤가?

-일단 무엇인가를 배운다는 것이 너무 좋다. 그리고 북을 치면 하루 종일 아니 일주일 동안의 스트레스를 다 푸는 것 같다. 특히나 북을 2시간정도 치고 나면 농사일로 온몸이 쑤시고 아팠던 것이 말끔히 낫는 것 같다. 특히 살도 빠지는 것 같아 너무 좋다.(웃음)

또 여성농민들끼리 같이 배우니까 북치는 수준이 다들 비슷하지만 그중 내가 가장 못한다. 나보다 나이 많은 50대 여성농민들도 열심히 하는 걸보면 그동안 도전하지 않았던 것이 후회된다.

▶회원들의 반응은?

-우선 참석률이 매우 높다. 특히 난타를 가르쳐 주는 선생님이 ‘50이 넘은 금곡면에 있는 여성농민들은 한 번도 결석하지 않았다’며 개근상도 줬다. 그 나이에도 열정적으로 배우고 도전하는 모습에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 또 함께하는 사람들 중에 북을 치니 우울증이 해소된다는 사람도 있고 다들 재미있어한다.

▶난타 말고 더 배워보고 싶은게 있나?

-배워보고 싶은 것은 많다. 난타를 하면서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 뭐든 다 도전해 보고 싶다. 재봉, 제빵도 배워보고 싶다.

▶어려운 점은 없나?

-시간이 지날수록 북치는 기술 난이도가 높아지면서 따라가기가 힘들어진다. 아마 선생님이 나 때문에 힘들어하실 꺼다.(웃음) 몸치라서 꼭 한 박자가 늦고 몸과 마음이 따로 논다.

주변 사람들한테 피해를 주는 것 같아서 나 때문에 진도를 못나가는 것 같아 포기할까도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아~ 그만할까’라고 혼잣말을 했는데 옆에 있던 아들이 ‘엄마 왜? 힘들어? 이렇게 포기하면 안 되지, 엄마 힘내!’ 라는 말에 힘도 얻었고 아들과 함께 시작 한 거라 포기 할 수가 없었다.

▶다른 지역 여성농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여성농민들이 뭔가를 배우고 도전하는 일은 쉽지 않은 줄 잘 안다. 하지만 농촌에서 여성농민이 없으면 농업은 폐업이 된다. 그래서 여성농민들이 건강해야 우리 농업도 지키고 건강한 농산물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이가 들어 갈수록 기회는 점점 없어진다. 젊을 때 하나라 더 배우고 즐겼으면 좋겠다.

〈경남=김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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